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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헌⑤, “충청 출신 대통령 10년 안에 나올 수 있다” - 서울서 얻은 이름값으로 지역에서 정치하던 시대는 끝나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3-31 20: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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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는 지역의 맥락에서는 영남이 장기간 주연 역할을 독차지하고, 호남이 간간이 비중 있는 조연 역할을 책임진 구도였다. 나머지 지역은 출연자와 제작진 명단(Ending Credit)에 자기 이름이 올라가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시계열 견지에서의 우리나라 정치는 386으로 출발해 486을 통과하고 586을 거쳐 686에 차례차례 진입 중인 1960년대생들의 장기집권 체제였다.

안장헌 충청남도 도의회 의원은 지역을 기준으로는 변방으로 분류되는 지역을 대표하고 있다. 세대의 관점에서는 주변부로 간주되는 세대에 속해 있다. 그는 변방이 본진 지위로 약진하고, 주변부가 중심부로 변모하는 상전벽해를 이루는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안장헌의 야무진 소망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지에 관한 청사진을 듣는 것으로 이번 인터뷰는 대미를 장식하였다.

86 세대에게는 내년 총선이 마지막 기회


안장헌 충청남도 도의회 의원은 선배인 86 세대와 후배인 MZ 세대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선후배 세대의 중간에서 착실히 수행하면서 충남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를 피력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공희준(이하 공) :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끝나고 충청권에 거의 발길을 끊은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중앙당 차원이든, 충남도당 명의이든 옹골차게 비판한 경우가 아직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 아닌가요?

 

안장헌(이하 안) : 그 문제를 제대로 짚지 않은 건 전적으로 저희의 불찰입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도의회가 열리면 저 혼자서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충청 홀대에 따끔하게 문제를 제기하겠습니다.

 

공 : 윤 대통령이 워낙 맷집이 강하신 분이라 웬만큼 꼬집어서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듯합니다. (웃음)

 

안 : 전력을 기울여 꼬집어보겠습니다. (웃음)

 

인터뷰의 주제는 민주당 계통의 제도권 정당에서는 지난 20여 년 동안 뜨거운 감자가 되어온 ‘86 세대 문제’로 접어들었다.

 

공 : 86 세대의 장기집권은 여야를 넘나드는 현상입니다. 동시에 중앙과 지역을 불문하는 사태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역 차원에서는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공간과 기회가 상대적으로 넓게 열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86 세대의 위력과 기세에 오랫동안 억눌려온 서태지 세대와, 이들보다도 더 젊고 파릇파릇한 2030 청년세대가 지역을 발판으로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전망해주십시오.

 

안 : 86 세대가 21세기 대한민국 정치권의 주도권을 행사해온 데에서는 충청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86 세대가 서여의도의 국회의사당에서 금배지를 처음으로 달 즈음 그분들과 동세대가 동여의도의 금융가를 비롯한 각종 기업들에서 임원급으로 승진하기 시작했습니다. 86 세대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동시에 장악한 채 20년째 장기집권을 만끽해오고 있습니다.

 

저는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났습니다. 90년대 중반 무렵 대학을 입학했습니다. 79 세대의 전형적 표준입니다. 저희 세대는 선배 세대와 달리 정당에서든, 기업에서든 빠르고 집단적 성공을 성취하지 못했습니다.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제 친구들만 둘러봐도 40대에 상무가 되고 전무가 되는 일은 언감생심입니다. 여간해선 쉽지가 않습니다.

 

공 : 지금은 40대의 중년이 되어 아침에 넥타이 매고서 회사에 출근할 수 있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만 합니다.

 

안 : 그걸 군대에서는 ‘꼬인 군번’이라고 표현합니다. 충남 지역에서 2010년대는 86 세대 선배님들에게는 찬란한 기회의 시대였습니다. 비중 있는 자리는 거의 전부 그분들 차지였습니다.

 

공 : 마치 점령군처럼 중앙에서 지역으로 밀고 내려왔네요.

 

안 : 저는 그분들의 지역에서의 활약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진보진영에는 척박한 황무지에 가까웠던 충청권에 성공적으로 민주당 깃발을 착착 꽂았으니까요.

 

공 : 다들 처음에는 위대한 개척자로 출발합니다. 나중에 총화해보면 초심을 잃어버린 게 탈이지만요.

 

안 : 그분들이 첫 단추를 잘 끼워주신 덕분에 후배들이 상대적으로 무탈하고 수월하게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관건은 미래입니다. 과거의 화려한 성공이 장밋빛 미래까지 자동으로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년 총선이 충청에서의 86 세대의 전반적 진퇴를 가늠할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부분의 86 선배님들은 2024년의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자신들에게 마지막 도전의 장이 될 것으로 셈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온 후배 입장에서 86 세대의 마지막 승부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공 : 86 세대의 성공이 민중 일반의 성취로 치부되던 진즉에 지났습니다.

 

안 : 동감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민주정부가 집권했던 시기에 청와대와 중앙당에서 몸담았던 경력이 특권이나 프리미엄으로 통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앙무대에서 요직에 있었다는 게 능력과 도덕성의 보증수표 구실을 더 이상은 해주지 못합니다.

 

공 : 기존의 이름값만 믿고 낯선 영역과 지역에서 무모하게 도전장을 던졌다가 톡톡히 망신당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안 : 서울에서 잘나갔다고 해서 지역에서도 잘나갈 것이라 생각한다면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닙니다. 서울에서야 이미지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겠지만, 지역에서는 철저하게 실력이 본위입니다.

 

공 : 하향식(Top Down) 시대에서 상향식(Bottom Up) 시대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동됐다는 말씀이네요?

 

안 : 예, 그렇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가면 살고, 위에서 아래로 가면 죽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인식이 몰라보게 바뀌었습니다. 주민들과 나란히 호흡하고, 지역의 구체적이고 복잡한 사정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인물에 대한 호응과 기대감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높습니다. 전략공천으로 미화된 종래의 방식대로 중앙에서 낙하산 태워 내리꽂은 인사가 우리 지역의 켜켜이 쌓인 현안들을 일거에 해결해줄 거라는 순진한 믿음을 더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다수 젊은이들은 지역을 벗어나 서울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남아 인생과 운명을 걸려는 청년들은 소수입니다. 저는 고향에 남겠다는, 지역에 머물겠다는 어려운 선택과 결단을 내린 청년들과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치려 합니다. 청년은 지역의 희망입니다. 그 소중한 희망의 싹이 꺾이지 않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게 선배의 도리이자 역할입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그 도리를 지키고 역할을 감당해갈 참입니다.

 

군의회와 시의회와 도의회에는 비록 숫자는 적을지언정 MZ 세대 의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훌륭한 의정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79 세대와 MZ 세대가 밀접하게 협력하고 우애롭게 연대하면 저는 아산이, 그리고 충남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고장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중앙정치권에서 휘황찬란한 경력과 관록을 쌓아온 기성세대의 일원에게 우리가 먼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구태여 손을 벌릴 필요가 없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법입니다. 충청의 미래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일이 미래세대의 몫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충청권 기반의 민주당 당대표 5년 내에 등장 가능해


안장헌 충남도의회 의원은 충청권에 분명한 연고가 존재하는 정치인이 5년 내 민주당 대표에 선출되고, 10년 안에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란 도발적인 정치적 로드맵을 필자에게 기탄없이 내보였다. (사진 김한주 기자)

공 : 어린 아기 때 어머니 등에 업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이주한 영향 탓인지 제가 직설화법을 무진장 선호합니다. 의원님께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충청도에 허울뿐이 아닌 진짜 연고가 존재하는 당대표가 지금부터 5년 이내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등장할 수가 있다고 자신하실 수 있으십니까?

 

안 : 저는 5년 내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가능과 불가능을 따지기에 앞서서 충청 출신 민주당 대표가 5년 안에 꼭 나와야 합니다.

 

공 : 당위의 영역이네요.

 

안 : 예. 몇몇 제한된 지역들에서만 당대표가 배출되는 구조의 정당은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습니다. 충청인들이 충청 출신 당대표를 선보이지 못하는 민주당을 과연 언제까지 용인하고 지지하겠습니까?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사라지면 충청은 자칫하다간 철새들이 판치는 이른바 제3세력의 볼모로 또다시 포획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저는 초선 도의원으로 일하며 저와 같은 세대인 동료 도의원분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모임을 꾸렸습니다. 저는 그분들 가운데 머잖은 장래에 충남을 대표하고, 충청을 견인해갈 지도자와 명망가가 반드시 출현할 거라 믿습니다.

 

공 : 그에 필요한 준비와 조직화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계신가요?

 

안 : 착실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는 에너지를 지역에서 폭발시키면 중앙정치 역시 지금처럼 기득권 사수에만 급급해하지는 못하겠지요.

 

공 : 위기감이 없으면 변하지 않습니다. 충청이 우리나라 정치의 분발을 자극하는 힘차고 사나운 메기 역할을 기필코 해주길 바랍니다.

 

안 : 충청인이 실제로는 동작이 어마어마하게 날랩니다.

 

공 : 지역주의 구도는 차츰차츰 희석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확실하고 강력한 지역 기반을 갖춰야만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것도 여전히 객관적인 정치현실입니다. 의원님께서는 현행 대통령 중심제 헌법의 존속을 전제로 충청권에 지반을 가진 대통령 후보자가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10년 안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예측하시나요?

 

안 : 5년 안에 충청 출신 민주당 당대표가 선출된다는 답변은 충청권에 지역적 터전을 둔 대통령이 10년 내에 당선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서 드린 말씀입니다.

 

공 : 일련의 흐름을 상정하신 응답이었네요.

 

안 : 학자들과 기자들은 지역주의가 나쁘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해왔습니다. 그러나 검사 대통령을 탄생시킨 폐쇄적인 직역주의, 즉 직능주의와 비교하면 지역주의가 도리어 평등하고 민주적일 수 있다는 게 저의 신념입니다.

 

공 :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들만 편애한다는 풍문이 세간에 자자한데, 윤 대통령의 측근 검사들 중 충청 태생은 없어 보입니다.

 

안 : 없죠. 참으로 웃긴 일입니다.

 

공 : 충청도는 진보에서도 변방이지만, 보수에서도 변두리입니다. 이렇게 일관성 있게 주변만 골고루 맴도는 것도 신기합니다.

 

안 : 지역에서 활동하며 성장한 정치인들이 주요 정당의 당수도 되고, 장차 대통령도 되는 정치를 이제는 해볼 때가 됐습니다. 그래야 말로만 지역균형을 외치는 정치권의 표리부동한 행태를 박물관으로 보내버릴 수 있습니다.

 

공 : 이준석 전 국힘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일컬으며 비판한 양두구육의 정치야말로 한국정치의 고질병이고 난치병입니다.

 

안 : 일부 지역의 독과점과 패권에 울분을 토로하는 인물이, 특정 지역에 대한 차별과 배제에 공개적으로 분노하는 정치인이 우리 정치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공 : 지역에 뿌리가 없으면 선거철 끝나면 발길 딱 끊는 장돌뱅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아버지 고향을 본인 고향이라 우기는 망발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고요.

 

안 : 맞습니다. 무늬만 충청인인 사람들이, 무늬만 호남인이 사람들이, 무늬만 영남인이 사람들이 선대를 팔아 정치적 기득권을 누리는 일그러진 세태에 마침표가 찍혀야 합니다.

 

공 : 의정활동 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귀한 시간 내어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안 : 저 때문에 이곳 아산에까지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안장헌 충남도의회 의원은 1976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후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 청년위원장과 제6ㆍ7대 아산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현재는 충청남도 도의회에서 일하며 천안아산 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과 아산 YMCA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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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3-31 20: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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