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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헌③, “충청 정치의 봄이 바야흐로 시작되고 있다” - 구태 정치인과 친일 정치인은 충청권에서 더는 발을 못 붙여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3-28 17: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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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도는 한국정치의 질서와 향방을 강력히 규율하는 축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 구도에서 충청은 캐스팅 보팅 역할을 떠맡으며 짭짤한 실리를 취해왔다. 문제는 호남과 영남 사이에서 대세에 편승해 승자의 편에 서는 데만 지나치게 익숙해진 탓에 충청권에는 스스로 주인이 되려는 크고 담대한 주체적 야망과 의지를 가슴에 뜨겁게 품은 정치인이 너무나 오랫동안 부재해왔다는 사실이다.

안장헌 충청남도 도의회 의원은 긴 세월 동면상태에 놓여 있던 충청 정치가 이제는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날 때가 왔음을 역설하고 있었다.

공희준(이하 공) : 국민의힘 소속으로 충남지사 후보 물망에 올랐던 정치인들의 면면을 둘러보면 참신하고 개혁적인 성향보다는 구태의연한 분위기를 더 짙게 풍기고 있습니다. 때마침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굴욕외교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공공연히 두둔하고 나섰던 인물들이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충청권 출신입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친일파가 되겠다”고 말했다가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빚었습니다, 충남 공주ㆍ부여ㆍ청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정진석 의원은 ‘식민지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며 가해자인 일본이 아니라 피해자인 한국을 되레 꾸짖는 발언을 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비록 몇몇이기는 합니다만 충청도 정치인들이 왜 이렇게 일본에 대해 비굴하게 느껴질 만큼 저자세인 걸까요? 친일적 망언도 잦고요?


항일(抗日)의 땅 충청에서 친일 망언은 용납되지 않아

 

안장헌 충남도의회 의원은 유관순 열사와 윤봉길 의사의 고향인 충청남도에서 민족의 가슴에 못을 박는 친일 망언은 용인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안장헌(이하 안) : 종래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관찰해보면 한 가지 뚜렷한 거시적 특징이 포착됐었습니다. 충청권의 민심은 큰 틀에서 여당과 흐름을 같이해왔다는 점입니다.

 

공 : ‘이기는 편, 우리 편’이었네요.

 

안 : 정권의 이념적 성격과는 무관하게 여당에 대한 호의적 태도가 주류를 이뤄왔습니다.

 

공 : 정권이 진보면 충청도 진보가 되고, 정권이 보수면 충청권도 보수네요. 대세에 올라타려는 악대차(Bandwagon) 효과가 충청 지역에서는 유달리 맹위를 떨치는 형국입니다.

 

안 : (상기된 표정으로) 그런데 충청도가 변했어요! 단지 여당이란 이유만으로 무조건 지지해주는 경향은 더 이상은 관찰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 : 승리의 충청도에서 소신의 충청도로 바뀐 원인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합니다.

 

안 : 충남은 유관순 열사가 태어난 곳입니다. 윤봉길 의사를 배출한 고장입니다. 그 때문에 현재 충청남도에서는 「충남의병기념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공 : 민족주의 사학의 거두인 단재 신채호 선생도 충남 태생입니다.

 

신채호 선생이 탄생한 충남 대덕군은 지금은 대전광역시로 편입된 상태다.

 

안 : 일제 강점기에 항일독립투쟁에 앞장선 수많은 애국지사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충청남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충청권에서 출생하고 성장했다는 내로라하는 집권당 정치인들이 친일 망언을 서슴지 않는데 충남 민심이 윤석열 정권에 어떻게 우호적일 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충북의 김영환 지사도, 충남의 정진석 의원도 충청권에 실질적 생활기반을 갖고 계신 분들이 아닙니다. 그분들이 충청 지역에서 아이들을 키우기를 했습니까? 아니면, 실제로 이곳에서 거주하기를 했습니까?

 

충청도에서 살림하고, 아이 기르는 사람이면 일본에 머리를 조아릴 수도 없고, 조아려서도 안 됩니다. 이와 반대로, 충청도를 다만 자기들에게 기꺼이 표 찍어주는 동네 정도로 생각하는 구태들만이 우리나라를 불법적으로 침탈해 잔인한 식민지배를 자행했던 일본을 향하여 줏대 없이 굴종할 수가 있습니다. 오직 구태들만이!

 

공 : 오로지 구태들만이.

 

안 : 변화된 충청 민심은 외세에 굴종하는 구태 정치인이라면 여당을 야당을 가리지 않고 단호히 심판하고 응징할 기세입니다. 저는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우리 지역의 민심 때문에 정부여당 지지율이 충청권에서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그려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공 : 김영환 충북지사께서는 경기도 안산에서 4선 지역구 국회의원을 기록하셨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서울 왕십리에 소재한 고등학교를 나오셨고요.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얘기로는 정 의원이 고교 선배라고 합니다. 저는 김영환 지사나 정진석 의원이 충청권의 대표주자로 분류되는 게 꽤 어색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 정진석 의원은 선친이 공주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던 일을 정치적 발판으로 삼고 있습니다.

 

공 : 윤석열 정권의 넘버 2로 통하는 장제원 의원의 경우처럼 영락없는 지역구 세습이네요. 정진석 의원이 진정으로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바란다면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안전한 지역구에 틀어박혀만 있지 말고, 보수 정당에게는 험지일 서울 성동구에 출마해 임종석 전 의원과 정면대결을 불사해야 옳습니다. 고등학교도 그곳에서 다니셨으니 성동구에 연고가 전연 없는 것도 아니거든요.

 

안 : 얼마 전 3월 8일에 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공 : 당연히 각급 농업협동조합 조합장 선거도 포함됐겠네요?

 

안 : 예, 물론입니다. 이 선거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오랫동안 조합장 자리를 지켜온 분들이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분들은 지역에서의 지명도가 높습니다. 경력들도 하나같이 화려합니다. 자금조달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화와 쇄신의 칼바람을 피해가지를 못했습니다. 전면적 쇄신을 향한 여망과 갈증은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었습니다. 중장년 세대도, 어르신 세대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심이 이번 조합장 선거를 계기로 분명히 확인됐습니다. 변화와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자신들의 삶이 힘들어질 것이란 믿음이, 조합의 미래가 암울할 것이란 깨달음이 조합원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때문입니다.

 

공 : 올봄의 조합장 선거가 내년 봄 총선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해줬다는 뜻이네요?

 

안 : 예, 그렇습니다. 참신하고 유능한 리더십의 출현을 바라는 민심에는 너나가 없습니다.

 

충청의 민심은 큰 정치인의 출현을 염원해


안장헌 충남도의원은 충남이 늘어난 인구와 경제력에 상응하는 정치적 발언권을 마땅히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김한주 기자)

공 : 대중의 인식에서는 충청도가 영호남과 견주어 인구가 적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안 : 실제는 다릅니다. 현재는 충청권 전체를 통틀면 인구가 약 550만 명에 이릅니다. 인구수에서는 충청이 호남을 이미 추월한 상황입니다. 타향으로 이주한 충청인까지 합산하면 충청 인구가 최소 8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공 :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서남부 지역은 충청 출신 인구가 대단히 많습니다. 2020년의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을 싹쓸이한 것도 알고 보면 수도권의 충청 출향민들이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외면한 데 그 주요한 원인이 있습니다.

 

안 : 인구도 인구이지만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충청권의 비중과 영향력이 그도안 과소평가돼왔습니다.

 

공 : 광역자치단체를 기준으로 충청도가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순위가 전국에서 어떻게 되나요?

 

안 : 제가 도의원으로 있는 충청남도만 보자면 2021년도의 1인당 GRDP에서 대규모 제조업체가 밀집된 울산에 뒤이어 2위였습니다. 외려 서울보다도 앞선 순위였습니다. 삼성과 현대 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충남에 다수 자리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충남이 수출액 기준으로 2022년에는 전국에서 2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경기도였고요.

 

공 : 경기도에서 삼성전자 공장이 가동되는 점을 고려하면 충남이 사실상 1등이네요.

 

안 : 충남이 울산보다도 더 많은 액수의 상품을 외국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공 : 충청도가 산업이 발달해 있다는 사실이 여태껏 널리 알려져 있지를 않습니다. 저는 각종 예능 콘텐츠의 영향이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개그맨 최양락 씨와 김학래 씨가 출연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아웅다웅하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묘사되는 한적한 농촌 분위기가 여전히 일반적인 충청도의 인상으로 외지인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돼 있습니다.

 

안 : 충남은 축산업에서도 전국에서 2등을 달리고 있습니다. 수산업 분야에서는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고요.

 

공 : 경제력이 신장되면 그와 정비례해 정치적 발언권도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충청도 분들이 들으면 불편한 비유겠지만 저는 현재의 충청도가 경제적으로 한창 잘나갈 때의 일본처럼 생각됩니다. 그 무렵의 일본이 경제는 대국인데, 정치적으로는 국제무대에서 변방 취급을 받았거든요. 일본은 이웃한 나라들을 침략한 원죄가 있으니 그렇다 쳐도, 충청도는 경상도나 전라도로 쳐들어가 그곳을 식민지로 삼았던 부끄러운 과거도 없는데 정치적으로는 과도하게 위축돼 있습니다.

 

안 : 저도 그 부분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쉽고 답답합니다.

 

공 : 저는 솔직히 분하고 억울합니다. 왜냐? 의원님 말씀을 빌리자면 충남이 수산업에서 선두권을 벗어난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다른 지역 출신 인사들에게 번번이 빼앗기고 있잖아요.

 

안 : (착잡한 목소리로) 구한말의 개항이 부산과 인천, 그리고 목포를 중심으로 이뤄진 여파가 있습니다.

 

공 : 그건 충청도의 정치적 존재감이 미미한 현상을 저 옛날 백제 말기의 의자왕이나 계백 장군 탓으로 돌리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안 : 개항이 늦었던 데 더하여 충남에 대규모 항구 시설이 부족한 까닭에 해수부 장관 인선 과정에서 우리 지역의 입김이 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진항이 있기는 한데 부산항이나 인천항에 견주면 규모 측면에서 상당히 밀리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공 작가님께서 방금 날카롭게 지적해주신 바대로 해양수산부가 출범한 지 30년이 가까운데 충청 출신의 해수부 장관이 얼마 되지 않는 사실을 머리에 떠올리면 저 역시 속이 쓰립니다.

 

공 : 제가 고향이 ‘충청도의 충청도’로 불리는 공주인 덕분에 충청 정치의 장기간에 걸친 정체와 지리멸렬을 드러내놓고 질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지인이 그랬다면 특정 지역 폄하로 욕을 먹었을 테니까요. 충청도의 정치적 왜소함을 타개할 전략적 방안을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안 : 힘센 지사를 자처하는 김태흠 충남지사님께서 정말 뭐라도 하셔야 하는데….

 

공 : 김태흠 지사가 진짜 힘센 지사라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처럼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으로 들이받아서라도 충청권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 데 총대를 메야 마땅합니다. 실상은 들이받기는커녕 열심히 손바닥만 비비는 기색이십니다.

 

안 : 충청도는 제3지대 내지 제3정당의 터전 구실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데만 만족하는 그와 같은 3등 전략은 작금에는 시효를 다했습니다. 문제는 충청을 중심으로, 혹은 충청권이 주도적으로 정권을 창출한 경험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공 : 정치에서건, 경제에서건, 스포츠에서건 승리의 경험은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오죽하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속담마저 세간에서 탄생했겠습니까?

 

안 : 작게는 충청 출신 정치인들이, 크게는 충청권이 우리나라 중앙정치 무대에서 명실공히 주역이 돼본 적이 해방 이후에는 아직까지 거의 없습니다. 그로 인해 충청권의 확실한 구심점이 되어줄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좀처럼 출현하지 못해왔습니다. 그러한 구심점의 부재는 무늬만 충청인인 정치인들이 지역 내에서 발호하고 득세할 빌미가 됐습니다.

 

공 : 한국인들은 소속 정당이 자주 바뀌는 정치인을 철새정치인으로 비판하곤 합니다. 충청도 정치인들 중에서 보수계열 정당에 몸담은 정치인들일수록 당적 변경이 유난히 잦습니다. 이런 분들이 충청이 정치적으로 희화화되는 현상에 적잖은 구실을 해왔습니다.

 

안 : 자유민주연합으로부터 출발해 국민중심당을 거쳐 자유선진당에 이르기까지 충청권에 기반한 정당들이 명멸과 부침을 거듭해왔습니다. 정당의 빈번한 창당과 합당과 통폐합을 불가피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해주자는 시각이 일각에 있습니다. 당을 바꾸는 일이 정치인 개인의 생존에는 유리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고요. 가치에 토대하지 않은 인물 본위의 정당 체제에서는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풍토가 때로는 당연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다 지나간 옛날이야기일 따름입니다. 오늘날의 충청 민심은 정치인들의 무원칙한 이합집산을 굉장히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낡은 구태정치로의 청산과 단절을 요구하는 변화와 혁신의 기운이 풀뿌리에서부터 힘차게 약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④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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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28 18: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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