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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박영선과 이인영의 지역구입니까 - 구로 디지털밸리 버스정류장의 놀라운 발견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19-06-19 14: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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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에서 놀란 세 가지 사실


구로 디지털밸리의 명물(?)인 버스정류장의 구닥다리 아날로그 안내판. 당연히 그냥 걷는 게 상책이다.

한때 국가대표 축구경기 중계방송을 내보낼 때마다 아나운서나 해설자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빼놓지 않고 소개하던 믿거나 말거나 일화가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 4강 신화의 주역 이영표 선수와 박지성 선수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그들을 지도했던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의 명문구단인 PSV 아인트호벤에 입단했을 때 동료 선수인 아르연 로벤을 보고서 세 가지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첫째는 너무나 기술이 좋아서 놀랐다고 한다.

둘째는 너무나 속도가 빨라서 놀랐다고 한다.

셋째는 너무나 나이가 어려서 놀랐다고 한다. 1984년생인 로벤은 겨우 20대 중반에 이미 시원한 대머리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7년 초봄에 여의도로부터 구로 디지털밸리로 작업실을 옮겼다. 나는 구로 디지털밸리에 와서 세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는 너무나 많은 고층빌딩들에 놀랐다. 여의도 금융가 부럽지 않은 높다란 최신식 건물들이 이곳에는 즐비했다.


둘째는 너무나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놀랐다. 이들은 평범한 한국인들에게는 저임금 일터이겠지만, 그들의 고향인 중국이나 동남아 또는 중앙아시아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상당한 고액의 일자리를 찾아 남한 땅에 발을 디뎠다.


셋째는 너무나 불편한 대중교통망에 놀랐다. 버스와 전철을 타기가 서울시내의 다른 지역들과 비교해 불편하면 불편했지, 결코 편리하지는 않았다. 특히나 강남권에 견주면 여기 구로의 교통여건은 ‘수출입국’의 구호 아래 “화물차가 먼저!”였기 마련이었을 구로공단 시절의 수준과 단계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일당 독점체제의 필연적 후과


내가 어제까지도 산책로 삼아 걷던 멀쩡해 보이는 이면도로 입구에 뜬금없는 도로공사 안내판이 흥선대원군 척화비처럼 느닷없이 세워졌다. 보도블록 교체로도 부족한가?1997년 가을에 발발한 외환위기 사태를 계기로 한국정치는 국가권력을 장악한 집단이, 즉 정권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지방권력의 층위에서는 일당독재의 시대착오적이고 경직된 구도가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구로구와 금천구 같은 서울 서남부 지역은 강남구와 서초구와 송파구의 강남 3구, 그리고 강북구와 노원구와 도봉구의 동북 3구와 더불어 여간해서는 지방권력이 특정 정당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않는 권력교체의 무풍지대로 정평이 나 있다. 그 결과 서울 구로구는 마치 박영선 의원과 이인영 의원 두 사람이 오랫동안 분할통치해온 봉토처럼 돼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필자는 구로의 명암과 희비가 순전히 이 두 중진 정치인으로 말미암아 엇갈린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구로구에 새롭게 들어선 수많은 고층빌딩들이 박영선과 이인영의 업적이 아니듯, 구로가 외국인 노동자의 엘도라도이자 만성적 교통지옥으로 전락한 현실도 이인영과 박영선의 책임만은 아닐 터이다. 전쟁이 장군들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일인 것처럼, 구로 지역의 전반적 문명수준과 발전정도는 지역구 국회의원에 지나지 않는 박영선과 이인영이 감당하고 좌우하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과업이라고 하겠다.


구로의 네 번째 경이로운 불가사의


박영선 의원과 이인영 의원은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로 각각 영전해 있다. 구로구가 크게는 한국에서, 작게는 서울에서 특별한 위상과 남다른 영향력을 가진 동네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두 인물의 어마어마한 개인적 출세기와 성공담은 내가 어쩌면 구로에 와서 넷째로 놀라야 마땅할 일일지 모른다.


내가 구로에 와서 정작 네 번째로 놀란 일은 따로 있다. 만민중앙교회 인근에 위치한 시내버스 정류장의 안내판이 21세기 첨단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방식의 현대적 전광판으로 아직껏 교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버스 노선이 2개밖에 지나가지 않는 탓일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통과하는 노선의 개수도 비슷할뿐더러 디지털밸리는 언감생심이었던 월계동 변두리의 마을버스 정류장 안내판조차 승객들에게 버스가 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디지털 전광판이었다. 구로구에 아무리 돈이 없다고 한들 설마 노원구보다야 없겠는가? 넷마블을 필두로 구로에 세워진 큰 기업체들만 벌써 몇 개인데….


필자는 혹 다른 까닭이 있을지 곰곰이 추리해봤다. 해당 교회의 오너이자 창업주격인 이재록 위임목사가 다수의 여신도들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은 만민중앙교회를 제재하려는 속 깊은 동기에서 정류장 안내판을 낡은 구형 안내판으로 일부러 방치해놓은 것일까? 별로 신빙성은 없는 추론이다. 왜냐? 내가 기존에 관찰해온 바에 의거하면 만민중앙교회 신자들은 교회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들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결론은 하나다. 구로구의 ‘반영구적’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구로구의 실질적인 삶의 질의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한겨울에 방금 언급된 버스정류장에서 자신들이 기다리는 버스가 언제 올지가 도저히 예상이 안 돼서 수많은 시민들이 북풍한설을 맞으며 발을 동동 굴러도 구로구의 위정자들 누구 하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원시적 상황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버스 이용객들이 주로 외지인들인 이유로 그런 불편쯤 겪어도 상관없다는 게 구로의 반영구적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의 생각일까?


문제는 구로에서는 표 찍을 일이 좀체 없는 이들이 구로구 밖에 나가선 구로구의 평판을 관리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나도 잠실에 가서 누군가 구로가 어떤 곳이냐고 물어오면 돈 있으면 절대 살지 말아야만 할 동네라고 단호하게 대답하곤 한다. 현재 구로구에 거주 중인 내 지인들 몇몇도 필자의 이런 의견에 전폭적으로 공감하는 상태다.


구로도 삽질이 먼저다


구로구는 포장은 디지털밸리로 바뀌었지만, 속은 다른 지자체들처럼 여전히 토건으로 움직이고 있었다.인간이 주어진 문제를 풀지 못하는 원인은 대략 두 가지로 압축‧정리된다. 능력이 안 되거나 혹은 관심이 없거나. 서울에서 산다 하는 동네들에서는 능력이 안 돼서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구로에서는 능력이 없어서 풀지 못하는 문제들 위에다 관심이 없어서 풀지 않는 문제들까지 얹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구로가 문제투성이 골칫거리 동네가 될 수밖에 없는 본질적 배경이다.


때마침 오늘, 점심을 먹고 가리봉오거리 방면으로 잠시 산책을 나가다 보니까 바로 어제까지도 멀쩡했던 이면도로를 중장비를 동원해 거칠게 파헤치고 있는 광경이 눈에 확 띄었다. 문재인 정부가 주야장천으로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추가경정예산안, 약칭 추경이 대충 어떠한 방향과 용도로 쓰일지 충분히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공사들이 요즘 전국 곳곳에서 마구잡이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피땀으로 조성된 소중한 혈세가 무책임한 공무원들과 탐욕스러운 건설업자들의 짬짜미로 길가에 막 내버려지는 셈이다. 필자가 밤에 잠을 자는 송파에서도, 내가 낮에 일을 하는 구로에서도.


나는 “앞에서는 디지털 구로, 뒤에서는 토건 구로”일 구로구의 반영구적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멀쩡한 주택가 이면도로 파헤칠 열의와 정력의 단 100분의 1만이라도 만민중앙교회 앞 버스정류장의 안내판을 서울시내의 다른 동네들처럼 버스 도착 시간을 정확히 안내해주는 번듯한 디지털 전광판으로 교체하는 일에 할애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다른 곳에 가서 말하는 구로의 평판이 조금은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특정 정당의 일당독재는 나라는 물론이고 지역사회마저 황폐화시킨다. 우리나라의 선거법은 막상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유권자들의 입을 오히려 반민주적으로 틀어막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이상한 선거법인 터라 내년도 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구로 지역의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 내 나름 열심히 수위조절을 해가며 일찌감치 잠시 얘기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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