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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돌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충돌하는 그때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3-26 0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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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를 탄 서울대


정치인 조국이 진정한 성패는 지금부터 2년 후에 치러질 예정인 2026년의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의 벽을 무너뜨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회동 소식을 보도한 SBS 뉴스 화면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서울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모교의 슬로건이라고 한다. 이 문구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서울대 차원에서 실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지 여부를 필자는 알지 못한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왜냐? 서울대 중의 서울대로 오랜 세월 선망과 각광을 받아온 서울법대 출신의 현직 대통령과 비상대책위원장이 쌍끌이로 이끄는 현재의 집권여당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들마다 죽을 쑤며 박두한 총선에서 대패할 게 확실시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누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는 일은 커다란 그물을 챙겨 들고서 나무 위로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 것처럼 황당무계한 짓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이런 주장은 전형적인 일반화의 오류로 단박에 반박당할지 모른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을 가볍게 제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전에서 2당으로 약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국혁신당의 창업주이자 대표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대 법대 82학번인 까닭에서이다. 그를 ‘부끄러운 서울대 동문’으로 3년 연속 뽑았던 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의 투표 참가자들을 향해 지금쯤 조국 대표는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통렬하게 요구하고 싶은 심정일 듯싶다.


조국(祖國)의 미래를 알려고 서울대 동향을 파악할 필요는 더는 없으리라. 계층과 지역을 막론한 전국의 공부 잘하는 수재들이 골고루 모여드는 국립 서울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오늘날의 법인화된 서울대는 잘난 부모 만나, 값비싼 사교육 세례를 듬뿍 받은 특정 동네, 이를테면 서울 강남권의 부유한 집안 학생들만 주로 진학하는 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인 조국의 미래를 알려면 고개를 들어 어디를 바라봐야 할까? 2년 후 지방선거를 바라보면 조국의 운명과 그가 주도해 창당시킨 신당의 진로를 대략 유추할 수가 있다. 비례대표 후보들만 등판시킨 올해의 22대 국회의원 선거와는 판이하게 2026년 실시될 예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조국혁신당 역시 다른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지역구 후보자들을 대거 출마시켜야만 하기 때문이다. 광역 단위이든 기초 수준이든 자치단체장 선거에 자당 후보를 공천하지 못하는 당은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가 소멸하는 탓이다.

 

조국과 이재명, ‘투키디데스의 함정’ 앞에 서다

 

권력은 부자, 곧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도 나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영조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뒀고, 고종은 아버지 흥선 대원군을 청나라 청년 장수 원세개가 서해 건너 천진으로 납치ㆍ압송해가는 사태를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최종 목표는 흔히 대권으로 불려온 대통령 권력이다. 범야권 단일 후보를 선출하는 예선 단계에서 겨루건, 또는 각기 독자 출마를 감행해 본선 무대에서 격돌하건 두 사람의 경쟁은 필연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고대 그리스 시대의 장군 겸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역작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착안한 개념대로 그야말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인 셈이다.

 

선거와 정치도 본질은 전쟁이다. 보급이 없으면 전투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가 없다. 지방자치제가 전면적으로 부활한 이래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정당의 보급원 구실을 맡아왔다. 주요 정당은 다수의 지자체를 장악해야 대선은 물론이고 총선에 필요한 조직과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었다. 제3지대 정당이 고전하는 핵심적 원인들 가운데 하나는 후방의 보급기지 역할을 담당해줄 지방자치단체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데 있었다.

 

만약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준석 대표를 좇아 개혁신당에 합류했다면, 이낙연 공동대표가 김동연 경기지사를 새로운미래로 영입할 수 있었다면 양당의 인력과 재정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지경으로 풍부하고 윤택했으리라. 치사하고 비루해도 그게 작금의 대한민국 제도권 정치의 냉혹하고 객관적인 게임의 법칙이다.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아무리 빛나는 성과를 거둔다 한들 이는 뿌리가 잘린 채 화병에 꽂힌 꽃의 신세에 불과하다. 지속기간이 극히 짧은 시한부 화려함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조국은 확실한 자기 영토를 확보ㆍ확장해야만 하고, 이를 위한 기회의 공간은 2026년 지자제 선거를 통해 자연스럽게 창출될 전망이다.


이론상으로는 서울과 경기도와 인천의 수도권 광역자치단체 중 한 곳, 대전과 충남과 충북과 세종특별자치시의 충청권 중에서 한 곳, 광주와 전남과 전북의 호남권 가운데 한 곳, 통틀어 세 곳만 더불어민주당이 조국혁신당에 인심 좋게 양보한다면 이재명과 조국, 조국과 이재명은 예정된 전쟁인 조명대전을 성공적으로 회피할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론상으로는….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와의 그러한 통 큰 연대와 제휴에 과연 나설까? 나는 매우 회의적 입장이다. 이재명은 전국 254개 지역구들 중 단지 한 군데일 따름일 서울 강북 을 선거구 하나조차 비명 계열 인사인 박용진 의원에게 내주지 않으려 온갖 비판과 눈총을 감수하며 세 명의 친명세력 주자들을 차례로 동원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그토록 인색한 모습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이재명이 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광역자치단체를 무려 세 군데나 한꺼번에 조국에게 양도하려 할까? 어림없는 얘기이다.

 

그러므로 무력한 백면서생에서 강인한 검투사로 변신해 돌아온 조국의 정치적 성패와 사활은 2026년 지방선거 정국에서 조국혁신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의 철통같은 압박 수비를 헤치고 어느 정도의 돌파와 전진을 이루느냐로 판가름 날 터이다.

 

충무로의 영화감독들 경력에 빗대보련다. 조국 대표가 윤석열 정권의 탄압과 견제를 버텨낸 사건은 입봉작을 개봉관에 내건 일일 뿐이다. 2026년 지방선거 시즌에 발맞춰 대박 흥행작을 스크린에 띄우지 못한다면 조국은 데뷔작이 대표작인 감독으로 여의도 극장가 한구석에 조그맣게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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