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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국③, “김대중 대통령의 강인한 정신력은 하의도에서 비롯돼” - 평촌은 1기 신도시 재생 사업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1-31 20: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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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동초에 비견돼왔다. 인동초를 한자로 표기하면 ‘忍冬草’가 된다. 겨울을 이겨내는 풀이란 의미이다. 김대중이 살아온 오욕의 한국 현대사는 겨울 그 자체였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민족분단의 비극과 동족상잔의 전쟁, 폭압과 불의로 점철된 장기간의 군사독재를 차례차례 거쳤다.

그럼에도 김대중은 평화의 꿈과 민주주의에 대한 동경을 한시도 잃어버리지 않았었다. 이정국 안양 동안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강인한 불굴의 의지가 어디로부터 유래했는지를 팍스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때로는 열정적 말투로, 때로는 차분한 어조로 설득력 있게 설명해나갔다.

청년 김대중이 갔던 길은 소년 이정국이 걸은 길과 겹쳐 보여


이정국 안양 동안을 예비후보는 하의도 태생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청년 시절 걸어갔던 길을 이웃한 우이도 출신의 자신이 소년 시기에 꾸준히 따라갔다고 말했다. (사진 : 김한주 프리랜서 사진작가)

공희준(이하 공) :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잠깐 빌리자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소유자였습니다. 이정국 예비후보님께서는 거친 바다와 항시 마주해야만 하는 척박한 환경의 섬에서 성장하면 강인한 성격을 갖게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정국(이하 이) : 섬에서의 생활은 사람을 단단하고 끈기 있게 만듭니다. 섬에는 슬픈 사연들이 넘칩니다.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가슴 아픈 사연들입니다. 그러니 뱃사람들은 파도가 거세지면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합니다.

 

「표해록」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바다에서 겪은 아찔한 모험담이 담긴 귀중한 문헌자료입니다. 책의 저자는 조선 후기 사람인 문순득인데, 우이도가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문순득은 홍어 장사로 일했는데 그가 승선한 배가 흑산도 근처에서 높은 풍랑을 만나는 바람에 옛 류큐 왕국, 곧 현대의 오키나와 제도까지 멀리 표류해 갔습니다. 오키나와로 떠내려간 문순득은 당시에는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을 경유해 청나라를 남에서 북으로 횡단하는 장장 2만 킬로미터의 여정을 거친 끝에 만으로 3년 여 만에 그리운 가족의 품으로 생환할 수 있었습니다.

 

섬에서 산다는 것은 바다에서 산다는 뜻입니다. 기필코 생존해야겠다는 불굴의 의지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 곳이 바다이고 섬입니다. 그러니 김대중 대통령이 불의한 권력의 힘으로 밝으면 밟을수록 더 힘차게 또다시 일어나는 인동초가 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바다야말로, 그리고 섬이야말로 절대 굴하지 않는 위대한 집념의 민주투사 김대중을 만들어낸 산실이자 시원이라 믿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과 감히 비교될 수야 없겠지만 저는 제 또래의 잣대로도 굴곡 많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러나 잠시 주춤은 했을지언정 종국에는 모든 시련과 난관을 극복해냈다고 자부합니다. 이는 제가 김대중 대통령처럼 섬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성취였다고 생각합니다.

 

공 : 바다는 한 인간의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최적의 장소인 듯하네요. 유년 시절에 경험하신 바다는 후보님께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나요?

 

이 :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여전히 뱃멀미를 합니다. 아무리 배를 많이 타도 항해에 적응이 안 됐습니다. 뱃멀미는 자동차에서 하는 멀미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 고통을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몰아가기 일쑤입기 때문입니다. 뱃멀미는 큰 배와 작은 배를 가리지 않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작은 거룻배를 타고서 얕은 바닷가 근처의 바위들로 미역과 톳을 따러 나가곤 했습니다. 미역과 톳이 붙어 있는 바위들이 섬에서는 논밭 역할을 합니다. 섬사람들은 이곳을 보통은 ‘갯밭’이라고 부릅니다.

 

공 : 동력선이 드물 때였나요?

 

이 : 그즈음은 엔진 달린 선박이 귀한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해산물을 채취할 경우 노로 젓는 배를 타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육지의 논밭에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바다에서의 작업이 오직 고되고 힘들었겠습니까?

 

공 : 비슷한 시기에 영남에서는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을 텐데, 후보님의 회고담을 들으니 호남의 경제적 낙후가 다시금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이 : 섬의 어른들은 자식들에게만은 자신들의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어떻게든 자식들을 뭍으로 보내 공부를 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김대중 대통령처럼 육지인 목포에 소재한 상급 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배를 타고 우이도를 벗어나면서 저는 차츰차츰 멀어지는 섬을 바라보며 공부를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공해 여태껏 평생 고생만 해온 부모님들을 호강시켜드리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건 저처럼 섬에서 육지로 유학을 나온 수많은 동시대의 호남 출신 청소년들이 했던 결심이기도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하의도를 떠나며 아마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지셨지 않았을까요?

 

공 : 후보님께서는 이념적 측면 이전에 인간적 관점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커다란 동질성을 갖고 계신 것처럼 보입니다.

 

이 : 김대중 대통령이 하의도에서 나고 자라 목포에서 해운회사를 경영하며 청년 사업가로 성공한 이야기가 저에게는 남의 얘기로 들리지 않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을 보면 김대중 대통령이 목포상고를 다니셨을 때 얼마나 우수한 학생이셨는지가 나옵니다. 저는 목포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통학로로 이용했을 길거리와 골목골목이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편린들을 남겼던 셈입니다.

 

공 : 후보님께서 해주시는 말씀을 경청하며 저도 섬과 관련된 비감한 서사들에 정신없이 빠져들었습니다. 이에 관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지만, 시간관계상 어쩔 수 없이 지금의 현실정치 얘기로 돌아가야만 할 것 같습니다.

 

이 : 저도 하의도와 우이도 같은 서남해의 유서 깊은 섬들을 화두로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말씀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평촌에서 통하면 분당과 일산에서도 통한다


이정국 경기도 안양동안을 예비후보는 평촌이 수도권 1기 신도시 전체의 도시재생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정국 예비후보가 자신의 선거사무소가 자리한 건물 옥상에서 평촌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 김한주 프리랜서 사진작가)

공 : 지금부터 평촌 지역의 현안에 연관된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1기 신도시가 건설된 지 이제 만으로 30년이 넘었습니다. 후보님께서는 ‘평촌전문가’를 자임하고 계십니다. 1기 신도시 중의 한 곳인 평촌의 전반적 현황을 개략적으로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 평촌은 1기 신도시의 하나입니다. 1992년부터 입주가 시작됐으니 벌써 햇수로 30년이 넘은 도시가 됐습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몸 이곳저곳이 결리고 쑤시기 마련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들은 건축된 지 30년 정도가 경과하면 건물 여기저기에서 이상이 발생합니다. 배관도 막히고, 난방 효율도 떨어집니다. 건물도 인체처럼 노화 현상이 필연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도시재생 문제가 자연스럽게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 : 평촌 인구는 얼마 정도인가요

 

이 : 안양시 전체 인구는 2022년 8월 기준으로 55만 3천 명 가량입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통상적으로 평촌 신도시로 인식하고 있는 지역의 인구는 대략 20만 명 정도에 달합니다. 이분들이 살고 있는 곳이 이제는 갈수록 뚜렷해지는 노후화 사태에 봉착해 있습니다. 늙어가는 신도시를 어떻게 젊게 재생시키느냐가 평촌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으로 부각한 까닭입니다.

 

공 : 그렇다면 만약 평촌 신도시를 재생시킬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제시된다면 여기서 만들어진 해법을 수도권에 자리한 1기 신도시들 전체에 적용할 수가 있겠네요.

 

이 : 당연합니다. 저는 평촌은 물론이고 다른 수도권 신도시에까지 응용이 가능한 대안들이 무엇일지를 오래전부터 다각도로 고민해왔습니다. 평촌에서 개발된 모델을 산본, 분당, 일산, 중동에 차례로 적용한다면 국가적 에너지가 경제적 자원이 엄청나게 절약될 수 있습니다. 신도시 재생사업도 훨씬 더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가 있을 테고요.

 

공 : 평촌이 신도시 재생의 퍼스트 무버로 등극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이 : 평촌이 대한민국 도시재생 사업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확고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저는 이번 22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공 : 제 가족이 안양에 정착한 지가 40년이 됐습니다. 제가 평촌에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한 지는 20년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평촌에 어떤 문제가 있고, 그러한 문제점들을 성공적으로 풀어가려면 어떠한 해결책이 요구되는지를 제 나름대로 훤하게 꿰뚫게 됐습니다. 성실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것처럼, 진득하게 쌓아온 시간 역시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법입니다.

 

반면에 갑자기 평촌에 낙하산 타고서 짠하고 등장한 것 같은 분들은 이곳 사정에 정통하려야 정통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수박 겉핥기식의 급조된 대책을 임시변통의 미봉책으로 내놓기 급급합니다. 저는 제가 평촌에서 정치인으로서 좌절했던 시간을 실패의 시간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평촌의 더 나은 발전과 수준 높은 변화에 필수적인 축적의 시간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몸으로는 평촌에 직접 살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평촌 신도시 재생을 위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해왔습니다.

 

공 : 축구와 야구를 위시한 현대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도 상대편에게 승리하려면 선수가 머릿속으로 무수한 경우의 수들을 상상해보는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이 : 그렇습니다. 평촌을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바꿔나가야 주민들의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나아질지가 제게는 하루하루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하루하루 더 명확해지고 있는 평촌 발전의 구체적 그랜드 비전을 올해 총선 국면에서 평촌주민들 앞에 소상하게 밝혀놓을 작정입니다.

 

공 : “분당에 이재명이 있다면, 평촌에는 이정국이 있다”는 야심만만한 선포 같은 건가요?

 

이 : 맞습니다. 분당 신도시가 이재명을 낳았고, 그 이재명이 분당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하여 유력한 대선주자로 도약했습니다. 이재명이 밟았던 성공 방정식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제가 평촌에서 당과 국민을 위해 야무지게 재연하고 싶습니다. 분당 신도시가 이재명을 키워주셨듯이, 평촌 신도시도 저 이정국을 키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이 재작년에 분하게 놓친 정권을 분당의 이재명과 평촌의 이정국이 힘을 합쳐 다음 대선에서 꼭 되찾아오겠습니다.

 

공 : 러닝메이트 선언을 하시는 것처럼 들립니다. (웃음)

 

이 : 그런가요. (웃음)

 

공 : 저는 이재명 대표의 러닝메이트가 되시겠다는 포부보다는 평촌을 필두로 1기 신도시들의 공통적인 혁신 모델을 기획ㆍ구축하시겠다는 목표가 더 인상 깊게 들렸습니다.

 

이 : 광주에서 콩이면 부산에서도 콩이듯, 평촌에서 유용하고 적합한 표준과 모델이면 일산에서도, 중동에서도, 분당에서도, 산본에서도 유용하고 적합한 표준과 모델로 성과 있게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공 : 제가 1기 신도시를 다녀 보면 사실 거기가 다 거기 같습니다. 도시 구조가 너무나 엇비슷합니다. 중앙상가가 있고, 그 주변을 아파트들이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저는 후보님께서 1기 신도시 공통의 혁신 플랫폼을 선보이신다면 현재의 천편일률적 획일성을 탈피해 개별 신도시들마다의 개성과 특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과제는 제가 늘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입니다. (④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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