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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을 유령취급 하지말라"...광명서울고속도로 노선철회 촉구집회 - 항동주민들, 22일 국토부 앞에서 "잘못된 사전환경영향평가부터 다시 하라" 요구 - 참석자들 108배 하며 "아이들과 가족의 안전 위해 터널공사 막겠다"는 결의 다져

이승민 기자

  • 기사등록 2018-11-22 13: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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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로구 항동 주민들이 세종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앞에서 “주민들을 더이상 유령취급 하지 말라”며 정부에 광명~서울고속도로의 노선 철회를 촉구했다. 

  

구로구 항동지구 현안 대책위를 포함한 부천, 광명, 강서 등 4개 지역 연합 공동대책위원 및 소속 주민 70여명은 22일 오후 1시에 세종시 국토부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구로구 항동지구 현안 대책위(이하 항동대책위)를 포함한 부천, 광명, 강서 등 4개 지역 연합 공동대책위원 및 소속 주민 70여명은 22일 오후 1시에 세종시 국토부 청사 정문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국토부의 광명~서울고속도에 대한 승인 고시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국가사업을 빙자해 민자고속도로를 이용한 기업가들의 돈벌이에 서민들의 주택과 어린 아이들이 다니는 초중등학교의 안전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방치하는 것은 현 정부를 믿고 촛불을 든 국민들에게 배신으로 일관하는 일"이라며 "이런 구시대적 건설행정이야말로 적페중의 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명-서울 고속도로는 익산~문산을 잇는 민자고속도로 가운데서 광명-구로-부천-강서를 경유하는 20.2km의 서울시 통과 구간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7년 서서울고속도로를 시행자로 선정하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사업에 대해 지난 2월 공사 승인을 고시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승인의 근거가 된 사전환경영향평가서(이하 평가서)에서조차 공사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을만큼 안전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평가서에 따르면 ‘항동지구는 전반적으로 지층변화가 심하게 나타나고 지반 조건이 취약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서울 항동지구를 지나는 온수터널 구간이 초등학교 및 중학교 그리고 아파트를 6차선의 고속도로가 관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항동지구내 초등학교, 중학교 관통 노선 경로 및 수직구(예정) 위치 : 서울 항동지구를 지나는 온수터널 구간이 초등학교 및 중학교 그리고 아파트를 6차선의 고속도로가 관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자료제공=항동대책위

항동지구 주민들은 "이 공사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참석자들은 국토부의 공사 승인 고시가 잘못 적용된 사전환경영향평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항동대책위 최재희 대표는 "(이 공사에서) 안전성 주장의 근거가 되는 사전환경영향평가는 10여 년 전에 했던 것이다"며, 이는 "항동지구가 논밭으로 이루어진 허허벌판이었던 때를 대상으로 (사전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평가서에는 지하 터널에서 이루어지는 발파에 따른 영향 예측이나 터널공사 과정과 이후의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침하의 위험도 등 필수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내용들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이 사업에 대한 검토와 승인이 "10년 전에 만들어진 평가서 하나에 짜맞춰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현재 항동지구는 지상에 5,000여 가구의 택지지구가 조성되어 15,000여 주민이 입주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평가 이후 진행된 이같은 변화가 (평가서에는) 전혀 반영되어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주민들을 유령 취급하는 게 아니고서야 '사람이 먼저'라는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최재희 항동대책위 대표는 "현재 항동지구는 지상에 5,000여 가구의 택지지구가 조성되어 15,000여 입주민들이 입주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평가 이후 진행된 이같은 변화 사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수터널 바로 위에 위치한 현대홈타운 아파트의 경우, 토사와 암반등급 5등급의 풍화토로 이루어진 ‘지반조건이 매우 불량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 중에는 '터널공사 자체가 불가한 지역'이라고 진단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터널환경학회 이찬우 박사의 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형적으로 오목한 지반위에 위치하고 있는 현대홈타운 아파트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강우 강도가 강해지거나 강우 지속시간이 길어질 경우, 구조물 지하부에 위치한 터널이 지하수의 배수구 역할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실트질 토사의 세굴로 인한 지반침하의 위험이 상존하며, 인접 지역과 걸쳐있는 지질 이상대로 인하여 부등침하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매우 위험한 상황임을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또 인천북항터널 직상부 삼두아파트와 온수터널 직상부 현대홈타운과의 유사성을 비교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성이 많다'며, 붕괴직전까지 이른 삼두아파트의 경우를 미루어 볼 때, 현재의 사전환경영향평가 자료로 안전성이 담보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최근 서울시 가산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공사장의 씽크홀 사건과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 붕괴 사고 등의 사례를 들어, "전문가로부터 붕괴위험을 진단받고도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재난이 발생하는 마당에, 위험 요인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광명~서울고속도로 노선철회를 주장하며 108배를 올리고 있다. 

이번 결의대회 참석자 임정숙씨(39세)는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공사를 믿고 맡길 수 있겠냐"며 "잘못된 환경영향평가부터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3월 입주예정이라는 다른 참석자는 "모두가 불안해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공사를 국토부가 왜 이렇게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탁상공론과 안전불감증의 과거 건설행정 관행이 아직도 그대로인 것같다"며 "현 정부의 말뿐인 적폐청산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결의대회 참석자들은 광명~서울고속도로 노선철회를 주장하며 108배를 올렸다. 참석자들은 108배의 의미에 대해 "아이들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초등학교와 아파트 지하로 예정된 터널공사를 막겠다는 결의와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9일 국토부는 이 사업 시행자인 서서울고속도로가 착공을 위해 10월 31일 제출한 착수계를 반려했다. 국토부는 서서울고속도로에 보낸 공문을 통해 "지하 통과구간 안정성 검증 및 소음, 진동, 환경피해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등 실시협약 및 실시계획 승인 조건에 미충족하여 공사 착수가 어려운 상태"임을 반려의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 구로구 항동 주민들이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주민들을 더이상 유령취급 하지 말라”며 정부에 광명~서울고속도로의 노선 철회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이 광명-서울고속도로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국토부 정문 앞에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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