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박목월 시인 미발표 시 290편 발견..."기존 시풍과 다른 작품 다수" - 장남 자택·경주 동리목월문학관 보관 중이던 친필노트 80권서 발견 -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한국시문학사 새로 써야 할 수도"

이승민 기자

  • 기사등록 2024-03-12 17:07:01
기사수정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손꼽히는 박목월(1915~1978)이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쓴 미발표 시 290편이 고인이 남긴 노트들에서 한꺼번에 발견됐다.


박목월 시인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박목월 시인 미발표 육필 시 공개 기자회견에 앞서 박목월 시인 육필 시 노트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위원장 우정권 단국대 교수)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인의 장남 박동규(85) 서울대 명예교수(국문학)가 자택에 소장한 노트 62권과 경북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서 보관 중인 18권의 노트에서 박 시인의 미발표 육필 시가 다량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시들은 시인이 1930년대 후반부터 말년인 1970년대까지 쓴 총 318편으로, 기존에 발표된 시들을 제외하면 총 290편이다.


박 교수는 "아버님이 남긴 노트들은 20년 전까지 살아계셨던 어머니가 생전에 지극정성으로 관리하셨고, 어머님 사후 오랫동안 보자기에 싸인 채 보관돼왔던 것들"이라면서 "오랜 시간 그것들을 꺼내 정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렇게 후배와 제자들의 도움으로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인의 아내이자 박 교수의 모친인 고(故) 유익순 여사는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 치하의 서울에 남아 있을 때도 천장과 지붕에 남편인 박목월의 창작 노트들을 숨겨 보관했다고 박 교수는 회고했다.


유작품발간위는 이날 미발표 원고 가운데 문학적 완성도가 높고 주제가 다양하며 창작의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난 작품 166편을 선별해 우선 공개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박목월 시인의 미발표 육필 시가 공개되고 있다. 이날 박목월 유작품 발간위원회는 박목월 시인 장남인 박동규 서울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자택에서 발견된 미발표 시 290편 가운데 166편을 선별해 공개했다. (서울=연합뉴스)

시기별로는 1936년, 1939년으로 창작 연도가 표기된 작품을 포함해 1950년대의 제주를 소재로 한 시들, 1960년대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노래한 작품, 역사적 격동기였던 해방과 한국전쟁 등에 관해 시인이 작고 직전인 1970년대에 창작한 시편들이 포함됐다.


주제별로는 생활과 일상, 기독교 신앙, 가족과 어머니, 사랑, 제주와 경주, 동심, 시인의 삶을 다룬 시들과 기념시와 헌시 등이다.


유작품발간위는 미발표 시들이 "시의 산문적 형식, 역사적 격변기인 해방과 전쟁, 종군문인단 활동, 조국과 미래를 위한 희망, 내면적 슬픔과 상실의 실체 등이 이번 발굴된 작품에 나타난 박목월 문학의 새로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미공개 작품 발굴과 연구에 따라 한국문학사를 새로 써야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우정권 단국대 교수는 "목월의 시풍을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측면으로 많이 알고 계시는데, 이번에 발굴된 것들에는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이 상당히 많다"면서 "한국 시문학사를 다시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향후 젊고 유능한 연구자들의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생전 박목월 시인(오른쪽)과 장남 박동규 교수 [대산출판사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작품발간위에는 우 교수와 함께 방민호 서울대 교수, 박덕규 단국대 명예교수, 유성호 한양대 교수, 전소영 홍익대 초빙교수 등 다수의 국문학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박 시인의 육필 노트에 적힌 원고들을 활자화하고 분류·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유작품발간위는 이번에 발견된 시들을 추가로 연구해 육필 노트를 널리 공개하고, 박목월 전집과 평전 간행, 시 낭송 페스티벌 등 박목월의 문학세계를 널리 알리는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박목월 시를 현대 미디어와 접목해 시문학의 대중화를 이루겠다"면서 "육필 시의 원본성이 훼손되지 않고 문화유산으로서 후대에까지 널리 보존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나그네', '청노루', '이별가', '윤사월' 등의 대표작을 남긴 박목월은 한국 시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히는 서정시인이자 교육자다.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를 많이 썼으며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해방 직후 시집 '청록집'을 펴내 청록파 시인으로 불린다.


박목월 시인의 생전 모습 [한양대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axnews.co.kr/news/view.php?idx=40017
  • 기사등록 2024-03-12 17:07:01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청소년 오디오북 창작 프로젝트로 독립운동의 정신 이어간다 2024년 국가보훈부 보훈테마활동 공모사업으로 진행된 서대문청소년센터의 오디오북 창작 프로젝트 ‘우리의 목소리로 퍼지는 독립’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우리의 목소리로 퍼지는 독립’은 올해 3월부터 연북중학교, 인창중학교, 명지중학교 청소년들이 참여해 우리나라 독립역사에 공헌한 인물의 이야기를 오디오북으로...
  2. 2024 중소기업 융합대전 개막…중소기업 기술교류와 혁신 성과 한자리에 10월 24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중소기업 간 기술 교류와 혁신 성과를 공유하는 ‘2024 중소기업 융합대전’이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이번 행사는 전국 중소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협업 성과물을 전시하고, 기술 융합을 통한 다양한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개막식에서...
  3. 현대자동차, `2025 쏘나타 디 엣지`...25일 연식변경 모델 출시 현대자동차가 대한민국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 디 엣지’의 연식 변경 모델인 <2025 쏘나타 디 엣지(이하 쏘나타)>를 25일 출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현대자동차는 쏘나타의 연식 변경을 통해 기존 클러스터 좌측에 위치했던 실내 지문인증 기능을 동승석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센터콘솔 상단으로 위치를 변경했다.이...
  4. 대한배드민턴협회, 문체부 감사에서 운영 관리 부실 드러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후원 물품 관리와 보조금 운영 실태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사무검사 결과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협회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시행되었으며, 그 결과 후원 물품 재고 관리 부실과 보조금 사용 부적정, 내부 직원 특혜 거래 문제 등 협회 운영에 있어 다수의 문제점..
  5. 카카오, ‘if(kakaoAI)2024’ 성황리에 종료… AI 기술과 미래 비전 제시 카카오는 10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경기도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진행된 개발자 컨퍼런스 &lsquo;if(kakaoAI)2024&rsquo;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컨퍼런스는 AI 기술을 중심으로 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등 다양한 주제의 94개 세션이 진행되었으며, 현장에는 약 3,000명이 참석했고 온라인 생중계된 세션은 누적 조회...
포커스 뉴스더보기
책-보수의종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