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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원① 「스카이 캐슬」 속 학종 코디네이터, 현실에선 존재감 미미해 - 현직 교사가 들려주는 일반인은 알지 못하는 진짜 학교 이야기, 첫 번째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19-01-17 17: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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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 거의 모두는 정치 전문가이다. 대한민국 국민 거의 모두는 축구 전문가이다. 대한민국 국민 거의 모두는 교육 전문가이다.

전문가가 많다는 것은 문제가 그만큼 뿌리가 깊거니와 해결하기도 어렵다는 역설적 증거일 게다. 한국 정치는 늘 3류 저질 정치였고, 한국 축구는 월드컵 본선 16강의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기 일쑤였으며, 한국 교육은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한 이후로 변함없이 꾸준하게 망국의 근원이었다.

그럼에도 교육이 정치 및 축구와 차별화되는 중차대한 한 가지 지점이 상존한다. 정치인들이 어떻게 의정활동을 벌이는지는 9시 뉴스를 시청하면 알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어떻게 공을 차는지는 텔레비전의 중계방송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반면에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실제, 진짜로” 어떻게 가르치고 학생들은 어떻게 배우는지를 목격한 적이 있는 일반 성인들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리라.

아는 사람도 참견하고 모르는 사람도 간섭하는 정치나 축구와는 다르게 순전히 모르는 사람들만이 간섭하고 참견해온 대한민국 교육이 실상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일선 학교에서 교편을 오랫동안 잡아온 현직 공립학교 교사로부터 들어봤다. 인터뷰는 2019년 1월 16일 수요일 정오를 전후한 시간, 서울 구로구의 디지털 밸리에 자리한 팍스뉴스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전대원 선생님(사진 속 인물)은 MBC 문화방송의 「100분 토론」에 토론자로 출연한 것이 단순한 우연의 소산이 아니라는 듯이 웬만한 정치인 뺨치는 유려한 언변과 노련한 인터뷰 태도를 과시했다. 그러면서도 현직 교사 신분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철저히 지키는 신중함과 절제력을 시종일관 발휘해나갔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공희준 (이하 공) : 요즘 JTBC에서 방영하는 「SKY 캐슬」이란 드라마가 장안의 화제라고 들었습니다. 해당 드라마가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진짜로 정확히 짚어내고 있는지 현직 교사의 관점에서 비평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대원 (이하 전) : 「스카이 캐슬」에서의 ‘스카이’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문 첫 글자에서 따왔음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캐슬(Castle : 성城)은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롯데 캐슬」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드라마는 가상의 내로라하는 사립대학인 주남대학교 교직원들이, 대한민국 상위 0.1프로의 특권층만이 거주할 수 있다는 스카이 캐슬에 입주한 다음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공 : 교직원이면 주로 교수들을 가리키나요?


전 : 주남대학교 부속 대학병원 의사, 주남대학교 로스쿨 교수 등이 주요한 출연 인물입니다. 거기에 입시 코디네이터가 덧붙여 등장합니다. 정확히는 학종 즉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 코디네이터입니다. 이 사람에게 아이들의 명문대학 입시 비용으로 지불되는 금액이 서울의 웬만한 집 한 채 값입니다. 적어도 몇 억은 된다는 암시입니다. 은행의 VVIP 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종 코디네이터와 입시생을 둔 학부형 간의 만남이 이뤄지는 것으로 드라마는 상정하고 있습니다.


전대원 선생님(이하 전대원 선생으로 호칭함)이 차례차례 건조하게 열거하는 드라마 속의 극적 장치들은 필자 같은 평범한 서민들 입장에서는 듣는 것만으로도 속에서 열불이 터지고 욕지기가 나오기에 충분했다.


전 : 「스카이 캐슬」은 자극적 요소도 많고, 재미있는 내용도 풍부한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드라마가 상업적 측면에서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합니다.


공 : 말씀을 들어보니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한국사회 상위 0.1퍼센트가 뭐가 아쉬워서 하릴없이 입시 지옥에 목을 매답니까? 외국에 있는 대학에 그냥 돈 내고 자식들 입학시키면 되지요.


전 : 「스카이 캐슬」은 실제 현실에 부합하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사람마다 당면한 현실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주식시세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캄보디아의 한적한 농촌에 사는 주민에게 뉴욕 월가의 다우 존스의 주가지수가 당장 무슨 의미와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것처럼 한국사회 0.1프로의 삶 속에 대학입시가 그렇게 절박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는지 저로서는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어폐가 있는 설정은 또 있습니다. 가령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궁전 같은 넓고 화려한 저택에 가정부를 두고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다. 때마침 엊그제 중앙일보에 댓글로 시끌벅적해진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대기업 직원인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생활하는 어느 여성이 있는데, 그 가정의 한 달 수입이 1,200만 원이라고 합니다.


공 : 월수입이 아닌 연수입이 1,200만 원인 세대도 우리나라에는 아직 수두룩합니다.


전 : 저는 월수입이 1,200만 원인 경우도, 연수입이 1,200만 원인 경우도 일반적 사례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하고 예외적 경우일 가능성이 큽니다. 황당한 건 중앙일보 기자의 논조였습니다. 월수 1,200만 원인 계층의 생계를 염려해주는 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중앙일보의 기사를 보면 심지어 월수입 1,200만 원인 비교적 혜택 받은 계층조차 자신의 미래와 생계에 대해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는 좋은 학교를 다녔다고 해서 꼭 왕족 같이 사는 것 아니란 반증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명문대학의 유명 학과를 나오면 무조건 잘 살 것이라는 식의 「스카이 캐슬」의 이야기 얼개는 지나치게 허구적이면서도 작위적일 수가 있습니다.


공 : 제가 겪어본 바에 따르면 자식들 입시에 제일 광분하는 동네는 강남구의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이 아닙니다. 짝퉁 강남 내지 무늬만 강남이라고 일컬어질 수 있는 잠실 같은 동네입니다. 단적으로 산부인과에 가보면 담당 의사가 제일 먼저 하는 얘기가 “태아가 뇌가 정상입니다”라는 진단입니다. 제가 들어봐서 압니다. (웃음) 자식의 소위 일류대 합격에 집안의 명운을 거는 계층은 가계소득 기준 상위 1프로가 아니라 상위 10프로입니다.


전 : 정확히 보셨습니다.


공 : 상위 1퍼센트가 뭐가 답답해 남한 땅의 대학교 입시에 애면글면합니까? 돈 많겠다. 백줄 빵빵하겠다, 마음 편히 룰루랄라 하며 살면 되는데…. 선생님께서 해주신 소개와 비평을 종합해보니 문제의 드라마는 상위 10프로가 꿈꾸고 상상하는 상위 1프로의 모습과 세계를 그린 데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 드라마도 직접 보지 않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께서 저보다 훨씬 더 「스카이 캐슬」에 대해 잘 아시네요? (웃음)


공 : 저는 텔레비전에서 스포츠 뉴스와 날씨 예보만 봅니다. (웃음) 우리나라 담론 시장은, 여론의 광장은, 민심 형성의 틀은 공무원과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상위 10퍼센트 계층이 이미 오래전부터 확고하게 장악해왔습니다. 한 달에 1,200만 원 버는 사람들은 상위 1프로보다는 상위 10프로에 더욱더 가까운 집단에 들어가고요. 문제는 상위 10프로가 상위 1프로로 상승하기가 무척이나 힘든 만큼이나, 하위 90프로가 상위 10프로의 대열에 진입하는 일 또한 그와 매한가지로 몹시도 어렵다는 점입니다.


전 : 「스카이 캐슬」이 우리나라 교육 현실의 고질적 문제점들을 굉장히 적확히 짚어냈다고 하는데, 저는 어떤 것을 짚어냈다는 것인지 여전히 알쏭달쏭합니다.


드라마가 부추긴 입시 코디네이터 열풍


전대원 선생은 「스카이 캐슬」 속의 악독한 입시 코디네이터는 신데렐라 드라마 안의 착하고 잘생긴 대기업 실장님처럼 허구적 존재에 불과할 뿐이란 팩트 폭격을 감행했다. 사진은  「스카이 캐슬」의 한 장면.

공 : 드라마가 비유적으로 전하려고 애쓰는 메시지는 코디네이터라고 불리는 전문적 입시 컨설턴트가 필요할 정도로 대학 입시가 ‘쩐의 전쟁’이 되었다는 고발 같기도 합니다.


전 : 제가 현직 교사인 데다 제 아내도 직장에 출근해 일하고 있으니 저 역시 상위 10프로 안에 포함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은 이렇습니다. 이를테면 제 왼쪽 옆집에는 대기업의 간부급 직원이 살고 있고, 오른쪽 옆집에는 탄탄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거주하고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두 분 전부 상위 10프로에 범주에 포함되는 사람들입니다. 제 아들이 이런 분들의 자녀와 나란히 같은 학원에 다니는데, 제가 아들과 함께 학원을 드나들면서 유심히 관찰해본 결과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원에서 입시 코디네이터는 핵심 직종이 아니었습니다. 드라마에 출현하는 입시 코디가 상위 0.1프로의 삶에서는 진짜로 대면하는 직업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위 10프로의 인생에서는 입시 코디네이터의 있고 없음이, 혹은 좋고 나쁨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습니다. 강남에서는 그와 같은 코디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를 제가 가끔씩 전해 듣긴 했지만, 현실과 드라마는 본질적으로 많이 다릅니다.


공 : 웃자고 만든 드라마를 죽자고 볼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네요?


전 : 그렇습니다. 「스카이 캐슬」을 보며 한국 교육의 문제를 추궁하는 일은 「태왕사신기」를 시청하면서 고구려 역사를 연구하는 행위와 비슷합니다.


공 : 「태왕사신기」를 본 후에는 고구려는 남지 않고 이지아만 남더라고요. 「스카이 캐슬」의 주연 배우는 누구인가요?


전 : 탤런트 염정아 씨입니다.


공 : 그것도 나중에는 염정아의 이미지만 남겠네요.


전 : 한마디로, 느낌만 남는 겁니다. 드라마에서 입시 코디네이터는 표독스러운 악녀로 그려집니다. 현실에서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입시 학원들로 유능한 코디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전화가 불티나게 걸려왔다고 합니다.


공 : 사실 저는 입시 코디라는 용어를 선생님과의 오늘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접해봤습니다. 저는 여태껏 입시 컨설턴트라고 알아왔기 때문입니다.


전 : 입시 컨설턴트를 드라마에서 코디네이터로 바꿔 부르자 많은 시청자들에 여기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골든 타임」이라는 드라마를 아십니까?


공 : 명칭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청한 경험은 없습니다.


전 : 아주대학교 응급의학과의 이국종 교수님의 지적에 따라면 정확한 명칭은 ‘골든 아우어(Golden Hour)’라고 합니다. 그분이 이렇게 계속 정정을 해줘왔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에서 ‘골든 타임’이라고 일단 한번 해버린 탓에 그게 마치 표준적인 보통명사처럼 굳어졌다고 합니다. 저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도 오도된 인상과 인식을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킴으로써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스럽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공 : 우리나라는 방송사의 예능 PD와 드라마 작가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관료와 재벌이 다스리는 나라가 아니라요. 이건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습니다. 왜냐?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PD들과 드라마 작가들은 자신들의 판단과 선택이 사회에 미친 파장과 영향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쥐락펴락하는 사회와 나라들 치고 최종적으로 잘된 사회와 나라는 역사상 단 한 개도 없어왔습니다.


전 : 저도 언급하신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드라마가 대중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요.


공 : 부당한 영향은 미치되 정당한 책임은 결코 지지 않는 사람들을 전부 다 깡그리 우리 사회에서 퇴출시키는 게 저 같은 영세 유사 언론인들이 짊어진 사명이자 목적입니다. (웃음)


전 :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바라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학원가에는 자기들도 코디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고 호소하는 입시생들과 학부모들의 행렬이 쇄도한다는 씁쓸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코디네이터가 관여하는 입시상담을 일절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명확하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면 도움을 받아야지요. 그러나 지금은 학종 코디네이터의 역할과 중요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풍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공 : 저도 코디 한 분을 알고 있기는 합니다. 저희 집 정수기를 관리해주시는 코디네이터님이요.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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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17 17: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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