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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버스의힘’으로 당명을 바꿔야 - 윤석열 정권, 보수정당의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리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2-10-08 02: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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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검사원’으로 변질된 날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자비하게 숙청당한 국민의힘은 이제 당심이라는 구실 아래 누가 더 많은 숫자의 당원들을 구태의연하게 버스에 실어 전당대회장으로 동원하느냐가 당권의 향배를 가르게 되었다. (이미지출처 : 구글)

윤석열 대통령이 또 해냈다. 뭘 해낸 걸까?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가 복합적으로 가져온 경제위기를 타개할 활로를 여는 일을 해냈을까? 북한과 미국 간의 강대강 대치로 인해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안보위기를 풀어갈 돌파구를 만드는 일을 해냈을까? 아니면, 대한민국의 생물학적 존립 자체를 뿌리부터 위협하고 있는 인구절벽과 기후변화의 쌍끌이 위기로부터 한국이 벗어날 수 있는 획기적 방안과 정책을 마련하는 일을 해냈을까?


윤석열 정부가 우리나라가 작금에 직면한 경제위기, 안보위기, 인구위기, 기후위기의 4대 위기의 원인제공자는 물론 아니다. 문제는 방금 언급된 제반 위기들이 윤석열 정권 출범 후에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네 가지 위기에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신뢰의 위기’라는 새로운 차원의 위기를 덤으로 추가하고 말았다. 이제는 윤 대통령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세대로는 노년층, 지역으로는 대구경북, 이념으로는 소위 꼴통보수의 세 축으로 이뤄진 현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상황이 돼버렸다.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신뢰의 위기의 출발점이 그가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체리따봉 이모티콘이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었다. 윤 대통령은 언론과 국민 앞에선 자신이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들 사이에서 짐짓 초연하고 객관적인 제3자적 위치에 있음을 가장했다. 허나 그는 실제로는 윤핵관들의 이준석 숙청 작업을 배후에서 독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히 표리부동한 이중플레이의 극치였다.


대다수 국민들의 귀에 ‘바이든’으로 들린 단어를 용산 대통령실이 끝까지 ‘날리면’이라고 바득바득 우겼던 이른바 비속어 파동은 더는 거론하기도 지겨울 정도니 그만 건너뛰기로 하자. 그 성과물(?)로 윤석열 대통령은 하늘 아래 둘도 없을 게이트인 ‘고막게이트’의 주범으로 자리매김했으니….


윤 대통령의 가식과 위선은 감사원의 중립성 시비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그는 감사원이 독립된 헌법기관임을 되풀이해 역설해온 터이다. 그런데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비서관에게 발신한 문자메시지는 하급자가 상급자에 바치는 충성의 맹세에 다름 아니다. 고로, 윤석열 대통령의 감사원 중립성 운운은 본인은 집권여당의 당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발뺌만큼이나 솔직함과 진실성이 철저히 결여된 발언이었던 셈이다.


이쯤 되면 윤석열 대통령을 양두구육이라고 직격한 이준석의 비판은 점잖아도 너무나 점잖게 느껴질 정도다. 혹시 윤 대통령은 소설 속 인물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한 인간 안에 두 개의 대립되고 적대적인 정체성이 복잡하게 공존하는 경우는 아닐까? 상식과 공정을 외치던 검찰총장 시절의 윤석열이 품격 있는 신사 지킬 박사라면, 대통령에 취임한 다음의 윤석열은 자기가 싫어하는 인사들을 천하의 무도한 악당 하이드 씨를 방불하게 할 지경으로 모질고 독하게 핍박해왔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앞 다르고 뒤 다른 처신으로 말미암아 감사원은 윤석열이 정점에 서 있는 검찰정권에 줏대 없이 종속된 꼭두각시 하부기관처럼 움직이는 ‘검사원(檢事院)’의 옹색한 위상으로 추락하기 일보 직전의 단계이다.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정직성에 대한 미덥지 못함이 국가조직 전체의 신뢰성을 향한 총체적 불신으로 전이ㆍ비화되려는 형국이라고 하겠다.


윤석열에게 접수된 국민의힘, 차떼기당 시절로 돌아가나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이 해낸 일은 과연 뭐란 말인가? 그와 그의 측근 심복들은 국민의힘을 차떼기당으로 악명 높았던 한나라당 시기의 칙칙하고 퇴영적인 모습으로 완벽히 복원시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의 모태 정당인 한나라당은 2002년의 16대 대선 정국에서 부정하고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재벌기업으로부터 2.5톤짜리 트럭째 전달받는 희대의 파렴치하고 엽기적 수법을 선보였다. 이때 붙은 ‘차떼기당’의 오명을 떨쳐내고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황량한 한강변 공터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서 당무를 처리하는 초유의 고육지책마저 불사해야 했다.


거액의 비용을 들여 차량으로 인력과 물자를 대규모로 수송하는 건 낡고 부패한 구태정치의 오래된 관행이자 적폐였다. 대표적 사례가 당대표 경선이 치러지는 전당대회 현장에 수천 명의 당원들을 관광버스로 실어 나르는 행태였다. 버스에 태워져 단체로 전당대회장에 도착한 당원들은 그야말로 표 찍는 기계 역할을 충실해 수행했다. 그 보답으로 이를테면 푸짐한 저녁 술자리를 동반하는 온천관광을 비롯한 갖가지 선심성 향응이 베풀어졌다. 당원들을 모아오는 조직책들에게 수고비조로 현금을 살포하는 음습한 짓거리는 기본이었다.


그렇다. 이준석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윤핵관을 위시한 국민의힘 안의 기득권 구태정치인들이 유난히 강조한 당심은 기실 조직적으로 동원된 표 찍는 기계들의 줄 투표이고, 묻지 마 투표이며, 대가성 투표일 뿐이다,


이준석이 윤리위라는 이름의 당내의 사실상의 비밀경찰에 의해 무자비하고 몰상식하게 숙청당한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힘은 누가 더 많은 관광버스를 대절해 더 많은 당원들을 전당대회장으로 동원하느냐에 따라 당권의 주인이 판가름 나는 ‘버스의 힘’으로 거듭날 태세다. 이준석 제거 작전에서 핵심적 일익을 떠맡아온 장제원 의원이 몇 달 전 지역구 당원과 지지자들을 수십 대의 버스에 나눠 태워 단합대회 형식의 세 과시에 나선 일은 이준석 숙청 후의 국민의힘에서 벌어질 기괴하기 짝이 없는 시대착오적 사태들의 예고편 격이었다.


최근 너도 나도 메타버스의 기획과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대세가 된 가상세계 열풍에 국민의힘도 나름 열심히 탑승하려고 노력해왔다. 그 애절한 노력이 마침내 버스의 힘이 당의 힘이 되고, 당의 힘이 버스의 힘이 되는 국민의힘 특유의 독특하면서도 고루한 세계관의 부활로 이어졌다. 과거의 차떼기 사건은 국힘의힘을 포함한 남한 보수정당의 유구한 전통인 버스떼기의 변주곡 겸 연장선이었을 따름이다.


흥미롭고도 의미심장한 대목은 윤석열 대통령이 차떼기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강제로 쫓겨난 이준석의 후임 당대표를 선출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는 마치 태극기부대를 방불하게 할 만큼 다수의 고령층 당원들이 버스떼기로 대거 동원될 전망이다. 이들 나이든 당원들은 이준석과 유승민마저 당장 척결해야만 할 좌파로 극렬히 성토하는 분위기다.


2002년에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아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찍었을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그들이 대통령 부부를 좌파세력의 붉은 마수로부터 지켜내자며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사진을 열심히 차례로 들어 올릴 광경을 상상하니 필자는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진다. 버스의 힘 국민의힘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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