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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④] 안철수는 호남을 잃고, 유승민은 청년을 잃었다 - 장진영 바른미래당 동작을 위원장 인터뷰 ④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18-10-22 18: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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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집권당이 자리 바꿈을 한 지도 1년 반 정도가 지났다. 대한민국의 현 시대상황을 중심 주제로 전문가와 긴급 인터뷰를 가졌다. 장진영 전 국민의당 수석 최고위원 겸 현 바른미래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장진영 위원장은 현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정교하고 날카로운 법리를 펴는 젊은 변호사이자, 잘생긴 외모를 자랑하는 인기 방송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인터뷰는 서울지하철 이수역(총신대역) 근처에 위치한 장진영 위원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는 총 5회에 걸쳐서 분재될 예정이다. 네 번째 글이다. 

- 공희준 (이하 공) : 지금 바른미래당은 “이러려고 우리가 합당했나 자괴감이 든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여론조사 지지율이 죽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호남의 지지를 상실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붙인 합당이었잖아요. 호남에서 빠진 만큼 다른 곳에서 벌충할 복안이 있었기에 안철수 전 대표 측에서는 합당을 강행했을 텐데, 왜 지출은 있고 수입은 없는 마이너스 합당이 되었을까요?


= 장진영(이하 장) : 저는 호남의 지지를 잃어버리지 않는 합당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공 : 저는 바른미래당이 뭐하자고 만들어진 당인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바른미래당의 보수화가 호남 민심의 이탈 불러


= 장 : 호남에서 잃은 만큼 다른 곳에서 지지를 얻어오지 못한 게 바른미래당이 침체된 주요한 원인의 한 가지인 건 맞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영남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호남의 지지를 의도적으로 포기했다는 식의 분석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건 의도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럴 뿐입니다. 저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과정 내내 “더 큰 통합을 해야 한다”고, “마이너스 통합이 아닌 플러스 통합읠 이뤄야만 한다”고 일관되게 강조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께도 “이탈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최소화되도록 합당을 반대하는 분들을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자”고 계속 말씀드렸습니다. 저와 그런 방향으로 뜻을 같이하는 위원장들이 40~50분이나 계셨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안철수 대표 쪽에 계신 분들에게 눈 밖에 났습니다. 찍힌 거죠.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주장했던 더 큰 통합이, 플러스 통합이 정답이었던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만약 민주평화당으로 이탈한 분들의 숫자가 최소화되었더라면 바른미래당이 보수화되는 움직임을 당내에서 충분히 견제하고 제어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지금과는 달리 호남의 지지를 잃지도 않았을 테고요.


- 공 : 그런데 옛 국민의당, 그러니까 안철수 전 대표 쪽만 손해를 봤다고 표현한다면 이 또한 어폐가 되기 쉽습니다. 유승민 대표는 딸이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 1위에 올랐을 만큼 청년층 사이에서 호감이 가는 정치인이었습니다. 당장의 열성적 지지자들은 적었어도 미래에 커다란 정치적 자산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적인 우호적 지지층이 꽤 폭넓게 형성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면서 전자가 호남의 지지를 상실했듯이, 유승민 전 대표도 우호적인 젊은 유권자들을 거의 다 잃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당 출신들은 자기들만 피해를 봤다고 비명을 지르더라고요.


= 장 : (거세게 부인하며) 아니요, 아닙니다. 저는 국민의당만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의 통합을 실현시켰어야만 했는데, 둘 다 손해 보는 통합이 된 거죠. 하지만 유승민 전 대표께서도 다른 사람을 원망할 입장에 있지는 않습니다. 결혼에 비유하자면,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확인한 다음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만 할 부분은 확실하게 이해와 동의를 구해가며 차근차근 혼인식을 준비했어야 합니다. 이건 제가 바른정당 쪽에 계속 전달했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승민 전 대표께서는 통합에 앞서서 국민의당의 많은 지역위원장들과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냥 안철수 전 대표의 말만 믿고서 덜컥 통합에 응한 거죠. 그러니 유승민 대표가 누구를 원망할 수가 없는 거예요.


- 공 : 저는 방금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안철수 대표 말만 믿고”라는 구절에 밑줄을 쫙 치고 싶습니다. 왜냐면 유승민 전 대표가 안철수 전 대표 말만 달랑 믿고 당의 진로와 본인의 거취를 함부로 결정할 만큼 순진한 초짜 아마추어 정치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름 노련한 선수이신데. (웃음)


= 장 :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양 날개로 국민에게 안전한 삶, 따뜻한 복지를 제공하는 민생정치의 길을 추구한다”가 국민의당의 본래 강령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면서 이 내용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로 슬그머니 바뀌었습니다. 진보가 빠진 겁니다.


- 공 : 왼쪽 날개를 잘라낸 거네요.


마이너스 통합, 유승민의 책임도 크다


= 장 : 안철수와 유승민 두 분이 당의 강령 변경과 관련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둘이서. 안철수 전 대표는 당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도 않고서 ‘진보’ 부분을 빼버렸습니다. 그리고 유승민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가 당내에서 의사 수렴을 마친 뒤에 강령에 손을 댔는지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확인해야 할 일을 확인하지 않은 건 유승민 전 대표의 책임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안철수 전 대표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당의 총의를 모으는 일은 안철수 전 대표님의 몫이었기 때문입니다.


- 공 : 안철수 전 대표께서는 어떤 연유로 민주적 의견 수렴의 절차를 건너뛰신 건가요?


= 장 : 제가 그 부분에 관해서 나중에 안철수 전 대표께 그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안철수 전 대표께서는 우리가 훨씬 숫자가 많은데 강령 문제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취지의 대답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세로 바른정당을 압도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셨던 겁니다.


- 공 : 그건 전형적인 구태정치적 발상 아닌가요?


= 장 : 그럼요. 신뢰가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 공 : 조직 안에서의 머릿수가 정의인 이념, 그게 곧 패권주의입니다. 


= 장 : 그건 무슨 ‘주의’를 논하기 이전에 신뢰의 문제입니다. 속으로는 들어줄 마음이 없으면서 일단 들어주는 척을 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세를 앞세워 다시 뒤집으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 공 : 그걸 병법에서는 ‘매복’이라고 합니다. (웃음)


= 장 : 장사에 빗대어 심하게 말하면 하자 있는 물건을 멀쩡한 것처럼 포장해 판매한 거죠.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통합, 투명하지 않은 통합을 강행하니 그 후유증이 계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공 : 정당 간의 합당이나 통합을 다루는 일에서 물밑 거래나 철통같은 보안 유지는 일종의 필요악일 수가 있습니다. 그것 하나만 놓고 단죄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저는 관건은 물밑에서 협상을 했을 때 약속했던 일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에 있다고 봅니다.


= 장 : 보안 유지는 분명 필요한 일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필요한 절차와 순서는 밟았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 공 : 나중에 선관위에서 법률적 하자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물론 받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당이 문을 닫을 때는 당원들을 정식으로 모아놓고서 전당대회를 치러야 옳지 않나요? 


= 장 : 당원들에 대한 도리죠.


- 공 : 정당은 회사가 아닙니다. 회사야 페이퍼, 즉 문서만으로도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당은 단순한 사무조직이 아니지 않습니까?


= 장 : 영업조직도 아닙니다. 정당은 본질적으로 이념에 기반한 조직입니다.


- 공 : 장진영의 전무후무할 원외 수석 최고위원 생활이 사상 초유의 페이퍼 합당으로 말미암아 사실상 삼일천하로 허망하게 막을 내렸네요. 롱런하시고 싶으셨을 텐데. (웃음) 그래도 역시나 장진영의 무한도전은 계속됐습니다. 올해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좀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 측에서는 장진영 위원장의 서울시장 도전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폄하했거든요. 장진영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했다는 싸늘한 시각이 안 대표 측 반응의 주류를 이뤘습니다. 그래서 저도 궁금해졌어요. 실제로 오래전부터 서울시장 선거를 준비해오신 겁니까?


= 장 :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다고는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왜 나갔느냐? 노이즈 마케킹 하러 나간 거예요! 그게 어때서요!


노이즈 마케팅이 뭐가 어때서


장진영 위원장은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멀었던 바른미래당의 당내 상황이 언급될 때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했다. 사진 출처는 장진영 페이스북

이 대목에서 장진영 위원장은 상당히 격앙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때 자신이 나름 당했다고 생각하는 수모와 봉변 때문에 쌓인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앙금처럼 두껍게 침전되어 있는 듯했다.


- 공 : 저도 노이즈 마케팅이 꼭 나쁜 것만으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 장 : 제 노이즈 마케팅의 목표와 목적이 뭐였느냐? 바른미래당이 그때까지도 서울시장 후보를 가시화시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지율은 지지부진하고, 존재감은 하루하루 더욱더 희미해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저라도 나서서 시끌시끌하게 만들어 붐을 일으켜보자는 생각으로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의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것입니다. 당을 위해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데, 그게 뭐가 나빠요?


- 공 : 축구에서 비록 골은 못 넣을지언정 상대방의 수비 진영을 한번 휘저어보는 일에 비견할 수가 있겠네요. 그게 황선홍 선수의 보이지 않는 위력이었거든요.


= 장 : 나라도 할 수 있으면 당연히 그렇게 휘저어봐야죠. 게다가 저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맡아야 할 역할 아니겠어요? 그걸 노이즈 마케팅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분들이야말로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 공 : 그걸 요즘 유행어로 ‘정알못’이라고 부릅니다. (웃음) 그런데 결국에는 경선도 치르지 못하셨습니다. 그때 어떤 감정이 드셨습니까? 엄청 분하고 억울하셨을 것 같은데….


= 장 :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 공 : 그 일을 계기로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위험수위로까지 높이셨습니다.


= 장 : 더 높였어야 했는데. (웃음)


- 공 : 어떤 분들은 장진영 위원장님께서 그때 너무 나가셨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 장 : (억울하다는 듯이) 그게 뭐가 너무해요!


- 공 : 그분들은 ‘장 최고’ 때문에 당의 단합이 저해되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정작 당사자인 장진영 위원장께서는 나는 너무한 게 없다고 반박하시네요.


= 장 : 제가 더 세게 치고 나갔어야 했어요. 제가 안철수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조기 출마 선언을 더 강하게 촉구했어야 했습니다. 저는 안 전 대표께서 3월에 출마를 선언해도 늦으면 늦었지 절대 빠르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방선거는 총선과는 다릅니다. 단체전 성격이 강합니다. 서울시장-구청장-시의원-구의원 순서로 포진이 완료되어야 효과적으로 팀플레이를 수행할 수가 있습니다.


- 공 : 우리나라 지방선거는 어차피 일렬종대로 좌르르 찍어 내려가는 줄 투표니까요.


= 장 : 우리는 제3당입니다. 당장 후보들을 내보내는 일부터가 쉽지가 않아요.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모조리 구멍이 뻥뻥 뚫렸습니다. 아예 후보 모집 자체가 안 됐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제가 안철수 전 대표께 하루라도 빨리 출마선언을 해야만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안 전 대표께서는 당신이 2014년에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지방선거를 지휘해보니까 두 달이면 충분하다는 대답을 하시는 거였습니다.


- 공 : “내가 해봐서 아는데”였네요. (웃음)


= 장 : 저는 안철수 전 대표께 그때는 거대 양당의 일원으로 선거를 치른 것이지만, 지금은 그보다 당세가 훨씬 약한 제3당 소속으로서 선거전에 임해야 하는 처지라는 이유를 제시하며 안 전 대표께 서울시장 조기 출마 선언을 다시금 요청드렸습니다.


- 공 : 당세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공동대표의 역량부터가 차이가 확 납니다. 김한길 전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의 펀치력부터가 다르거든요. 저는 기획력과 조직력과 추진력 전부 김한길 대표가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 장 : 우리가 조직이 탄탄합니까? 자금이 넉넉합니까? 우리의 유일한 무기는 기동력뿐이었습니다. 기성 거대 정당들보다 먼저 신속하게 움직여 기선을 제압하는 길이 최고의 필승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께서는 여러 조건이 좋았던 과거의 경험만 믿고 계셨습니다. 제가 속에서 뭔가가 확 올라오더라고요.


- 공 : 빈정이 상하신 거네요. (웃음)


= 장 : 빈정이 상한 게 아니죠. 분노한 거죠.


- 공 : 순수한 의미의 분노?


= 장 : 그럼요. 안 전 대표님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니까 선거를 하시겠다는 건지, 아니면 안 하시겠다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지역위원장들이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습니다. 제가 안 전 대표를 찾아뵌 것이 3월 하순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구체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 공 : 아무 구체적인 말씀을 안 하시는 것이 안철수 전 대표님의 특징이잖아요. (웃음)


= 장 : 저는 안 전 대표께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뵌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안철수 전 대표께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말해줄 수 없다는 대답만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바로 직전까지 수석 최고위원이었습니다. 안 전 대표님과 함께 사선을 넘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했었습니다.


- 공 : 그때 욕 많이 드셨습니다. 저도 사실 욕했다는. (웃음)


= 장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작업을 진행하면서 저도 엄청 많이 욕을 얻어먹었습니다. 그런데도 안 전 대표께서는 당신과 바로 직전까지 생사를 같이한 동지인 저에게까지도 보안상의 이유로 출마 여부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저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3월 26일 제가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께서는 다음 달인 4월 4일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셨고요.


안철수 전 대표 당내 문제에서 공정하지 않았다


- 공 :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신 날도 네이버를 평정하셨습니다. (웃음)


= 장 : 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자 제 이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에 올랐더라고요.


- 공 : 방송과 검색에서 엄청난 자신감과 경쟁력을 갖고 계시네요. (웃음)


= 장 : 저는 네이버에서 검색 1등한 적 어려 번 있어요. (웃음) 조회수도 엄청났을 겁니다.


- 공 :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엄청난 마케팅 효과죠.


= 장 : 제가 잘났다기보다는 국민들께서 그만큼 기대를 품었었다는 의미입니다. 바른미래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리라는 기대, 그 후보가 젊고 신선한 정치인일 것이라는 기대, 그 젊고 신선한 정치인과 안철수가 경선을 하면 재밌을 것이라는 국민들의 잠재된 기대감을 제가 제대로 자극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판을 깔아준 것이죠.


- 공 : 전설적인 프로권투 경기 프로모터였던 돈 킹 같은 흥행의 마법사 역할을 자청하셨네요.


= 장 : 「청춘 콘서트」는 안철수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저는 그와 같은 형식의 순회경선을 치르자고 안철수 전 대표 진영에 제안했습니다.


- 공 : 「청춘 콘서트」의 2탄이자 확장판인 「경선 콘서트」네요.


= 장 : 저는 종전의 낡은 후보 선출 방식들을 탈피한 새롭고 참신한 방식으로 경선을 흥행시켜 바른미래당 돌풍을 일으켜보자고 당 지도부와 안 전 대표 쪽에 제의했습니다.


- 공 : 아예 기획안까지 작성해서 주신 셈입니다.


= 장 : 그렇게 경선이 성사됐다고 가정해보세요. 제가 만약에 후보로 선출됐다면 당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을 겁니다. 범국민적 관심과 주목을 끌어오는 것은 물론이고요.


- 공 : 그런데 안 전 대표 쪽에서는 “경선하다가 힘 다 빠진다”는 식으로 그러한 제안을 일축했습니다.


= 장 : 힘이 빠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게 경선에서의 객관적 승산은 안철수 전 대표님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의 캐치프레이즈가 ‘공정사회’였습니다. (돌연 언성을 높이며) 공정한 사회가 뭡니까? 너는 깜이 안 되니까 시끄럽게 굴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게 공정사회입니까?


- 공 : 저는 공적사회의 생명은 ‘기회의 균등’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 장 : 제가 낙하산 타고 몰래 들어온 사람도 아니고, 전당대회 경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선출된 수석 최고위원이었습니다. 그런 사람마저 “깜이 안 된다”고 무시한다면 그게 무슨 공정사회입니까? 안철수 전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명분과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였습니다. 따라서 해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서슴없이 하시더라고요. (한숨) 공정한 후보 경선을 무산시킨 일은 안 전 대표님 본인에게도 당에게도 마이너스가 되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었습니다. 안철수 전 대표께서 그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서 저는 화도 많이 났지만, 솔직히 너무 슬펐습니다.


- 공 : 위원장님의 어조와 표정을 보니 아직도 당시의 분함이 진하게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일에서 분함과 아쉬움을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아쉬우니까 분하고, 분하니까 아쉽고 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장 : 지금은 분한 마음은 많이 잦아들었습니다. 제가 받은 타격만 생각한다면 분하겠지만, 안철수 전 대표께서 공정한 경선이 무산되면서 받은 손실이 훨씬 더 큰 사실을 제 머릿속에 떠올리면 아쉽고 안타까워요.


- 공 :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에 가까우신 분들은 “이게 다 장진영 때문이다!”라며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끓어오르는 자기감정을 인터뷰 내내 위태위태하게 주체해오던 장진영 바른미래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은 이 질문에 완전히 폭발하고 말았다.


= 장 : 아니 그게 왜 장진영 때문이에요! 자기네들 판단착오지!


문재인 정부 ‘이명박근혜 탓’만 해선 안 돼


바른미래당 얘기를 더 이상 지속시켰다가는 이 인터뷰가 우울한 후일담이 될 것만 같은 까닭에 필자는 급히 국면전환에 나서야 했다.


- 공 : 너무 칙칙한 주제만 얘기했네요. 이제는 밝고 긍정적 내용으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행복한 상상을 한번 해보죠. 장진영 원장님께서 정말 수많은 경우의 수를 거쳐서 민선 서울시장에 드디어 당선되는 극적인 기적을 연출됐습니다. 그것도 40대에요. 그런데 우리나라가 진보세력이 정권만 잡으면 항상 집값이 문제가 되곤 합니다. 그것도 가뜩이나 비싼 강남 집값이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장진영 신임 서울시장은 강남 지역의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어떤 대책을 내놨겠습니까?


= 장 : 우선 엄밀히 따져보자고요. 문재인 정부는 집값이 폭등한 다음이나 폭등하는 중에 들어선 정권이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집값이 마구 뛰기 시작한 것입니다.


- 공 : 문재인 정부나 그 지지자들은 “이게 다 이명박근혜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집값 상승 요소가 지난 보수정부들 아래에서 모두 잉태됐다는 식의 논리입니다.


= 장 : 그런 해명은 난센스입니다.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도 집값이 올라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례없는 폭등 수준으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은 사태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 벌어진 일입니다.


- 공 : 제가 그래서 늘 해온 얘기가 강남 사람들이 참 양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동상이라도 강남대로에 몇 개 세워드려야 현 정부의 은혜에 강남 주민들이 최소한이나마 결초보은하는 길 아니겠어요? (웃음)


= 장 : 강남 사람들이 양심이 없다고 하기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을 지지해준 국민들에게 경제적으로 해를 깨쳤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 분석이겠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서울시장이 무슨 수로 집값을 잡아요?


- 공 : 청와대와 중앙정부에서는 서울시 때문에 땅값이 폭등했다며 집권 여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공연히 저격하고 있지 않습니까?


= 장 : 웃기는 일이죠. 박원순 시장이 땅값 폭등에 일조한 측면은 물론 있습니다. 용산과 여의도 통개발 계획을 발표해 치솟는 땅값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도록 이끈 제반 정책들의 기조는 청와대와 중앙정부가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장진영 바른미래당 동작을 위원장 인터뷰 ④ 편 끝. 5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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