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나날이 동네북이 돼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다는 동네에서 자라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다는 학교를 나와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좋다는 공직을 거쳐온 한동훈 대표에게는 만만한 동네북 신세가 돼버린 자신의 현재 처지가 선뜻 믿어지지도, 쉽게 이해되지도 않으리라.
그러나 전광판을 바라보지 않겠다는 독선적 옹고집으로 똘똘 뭉친 나이든 문제아는 윤석열 대통령 하나로 이미 차고도 넘친다. 궁지에 몰린 꿩이 땅속에 머리를 박는다고 해서 꿩을 쫓아오던 매가 사라지지 않듯이, 멀쩡히 가동되는 전광판을 외면한다고 하여 지고 있는 경기가 저절로 역전되지는 않는다. 전광판에 표시된 점수와 남은 시간을 정확히 직시해야 불리한 승부를 유리한 판세로 반전시키는 데 필요할 적절한 작전을 궁리ㆍ구사할 수가 있다.
작금의 한동훈은 전광판을 이 악물고 정면으로 쳐다볼 필요성이 있다. 관건은 전광판에서 그가 주시해야 할 부분은 양팀의 득점 현황이 아니란 점이다. 한동훈은 지금 어느 팀이 운동장에서 시합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만 한다. 자기 팀도 아닌 남의 팀들끼리 하는 경기에 애면글면하며 목매달고 있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짓도 드문 탓이다.
한동훈은 윤석열 정권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내각에 입각하며 본인을 윤석열의 후계자로 자리매김시켰다. 한동훈의 첫 번째 치명적 패착이었다. 한동훈은 용산 대통령실이 무리수 반, 꼼수 반으로 세운 김기현 당대표 체제가 무너진 후과로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는 자기를 윤석열의 구원투수로 규정지었다. 한동훈의 두 번째 결정적 자충수였다.
필자의 이와 같은 진단은 너무 결과론적 분석이라고 비난받을지 모른다. 그런데 특수부 엘리트 검사 출신의 내로라하는 법률전문가인 한동훈에게 인간의 본질, 특히 단시간에 성공한 권력자의 본성에 관한 약간의 통찰과 식견만 있었어도 윤석열의 후계자나 구원투수를 아예 처음부터 무모하고 성급하게 자임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 윤석열 대통령처럼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큰 성공을 거둔 인간은 성공의 저주에 걸리기 마련이고, 성공의 저주에 걸리면 스스로를 불세출의 위대한 인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불세출의 위대한 인물에게 어째서 후계자나 구원투수가 요구되겠는가?
따라서 그 위대한 인물 앞에서 후계자나 구원투수를 함부로 자처하는 행동은 무조건 불충이고, 예외 없이 반역이다. 윤석열 단 한 명에게만 사용이 허락된 영구결번된 등 번호를 겁도 없이 유니폼에 붙이려던 한동훈은 이리 가나 저리 가나 어차피 ‘배신자 프레임’에 꽁꽁 포박당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인 셈이다. 이는 윤석열 입장에서 한동훈은 애초부터 구단의 일원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한동훈 혼자서 허황된 헛물만 켰다고 하겠다.
그렇다. 윤석열에게는 후계자도, 구원투수도 불필요했다. 단지 사랑하고 숭배할 여신의 존재만이 절실하게 아쉬웠을 뿐이다. 문제의 여신 역할은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영부인 김건희 여사에 의해 지나치게 잘 수행ㆍ소화되고 있다.
성공의 저주에 걸려 하염없이 불가역적으로 자멸해가는 위대한 불세출의 영웅 옆에서 살아 있는 여신 구실을 해주며 국가권력을 야금야금 교묘하게 장악해간 수완 좋은 여인네들을 역사는 ‘경국지색’이라 기록해놓고 있다. 김건희 여사 역시 달기나 포사, 혹은 서시나 양귀비처럼 나라를 망국으로 이끈 경국지색에 해당할까? 나의 이러한 발칙하고 도발적인 물음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께서 자체적으로 내려주시길 바란다.
한동훈은 그가 직면한 총체적 난국을 여당 당수로서의 위상과 권능을 활용해 타개ㆍ돌파하려 시도하는 양상이다. 한동훈의 위기극복 전략은 과연 적중ㆍ주효할 수 있을까? 정답을 미리 보기 하자면 성공은커녕 그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을 따름이다.
한동훈은 윤석열이 엉망으로 만들어놓은 국정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욕망과 의지에 불타고 있다. 그가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진 정부와 의사단체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려고 계속 동분서주하는 까닭이다. 비유하자면, 윤석열이 난장판으로 만든 주방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국민들로부터 점수를 따겠다는 심산이다. 윤석열이 잔뜩 더럽히고 어질러놓은 그릇들을 깨끗이 설거지한다고 하여 한동훈이 민심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한동훈의 시국 인식은 아직도 터무니없이 안일하며, 그의 측근들이 조언해줄 정세분석은 여전히 황당할 정도로 낙관적이다. 윤석열 정권을 향한 일반 국민의 분노와 염증은, 불신과 환멸은, 배신감과 실망감은 설거지 수준에서 해소될 단계는 진즉에 끝났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될 즈음 실시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들은 윤석열 정권이 심리적 탄핵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여러 야당 정치인들의 주장이 근거 없는 과장이나 일방적 억측만은 아니었음을 구체적 통계 수치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대다수 유권자가 윤석열 정권을 하루빨리 신속하게 흔적조차 없이 철거돼야 마땅할 불법 무허가 함바식당 건물쯤으로 생각하는 상황이다. 한동훈은 이 말썽 많은 사고투성이 함바집 주방에서 열심히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민심의 전반적 흐름이 머잖아 바뀔 것이라는 단세포적이고 일차원적 발상에 머물러 있다. 그러니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로부터 미움은 미움대로 받으면서, 국민들로부터 원망은 원망대로 사고 있는 것이다. (②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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