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안유연합’이 복원될 확률은 로또 당첨 가능성보다 낮아
유시진(이하 유) : 정치인 안철수의 브랜드 가치는 그의 전성기의 몸값에 견주면 두드러지게 하락했습니다.
공희준(이하 공) : ‘안철수 현상’이 한창 위세를 떨칠 무렵에는 안철수 의원에게 줄을 대려는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안철수가 길거리에 나가면 아이돌 스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2030 청년세대로부터 폭발적 지지와 관심을 끌었습니다. 지금은 다 부질없는 옛날얘기가 됐습니다. 그 좋던 인가가 물거품처럼 흔적 없이 꺼졌어요.
유 : 안철수 의원은 이노베이션(Innovation), 우리말로 혁신의 상징이고 대명사였습니다. 요즘에도 긍정적 면모를 가끔씩은 보여주고 계시기는 합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에 의사 출신이라는 경력을 살려 직접 나섰던 경우가 대표적 사례였습니다.
공 : 안철수 의원의 최대 강점은 건강하다는 점입니다. 마음의 건강은 제가 잘 모르겠고, 육체적 건강은 확실히 검증됐습니다. 철수형이 마라론 풀코스를 벌써 몇 번을 완주했는데요.
유 : 신체적 내구성은 이제 국민들에게 과시할 만큼 과시했으니 정치적 청사진을 제시해야죠.
공 : 안철수 의원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단어가 ‘혁신’입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 자신만은 혁신되지 않더라고요. 세상을 바꾸려고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씀하시는 분인데, 그러면서 본인은 바뀐 게 하나도 없습니다. 여전히 독불장군이고, 여전히 애매모호하며, 여전히 시쳇말로 간보기에 바쁩니다.
유 : 타계한 노회찬 전 의원이 아마 생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을 겁니다. 우리가 일본과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만에 하나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면 일본과 손잡고 외계인과 싸워야 한다고요.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협력할 계기가 전적으로 없을 거라고 제가 철석같이 단언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공 : 유승민과 안철수 둘 다 안티들로부터 외계인 취급을 받고 있으니 두 명이 나란히 손잡고 지구로 쳐들어오면 되겠네요. (웃음) 유승민과 안철수가 손을 잡지 않으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가세연」 김세의와 「신의한수」 신혜식 부류의 극우 유튜버들로 완전히 도배될 위험성이 목전에 닥치면 제2의 안유연합 혹은 유안연대가 전격적으로 성사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 : 그조차 장담하기 힘듭니다. 왜냐면 유승민과 안철수가 상대방을 위해 양보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거든요.
공 : 유승민 입장에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양보할 수 있어도 안철수에게만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탓입니다. 그건 역으로 안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승민과 손잡고 흥하느니, 차라리 손 안 잡고 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겠지요.
유 : 유승민 전 의원 지지자인 제 견지에서는 유승민이 안철수에게 모종의 양보를 한다는 건 손문이 원세개에게 양보하는 수준의 독한 결단이 요구되는 대사건입니다.
공 : 제가 중국 역사에 대해선 문외한입니다만 모택동과 장개석의 관계보다는 손문과 원세개 사이가 훨씬 더 적대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관건은 대부분의 유승민 지지자들에게 철수형은 원세개 급으로 인식된다는 점이겠네요. 제3자인 저로서는 가히 ‘철수형 지못미’입니다. 나라가 당장 망할 것 같은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상황이 아니면 유승민과 안철수과 제휴할 일은 없다는 것이 유시진 위원님의 전망이네요.
유 : 솔직히 그렇습니다.
유승민의 진정한 강점은 열린 귀에 있다
인터뷰는 바야흐로 마지막 질문으로 넘어갔다.
공 : 유승민은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를 하는 정치인입니다. 우리나라 거의 모든 대통령들이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된 원인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의지는 강했어도,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가겠다는 체계적 프로그램은 부실했던 점에 있습니다. 유승민에게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필요한 준비된 국정운영 로드맵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약 유승민이 대통령이 된다면 종래의 집권자들과 어떤 지점에서 뚜렷하게 차별화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유 : 대통령 선거를 위시한 각급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출마한 후보의 정견과 공약이 담긴 선거공보물이 유권자들 가정으로 우편물 형태로 배달됩니다. 저는 공직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수많은 입후보자들 가운데 과연 몇 퍼센트나 본인의 공보물에 화려한 이미지들과 함께 수록된 정책과 비전의 내용을 실제로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공 : 대통령 선거를 예로 들자면 군소 후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들은 캠프에 모인 전문가와 학자들이 정책 수립을 대개 주도해왔습니다. 후보야 선거운동 하느라 바쁘니까 선거공보물을 보는 둥 마는 둥 할 개연성이 짙습니다.
유 : 유승민은 다릅니다. 그는 홍보물에 담긴 정책과 공약을 기본 취지는 물론이고 구체적 내용까지 자세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후보가 본인이 공약한 정책을 이해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는 토론회에서 단박에 드러납니다. 저는 유승민은 대한민국의 성공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정책과 비전 측면에서 충분히 준비된 정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 : 유승민은 각종 토론회에서 자기가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고 얘기한다는 의미네요. 앵무새처럼 영혼 없이 읊어대기만 하는 게 아니라요.
유 : 문재인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들 중 단연 시끄러웠던 부분이 공무원 증원 공약이었습니다. 공무원 월급은 누가 줍니까? 결국에는 국민들 세금으로 지급합니다. 그런데 숫자가 대폭 불어난 공무원들이 퇴직한 다음에 받아갈 연금 액수의 계산부터가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공 : 그럼에도 이른바 대깨문으로 불리는 문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에서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다해” 식의 용비어천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시긴 하셨죠. 그러다 5년 만에 야당에 정권 헌납한 게 문제이지요. 거기에서 전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지금은 우리 (윤석)열이 하고 싶은 대로 신나게 다하고 있어요.
유 : 저는 지도자는 디테일을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역량에 더해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능력 또한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경험하고 관찰한 유승민은 한 나라의 리더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일들을 아는 사람입니다.
공 : 정확히 알려면 정확히 들어야 하지 않나요? 역대 대통령들은 어디서 이상한 얘기를 들은 걸 갖고서 나라를 다스리려다 국정운영이 번번이 암초에 부딪치곤 했습니다.
유 : 정확히 들으려면 폭넓게 들어야 합니다. 저는 유승민이 집권하면 “말하는 게 다른 대통령이 아니라, 듣는 게 다른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유승민을 단지 똑똑한 엘리트 정치인 정도로 알고 계시다면 저는 그건 유승민을 크게 오해하시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승민은 귀가 열려 있는 사람입니다. 마음이 열려 있는 인간입니다. 유승민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도 귀와 마음을 변함없이 계속 열어놓을 인물입니다. 저는 바로 이 부분이 유승민 전 의원이 과거의 대통령들과 가장 확연하게 차별화될 지점이 될 것으로 확신을 가지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 : 기존의 전직 대통령들이 말하기 즉 스피킹(Speaking)에 주력했다면, 유승민은 듣기, 곧 리스닝(Listening)에 주안점을 둘 거란 말씀인가요?
유 : 예,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였을 적에는 많이 듣겠다고 다짐하시고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다음에는 혼자서만 말씀하고 계십니다. 유승민마저 그런 전철을 답습해서는 안 됩니다.
공 : 말 많은 지도자의 유별난 특징이 있습니다. 아랫놈들이 다 간신배라는 점입니다.
유 : 윤 대토령은 집권하면 장관들에게 발언권은 물론이고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약속하신 것 같은데.
공 : 현재는 전권이 누구에게 가 있는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여사님에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법사님에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해도 참 아리송해요. 정권을 국민의힘이 잡은 건 확실한데, 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에요.
유 : 유승민은 자기에게 엄격한 사람입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자신이 주도해 관철시킨 공무원 연금 개혁을 50점짜리 개혁이었다고 거리낌 없이 평가절하하며 스스로를 자책해왔습니다.
공 : 정치인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바람직한 자세로는 자화자찬보다는 자책이 압도적으로 낫습니다.
유 : 저는 유승민 전 의원의 자랑하지 않는 소박한 태도가, 으스대지 않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우리 사회에서 유 의원의 평판과 신뢰도를 꾸준히 높여왔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지 않아야 변화와 개선을 향한 부단한 노력이 기울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 :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과 맥락이 통하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연초에 무척 바쁘실 텐데 멀리 서울까지 와서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유 : 두서없는 얘기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시진 위원은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한 다음 바른정책연구소가 주관하는 청년정치학교를 수료하였다. 새로운보수당에서 경기도당 창당준비위원회 부위원장과 청년공감위원회 부위원장을 차례로 역임하고,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승민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선거캠프에서 청년희망본부 부본부장 및 경기지역장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새움정책연구소에서 상임위원으로 일하며 한국정치의 정책개발 역량을 강화ㆍ확충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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