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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지역주민 이해 얽힌 광명-서울 고속도로...노선변경 협상 중 - 항동 주민대표 “주택가 거의 없고 공공기관, 임야 통과 2개 노선 구체화해 재논의하기로”

정지호 기자

  • 기사등록 2018-08-06 14: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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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항동 주민들의 요청으로 국토교통부가 한차례 연기했던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공사착수계 제출일이, 주민과 협의 중이라는 이유로 10월 31일까지 다시 한 번 연기됐다.



국토교통부는 2월 20일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을 승인했으나 고속도로 통과 지자체와 주민들이 일방적인 승인이라고 반발하면서 정부와 주민간의 공공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경기도 광명시, 부천시, 서울 구로구, 강서구를 관통하는 20.2㎞의 고속도로 건설을 해당지역주민들은 반대하고 있으며, 노선과 공법 변경 등을 요구하며, 실력행사를 하고 있고, 지자체 역시 주민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단지 지하 30~40m 깊이로 2개의 지하도로용 터널이 뚫리는 구로구 항동의 수목원 현대홈타운 주민들은 23일부터 구로구청에서 농성을 벌이며, 노선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그나마 국토교통부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시공사(코오롱글로벌), 구로구청, 주민대표 등이 참여하는 노선변경 협상이 진행 중이나 아직까지 뚜렸한 합의점은 찾지 못하고 있다.


서서울고속도로 광명-서울 구간은 지하도로의 지상도로 변경으로 인한 지역단절과 불균형, 인터체인지 설치로 인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지하도록 공사의 위험성 등 지역과 구간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점과 다양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기존의 아파트 주민들과 신규개발지역을 분양받은 입주예정자들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구로구 항동은 지하도로 공사의 안전성 문제로 노선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4개 지역 지자체장들은 4월 1일 공동 명의로 작성한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실시계획 승인고시 철회 및 재검토 촉구 건의문’을 국토부에 전달하면서 사업계획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해당 지역별 주민들도 비상대책위 또는 현안 대책위 등을 구성하고, 공동대응을 하고 있다.


▲ 항동지구 입주예정 주민들이 광명-서울 고속도로 건설 실시계획 승인의 무효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신청했다.



구로구 항동, 지하터널공사의 안전성문제...노선변경 협상 중


서울시 구로구 항동지역은 기존 아파트 단지와 현재 건설 중인 택지지구, 초·중고등학교 등의 지하로 온수터널 공사를 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높아 주민들과 입주예정자들의 반대활동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지하터널 굴착에 대한 안전성 검토만 실시됐을 뿐 주변 시설물에 대한 안전성이나 지하수 변화에 대한 영향 등은 전혀 검토되지 않은 점을 들어 지하터널에 대한 안전문제 불안과 터널 침수방지를 위한 배수시설·변전실을 주거지역 인근에 설치로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고, 노선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또 터널 지상의 건축물에 구분지상권을 설정할 경우 17층 이하로 증축이 제한돼 재산권이 침해되며, 항동유치원과 항동초·중교 밑으로 지하도로가 관통함에 따른 위험과 교육권 침해 등을 호소했다


한편으로는 지하 70~100m 밑으로 터널을 설치할 계획인 서울 서부간선도로의 예를 들면서 전 구간을 40m 이하로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목원 현대홈타운 주민들은 3월 초부터 주민총회를 개최하고 비산대책위를 구성한 뒤 각종 집회와 촛불문화제, 1인 시위 등의 개최, 지방의회와 지자체, 해당 기관 방문 등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요구조건을 전달하는 한편 실시계획 무효소송 제기 등의 활동을 통해 국토부와 노선변경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5월 3일 구로구청을 항의방문하고 철야농성 등을 진행한 80여명의 현대홈타운주민들은 결국 5일에 국토교통부·서울지방국토관리청·구로구청 담당자, 현대홈타운 주민대표, 항동지구현안대책위(입주 예정자) 위원장 등 다자간에 노선협상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자리에는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주)의 책임자도 있었으나, 서명은 하지 않고 추후 각 컨소시엄 참여사의 동의를 얻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선변경 협상 공동 시행 ▲사업과 관련한 주민의 생명, 안전, 재산권 침해 인정 ▲주민 과반수의 동의 없는 공사착공 금지 등에 합의하고 이후 협상을 계속 중이다.


수차례의 협상회의와 함께 주민들의 실력 행사, 입주예정자들의 승인고시 무효소송 등이 병행되면서, 공사착수계 제출기한이 10월 31일로 연기됐으며, 검토한 대안 노선 중 적정안 노선 최종안을 8월 13일에 검토할 예정이다.


이희면 수목원 현재홈타운 입주자회의 대표는 “타 지자체 주민의 요구사항과 충돌이 없어야하며, 대안노선이 주민 간 갈등과 대립을 유발해서는 안 되며, 공사의 안전성이 담보되고, 재산권 침해가 없어야”한다고 강조했다.


▲ 광명-서울 고속도로의 항동지구 통과구간.



부천, 동부천·강서IC 이전...학교·전원마을·정수장 우회 요구


부천시 주민들은 동부천·강서 IC를 이전하고 통과하는 지역(6.4㎞) 전부를 지하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루 3만 대가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톨게이트가 인근 고리울초등학교 앞에 들어서는 것과 도로과 통과하는 까치울 전원마을이 소음과 진동, 매연, 분진 등의 환경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전원마을까지는 130m 정도 떨어져있다.


또 고강본동 지역은 25~30년 이상의 노후아파트와 주택이 밀집되어 있는데, 공사과정에서 발파와 굴착으로 인해 지반침하 등 안전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밖에 작동산 도시자연공원, 정수장, 부천대공원 등의 환경오염과 녹지훼손, 주민 재산권 침범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주민들은 7월 10일 부천시의회에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부천지역 통과 반대 청원서’를 제출했는데, 의회 도시교통위원회에서는 이를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 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심의과정에 출석한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의견 청취와 공사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사업의 백지화에는 난색을 표했다.


한원상 대책위원장은 “부천시의 해당 지역에는 오랫동안 거주해온 고령층이 많아 고속도로 계획 자체를 모르거나 문제를 잘 인식 못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서 참여를 이끌어내고, 구로구 항동과 광명시 대책위와 연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광명, 지역단절과 불균형 우려로 지하화 요구...일부 주민은 지상화 요구


광명시는 지상으로 도로가 건설됨에 따라 지역이 남북으로 단절돼 양극화와 불균형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과 논지훼손,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우려하면서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지역은 보금자리주택 예정부지로 LH공사가 1,000억 원을 지원해 지상도로를 지하화하기로했으나, 해당 택지건설 계획이 취소되어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다시 지상구간으로 번복됐다.


그럼에도 광명시와 광명시 범시민대책위에서는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원광명마을 주민들은 반대로 지상화와 IC·휴게소 설치를 요구하고 있어 이미 주민 간 불화를 빚고 있다.


지상화를 요구하는 진명규 원광명주민대책위원장은 “고속도로가 지하화 되면 모든 배기가스가 불연소로 나오게 되는데, 그 배출구가 원광명 마을 주민들이 사는 곳이고, 지하구간은 대형 사고가 잦다”며 “(지상)고속도로가 있으면 IC가 많을수록 모든 도심권의 교통이 원활하게 소통이 되는 반면에 IC가 없는 고속도로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사용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하화를 요구하는 차정미 범시민대책위 국장은 “일부 주민과 자유한국당 소속 비례 시의원 일부만 반대하고 있다”며 “광명시장이 바뀌었으나 이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지상화 반대의견임을 확인했고, 시의회 간담회 등을 통해 활동을 확산해 갈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광명갑 지역구 백제현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는 시의 입장과 같이 지하화를 요청하고 있다”며 “지상화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토지 보상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고 추정했다.



강서, 방화터널 6개 차로 중 4개차로응 고속도로로 전용...극심한 교통난 예상


강서구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교통체증에 대한 우려이다. 고속도로는 한강을 통과하기 위해 기존의 방화터널과 연결될 계획인데, 이 터널의 편도 3차선 중 2차선을 고속도로의 연장구간으로 전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방화터널의 극심한 교통정체와 매연, 소음이 증가할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방화터널 통과가 아닌 한강하저터널 신설 또는 시외곽 우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도 “방화대로를 달리던 차들이 방화터널에선 1차로로 몰리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심각한 교통 정체가 빚어질 것”이라며 “해당 구간을 지하화하거나 우회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수목원 현대홈타운 주민들이 게시한 현수막.



항동 주민대표와 국토부, 시공사와의 노선 변경협상 성사 여부가 관건


서울과 수도권 도심지역을 통과하는 노선인 탓에 광명-서울 고속도로공사는 10년 가까이 난항을 겪고 있으며, 주민들의 요구와 이해관계도 복잡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일단 국토부와 구로구 항동 주민들이 먼저 구성해 운영이 되고 있는 노선변경협상협의체가 문제해결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월 5일 노선변경협상에 합의하고 1~2주에 한 번씩 진행되오던 협상에서 일단은 시공사가 작성한 2개의 대안노선이 제시되었다.


7월 23일 시공사가 제시한 노선 3개안 중 주민들은 역곡역을 통과하는 안은 오히려 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으나, 주택가가 거의 없고 공공기관이나 임야지대를 통과하는 2개의 안에 대해서는 더욱 구체화해서 8월 13일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이희면 현대홈타운 주민대표는 “대안노선 자체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우리가 결정할 일은 아니지만, 다른 노선이 가능하다면 우리로서는 (활동)종료사유가 된다”며 “그렇게 되면 변경고시를 국토부가 해야할 것이고 그것이 최종 확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협의회에는 항동 주민대표가 참가하지만, 부천 괴안동, 옥길동 주민과는 이해관계가 같다”며 “광명 일부구간과 부천, 항동 구간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이연주 계장은 “추후 협의 위해 대안노선을 조정 중”이라며 “광명-서울 고속도로의 전체 구간이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한 변경을 최소화해야한다”고 진행상황을 알렸다.


노선변경 협의회는 8월 13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의 협상결과가 타지역 주민에게도 국토부와 시공사에게도 중대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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