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한글날의 쑥스러운 중국 칭찬
2018년 10월 9일 수요일 오늘은 제572돌 한글날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손꼽히는 조선 왕조의 세종대왕이 이해하기에 어렵고 복잡한 한자를 모르는 평범한 일반 백성들도 편리하게 읽고 쓰면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우리 고유의 문자체계인 한글을 집현전 학사들의 도움을 받아 창제한 역사적 날이다.
나라말이 중국과 다른 사실이 다시금 일깨워지는 이날, 하필이면 중국 공산당이 현재 채택하고 있는 정치체제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해놓은 책의 내용의 일부를 인용하자니 영화적 표현을 빌리면 기분이 조금은 거시기하다. 그러나 내가 지금 하려는 주장을 굉장히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문장인 터라 도무지 인용하지 않으려야 않을 도리가 없는 점을 독자들께서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부탁하련다.
“(정치 지도자의 인민에 대한) 봉사 의지를 확인하는 보다 확실한 방법은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려는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위의 구절은 "차이나 모델 – 중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왜 유능한가(다니엘 A, 벨 지음, 김기협 옮김 / 도서출판 서해문집" 173~174쪽에서 옮겨온 글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의 치명적 단점은 이야기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너무나 적은 데 있다. 국회에서 고위공직자 후보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사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분노와 절망에 휩싸이는 까닭은 공직 후보자들이 이제껏 대외적으로 알려진 명성이나 그간 쌓아온 화려한 사회적 경력과는 달리 실생활에선 철저하게 사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삶을 살아온 데 있다. 이렇게 철두철미 개인적 이득만 좇는 대목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여당과 야당의 차별성도 없다.
유은혜는 왜 부메랑을 맞았나
야당 의원 시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지명한 고위공직자 후보들을 매섭게 질타해온 유은혜 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요번에는 인사청문회에 후보자 자격으로 앉았다가 자신이 과거에 타인들을 향해 내뱉었던 가시 돋친 독설들에 부메랑처럼 얻어맞은 결과로 도덕성과 정당성 모두에서 치명상을 받은 사건이 무엇을 웅변하겠는가?
공인의 공인답지 않은 도덕적 해이의 행동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인사청문회장이 면밀한 정책과 비전 검증의 무대가 아닌, 너절한 내로남불의 향연장이 오랫동안 되어온 근본적 배경이다. 이와 같은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네가 하면 불륜” 식의 위선과 이중 잣대의 볼썽사나운 향연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 더욱더 질펀하게 펼쳐지고 있다.
산업화의 역군임을 자처하는 소위 보수세력은 자기네가 남들 두 다리 쭉 뻗고 잠잘 때 조국 근대화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땀을 흘렸다고 목청을 높인다. 정권을 빼앗기고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이 그렇다.
민주화의 기수임을 자부해온 이른바 진보진영은 남들은 도서관에서 고시공부할 적에 본인들은 길거리에서 독재권력과 가열 차게 투쟁했다고 입에 침을 튀긴다. 정권을 되찾아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해당한다.
양 집단 전부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최대한 홍보하면서 정치권에서의 존재의 이유를 확보하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히려고 시도한다.
나 또한 이들의 노고와 기여를 흔쾌히 인정하겠다. 자유한국당은 산업화를 위해 헌신하고, 더불어민주당은 민주화를 위해 분투했다고, 그럼에도 정말 진지하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지금, 여기에서”도 희생하고 봉사하느냐고?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지금 여기에서는 절대 희생하려 들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는 보수는 이념이 아닌 욕망일 뿐이다. 지금 여기에서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는 진보는 이념이 아니라 직업에 불과하다. 욕망이 된 보수와 직업이 된 진보가 벌이는 그들만의 물질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밥그릇 투쟁,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의 부끄러운 본질이고 적나라한 현주소이다.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희생해라
아이소포스는 '이솝 우화'로 한국인들에게 더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이다. 그는 자기가 로도스 섬에서 올림픽 우승자보다도 더 높이 뛰었었다고 자랑하는 허풍선이를 향해 “여기가 로드스다. 여기서 뛰어봐라”라며 통렬한 면박을 주었다. 아마 이솝이 활동하던 당시에도 과거 한때 개인적 이익을 희생한 일을 남은 평생에 걸쳐 사골국물 끓여내듯 두고두고 우려먹는 부류가 도처에서 발호했던 모양이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로도스에서 뛰었던 것처럼, 지금 여기에서도 뛴 아주 드문 사례에 속한다. 그는 로도스에서 뛰어올랐던 높이만큼은 지금 여기에서 도약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관건은 그가 지금 여기에서 진짜로 뛰었다는, 곧 개인적 이익을 희생했다는 부분에 자리한다. 이는 김상곤과 그의 후임자인 유은혜 사이의 아직까지의 결정적 차이점이다.
솔로몬 대왕의 지혜로도 해결하기 난망한 과제가 한국사회의 교육 문제다. 솔로몬은 서로가 아기의 친엄마임을 주장하는 두 명의 여인들 중 진짜 생모를 슬기롭게 가려냈다. 알렉산드로스 대제의 단호함과 과감함으로도 청산하기 곤란한 적폐가 대한민국 교육계가 쌓아올린 모순과 병폐들이다. 알렉산드로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쾌도난마로 잘라냈다. 이 매듭을 푸는 인물이 아시아를 정복할 것이라는 예언이 전승되어오고 있었다.
임기가 정해진 교육부 장관이 정년은 있어도 임기는 없는 교육부 관료들의 철밥통을 상대로, 임기도 없고 정년은 더더욱 없는 거대 사교육 자본의 기득권과 맞붙어 한국교육의 혁신과 변화를 이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노릇이다.
그렇다면 교육부 장관은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월급이나 그저 축내며 무위도식해야만 할까? 구조적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옹색한 처지라면 우리나라 교육행정의 수장은 아이들의 교육상 좋은 미담을 재임기간 중에 단 한 가지라도 남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옳다. 나는 김상곤은 문재인 정부의 나머지 모든 고관대작들은 이 핑계 저 핑계 궤변 섞어 둘러대며 팔지 않고 있는 강남의 아파트, 그 금싸라기 집을 눈 찔끔 감고서 팔았다는 일만으로도 아이들 교육에 바람직한 미담을 이미 충분히 남겼다고 확신한다. 그는 국가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려는 의지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몸소 확인시켜주었다.
당신, 팔아봤어
김상곤 교육감을 기존의 통념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필자를 향해 그까짓 게 무슨 대단한 업적이냐고 도끼눈을 뜨고 반문할 사람들이 혹여 있다면 나는 이렇게 결론 삼아 되묻고 싶다.
“당신, 팔아봤어?”
2018년 기준으로 대한민국 부총리의 월급은 1억 3,184만 8,000원이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은 부총리 직급의 월급을 수령했을 테고, 그는 15개월가량 부총리로 근무했으니 총 1억 6천 5백만 원에 약간 못 미치는 월급을 국가에서 받아갔으리라. 김 전 장관이 강남구 대치동의 본인 소유 중대형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음으로써 입은 개인적 손실은 최소한 3억 원 이상일 터이다. 따라서 김상곤은 1달에 1천만 원씩 스스로의 돈을 써가며 장관직을 수행한 셈이 된다. 그는 정몽준 전 의원이나 안철수 전 의원 같은 주식 부자도 아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망하지 않는 불의한 세태가 국민의 반기업정서를 키웠다. 나라경제는 휘청해도 공무원들의 재산만은 꾸준히 증식되는 일그러진 현실이 전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제일 애국심이 떨어지는 참담한 사태를 초래했다.
대한민국 헌정 체제가 시작된 이래로 고위공직에 머무른 대가로 오히려 재산이 팍 축나버린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젊고 개혁적인 여성 정치인의 대명사로부터 ‘내로남불의 여왕’으로 급전직하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전임자의 사례에서 크게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장관을 하면서 재산이 확 줄었다는 후일담만큼 유은혜 장관이 교육부 총사령탑으로서 후세에 남겨줄 수 있는 치적은 별달리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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