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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사법리스크는 없다 - 정치인의 진정한 성패는 투표장에서 정해진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9-29 08: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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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에 담긴 함의는


현대 선거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적 라이벌을 정치과정이 아닌 사법과정을 통해서 제압하려는 시도는 명분도, 승산도 없다. 이미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소식을 전하는 YTN 뉴스 화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9월 27일 오전 2시 20분경 기각됐다. 검찰이 적용한 다양한 범죄혐의들에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이재명 대표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주요 사유였다.

 

길게는 지난 대선국면으로부터 시작된, 짧게는 이재명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의 불체포특권 포기선언에서부터 비롯된 이른바 ‘이재명 사법 리스크 정국’은 이로써 일단락을 짓게 되었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검찰을 향해 구속영장 재청구를 촉구하고 있고, 이 대표가 연루된 것으로 보도된 여러 가지 사건들의 수사와 기소를 담당했던 검사들은 복수혈전을 벼르고 있다. 허나 이재명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된 이번 영장실질심사에 담긴 함의는 명확하다. 정치권에서 생겨난 문제들은 정치권 스스로의 힘으로 주체적으로 해결하라는 메시지이다.

 

법치는 법에 의해 나라를 다스림을 뜻한다. 20세기에 들어온 한국에서는 법치가 아주 이상한 의미로 곡해돼왔다. 작게는 가족 간의 재산 분쟁에서부터 크게는 현직 대통령의 거취에 이르기까지 그 결정과 판단을 법원, 정확히는 소수의 사법 관료들에게 무책임하게 맡겨버린 것이다.

 

한 가정이 가족 간의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가면 해당 가정이 콩가루 집안이 되는 것으로 그친다. 반면, 집권 여당이나 거대 야당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롯이 자신들의 힘으로 응당 풀어야만 마땅할 문제들을 헌법재판소를 비롯한 사법부로 일일이 끌고 가면 공동체는 구성원들이 서로 총부리만 겨누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의 내전 상태에 돌입하고 만다.

 

정치적 내전상태와 정치의 사법화는 동전의 양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치적 내전상태에서는 그 어떠한 실질적 대화와 성과 있는 협상도 가능하지가 않다. 모든 갈등과 대립이 법원에서 모 아니면 도의 제로섬 게임으로 결판나는 정치의 사법화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잔뜩 꿈꾸고 바랐을 모가 아닌, 기대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던 도를 실망스럽게 손에 쥐게 된 세력과 진영이 정치 바깥의 법정에서 도출된 결론에 순순히 승복할 리 만무하다. 정치적 내전이 정치의 사법화를 부르고, 정치의 사법화가 더욱더 격화된 형태의 정치적 내전상태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지루하고 파괴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판결을 내리는 법원의 권한은 산술급수적으로 늘려 왔다면 공소를 제기하는 검찰의 권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켜왔다는 점이다. 그로 말미암아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적 경쟁자와 반대파를 물리치기 위해 내로라하는 선거기획사를 찾아가지 않는다. 고소장이나 고발장을 작성한 다음 관할 검찰청으로 출발하기 일쑤다.

 

제2의 10월 유신을 선포할 작정이 아니라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을 표방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기본적 정치체제는 누가 더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향배와 소재가 정해지는 선거 민주주의이다.

 

현실은 어떤가? 정당과 정당의 승패가, 정치인과 정치인의 우열이 투표장이 아니라 법정에서 가려지는 지극히 비정상적 경향이 날이 가면 갈수록 가일층 짙어지고 있다.

 

경쟁자와 반대파를 투표장이 아닌 법정에서 제압하려는 반민주주의적 충동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더불어민주당은 협치에 나설 이유도, 지지층을 확장할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민주당은 보수세력에 대한 진보진영의 최종적 승리를 투표장이 아니라 법정에서 거두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 출신의 검사 윤석열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문 전 대통령의 용인술은 소위 적폐청산으로 포장된 이와 같은 노림수의 화룡점정이었다. 결과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히는 그야말로 최악의 그림이었다.

 

역사는 돌고 도는 법일까? 정치적 경쟁자와 반대파를 투표장 대신에 법정에서 제압하려는, 명분도 취약하고 승산도 희박한 기획에 지금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열을 올리는 중이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집권자에게 위협적 존재로 대두한 정적을 수사기관을 동원하고 사법적 절차를 악용해 제거하는 데 성공한 사례로는 예전 자유당 시대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진보당 당수 죽산 조봉암 선생에게 간첩죄를 뒤집어씌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도록 한 경우가 마지막이었다.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급조해낸 군사법원조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차마 끊지 못했다.

 

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윤석열 정부는 수사와 재판 등의 사법과정에 기대어 이재명을 제거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기색이다.

 

작년 3월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무려 1천 6백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관건은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가 아니다. 이재명이 대선에서 16,147,738표를 득표한 분명한 정치적 실체가 있는 인물이라는 데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비교를 불허하는 강력하고 카리스마적인 야당 지도자였다. 그의 확고한 당내 장악력과 화려한 인적 네트워크는 이재명이 백번은 부러워하고도 남을 만했다. 그럼에도 이회창은 소리 소문 없이 쓸쓸하게 정계를 은퇴했다. 두 번 연속 대선에서 패배한 탓이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사법리스크 유형의 위험요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전성기의 영향력과 지지세를 다시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007년 대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한 후과이다.

 

그렇다. 박정희 정권을 흉내 내 윤석열판 10월 유신을 선포해 대통령 직선제를 아예 없애버리고 체육관 대통령을 뽑을 심사가 아니라면 윤석열 정권은 정치적 적수들을 투표장에서의 승리가 아닌 법정에서의 승소로 찍어내려는 시대착오적 유혹과 욕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만 한다.

 

그런 결단과 각성이 없다면 한국사회를 총성 없는 내전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정치의 사법화는 그 대표적 수혜자로 평가되는 윤 정권 수뇌부 인사들을 다음번 먹잇감으로 삼아 검찰과 법원으로 차례로 불러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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