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해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앞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과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사건 등에 이어 네 번째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2분쯤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 법원삼거리에 도착했다. 이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고 단상 위에 올라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조사에 대해 "저를 희생제물 삼아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감춰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며,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며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면서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에 맞서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다. 소명을 다하는 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한 차례,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은 바 있다.
다음은 검찰에 출두하면서 이 대표가 밝힌 입장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벌써 네 번째 소환입니다.
저를 희생제물 삼아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정치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국가폭력, 정치검찰의 공작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를 향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죄 없는 국민이 겪는 절망과 고통이 참으로 큽니다.
수십 수백명이 대책 없이 죽어 나가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불안한 나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 통치로 두려움이 만연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자유의 이름으로 각자도생이 강요되는 벼랑 끝 사회에서 국민들은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습니다.
뉴스를 안보는 것이 일상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체념,
눈떠보니 후진국이라는 한탄소리에 차마 고개를 들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제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했고, 강물은 굽이쳐도 바다로 갑니다.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화무도 십일홍이고, 달도 차면 기우는 법입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진실은 드러나고, 국민이 승리한 것이 역사입니다.
왕정 시대 왕들조차 백성을 두려워했고, 백성의 힘으로 왕정을 뒤집었던 것처럼,
국민을 무시하고 억압한 권력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집단지성체로 진화해,
세계사에 유례없는 무혈촛불혁명을 성취한 우리 국민입니다.
당장은 폭력과 억압에 굴복하고 두려움에 떨지 몰라도 강물을 바다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처럼 반드시 떨쳐 일어나 국민이 주인인 나라로 되돌려놓을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은 기억하십시오.
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습니다.
정권의 이 무도한 폭력과 억압도 반드시 심판받고 댓가를 치를 것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는 권력자의 욕망 수단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한 헌신이어야 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저는 권력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권한을 원했습니다.
저에게 공직은 지위나 명예가 아니라 책임과 소명이었습니다.
위임받은 권한은 오직 주권자를 위해 사용했고,
단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이 없습니다.
티끌만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년에 걸친 수백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습니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개가 걷히면 실상은 드러납니다.
가리고 또 가려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습니다.
저를 위한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검찰은 정치가 아니라 수사를 해야 합니다.
회기 중 영장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십시오.
무도한 윤석열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당당히 맞서겠습니다.
온 국민이 힘써 만든 선진강국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습니다.
우리 속에 널리 퍼진 두려움과 무력감을 투쟁의 용기로 바꿀수 있다면,
공포통치 종식과 민주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제물이 되겠습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역사와 민주주의가 전진했던 것처럼 쓰러진 저를 디딤돌 삼아 더 많은 이들이 어깨 걸고 전진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국민과 국가에 대한 기여 아니겠습니까?
검사독재정권은 저를 죽이는 것이 필생의 과제겠지만 저의 사명은 오직 민생입니다.
이재명은 죽여도 민생은 살리십시오.
아무리 이재명을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습니다.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권의 국가폭력에 맞서 흔들림 없이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소명을 다하는 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 8. 17.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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