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의 교통 대책도 함께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발표한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통해 운정과 삼성을 연결하는 GTX A노선과 양주와 수원을 잇는 C노선을 조기 착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국토부의 계획에 대해 서울·수도권 곳곳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오는 27일 일산 킨텍스에서 착공식을 개최하는 GTX A 노선 일부가 경기도와 서울 도심의 아파트, 주거 단지 지하를 관통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해당 주민들의 노선 변경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GTX 노선 지나는 주변 주민들 항의 반발...노선변경 요구 거세
24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청 측은 "노선이 9단지 일부 동과 동 사이를 비롯해 상가 등을 지나가고 10단지 일부 녹지 축도 지나간다"며 "주민들이 주거하는 건물 밑을 직접 지나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불안해 하며 노선을 변경해 달라는 항의와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청 측도 "GTX A노선 서울역에서 삼성역 구간 일부가 영동대교 남쪽에 위치한 상지리츠빌5차 등 주택가를 지난다"며, 이같은 사실을 통보받은 "입주민 4500여 명의 주민의견서를 받았고 국토부에 주택가 우회 요청을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이같은 요청을 수용하는 게 "기술적·예산적 문제로 사실상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직선으로 고속 주행을 해야 하는 GTX의 특성상 일부 아파트 단지 시설을 관통할 수밖에 없으며, "예민한 사람들은 (진동과 소음을) 일부 느낄 가능성은 있지만, 환경영향평가를 모두 마쳤고 지하 최소 50m 깊이에, 주거동을 피해 공사하고 운행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GTX 착공이 본격화되면 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안전 문제와 재산권 침해 등을 두고 논란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GTX 노선 앞서 반대 투쟁 중인 광명-서울민자고속도로 사업
수도권 터널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GTX 노선이 처음이 아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지 못했을 뿐, 수도권 터널 공사 노선을 두고 벌어진 반대 투쟁은 계속 있어 왔다.
인천 삼두1차아파트 등 주변 아파트 1천700여 가구는 국토교통부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공사를 벌이며 최초 설계와 달리 인천 중구·동구 원도심 구간을 지하터널로 변경하자 발파·굴착공사로 아파트 붕괴위험이 있다며 3년 넘게 천막 농성을 벌이며 투쟁하고 있다.
광명-서울고속도로 터널이 학교 및 아파트 지하를 직접 관통하는 서울 구로구 항동지구 주민들은 벌써 1년이 넘도록 국토부를 상대로 노선 변경 및 승인 고시 철회 반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광명-서울 고속도로는 익산~문산을 잇는 민자고속도로 가운데서 광명-구로-부천-강서를 경유하는 20.2km의 서울시 통과 구간이다.
항동지구현안대책위원회(이하 항동대책위)는 성탄절인 25일, 항동지구 내 푸른수목원에서 주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건설 반대 집회를 갖고 노선 철회 등을 국토부에 요구했다.
'잘 가라, 2018...잘 가라, 광명서울고속도로'
'잘 가라, 2018...잘 가라, 광명서울고속도로'를 슬로건으로 열린 이날 집회는 터널이 관통하는 항동초등학교까지 행진하여 '광명서울고속도로 반대' 카드와 트리 장식 행사를 갖고 다시 푸른수목원 옆 목양전원교회까지 돌아오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했으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진눈깨비가 간간이 날리는 궂은 날씨에 2km에 이르는 비포장도로를 행진하면서 "초등학교, 아파트단지 관통하는 광명고속도로 건설 철회하라", "주민안전 위협하는 광명서울고속도로 결사 반대한다", "주민들의 피눈물로 민자사업자 배불리는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크게 외쳤다.
이날 집회는 항동목양전원교회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성탄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항동 주민들이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민자고속도로 지하 터널 구간이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등의 지하를 직접 관통하기 때문이다. 항동대책위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 인근을 지나는 GTX 노선을 갖고도 지금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고 난리다"며, "광명서울고속도로 항동구간은 이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항동지구가 GTX 노선 건설을 위한 '마루타'인가"
이 관계자는 "광명-서울고속도로 지하터널은 GTX 노선과 달리 ‘지반조건이 매우 불량한 지역’의 아파트와 초중학교를 관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왕복 6차선에 너비가 100미터에 이르는 광폭 터널 공사다"며, "서울에서 이처럼 열악한 조건을 가진 지역에 이같이 대규모의 지하터널 공사가 이루어진 사례는 아직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가한 주민 강기정씨(41)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국토부가 지금 항동지구를 'GTX 건설의 마루타'로 삼으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한번도 건설한 적이 없는 서울시내 구간 지하터널 공사에 대한 실험 대상으로 국토부가 항동지구를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강씨는 이어 "항동지구는 구로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설 당시에도 이른바 '빈집털이'를 한 번 당한 바 있다"며 "주민들 입주가 채 이루어지지 않은 틈을 타서 벌어진 이같은 일을 두번씩 당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참가했다"고 성탄절날 집회에 참석한 배경을 밝혔다.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는 김미영씨(39)는 "어린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바로 밑에서 발파 작업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모두가 즐겁고 평화롭게 쉬는 성탄절에 아이들과 함께 광명서울고속도로 반대 행사에 나온 부모의 심정을 국토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올해 2월 국토부가 승인한 광명-서울 민자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그동안 수 차례의 협상회의와 주민들의 실력 행사, 공사 구간 입주예정자들의 승인고시 무효소송 등이 병행되면서, 현재는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시행사인 서서울고속도로가 지난 10월 31일 태영건설과 이 사업 관련 공사 수주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국토부에 공사 착수계를 제출했으나, 국토부는 "지하 통과구간 안정성 검증 및 소음, 진동, 환경피해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는 등 실시협약 및 실시계획 승인 조건에 미충족하여 공사 착수가 어려운 상태"임을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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