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공희준(이하 공) : 내년 총선 승패는 어느 정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출마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윤핵관들을 고집스럽게 비호하며 국민의힘의 총선 전망을 앞장서서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윤핵관들에게 도대체 어떤 정치적 부채를 지고 있기에 지금처럼 그들을 막무가내로 감싸고도는 것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을 여전히 검찰총장으로 생각해
유시진(이하 유) :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검찰조직은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에서도 상명하복의 수직적 위계질서가 강하기로 유명합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 아래 집단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왔습니다.
공 : 그래서 양복 입은 군대로 불려왔습니다.
유 : 그런 조직에서는 상급자를 향한 하급자의 이견 표명과 문제 제기는 금물이 되고 맙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다음에도 그와 같은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변함없이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서열을 중시하고 상하를 구분하는 윤 대통령의 사고방식이 검사로 있을 때는 바람직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이 되고, 대통령이 된 지금 상황에서도 그와 같은 생각을 고집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본인에게도,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무척이나 불행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은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지 만으로 1년도 채 되지 않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아주 이례적 경우입니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부터 대통령으로 위상과 역할이 바뀌는 기간이 한 국가를 어떻게 이끌겠다는 비전과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준비하기에는 너무 짧았다고 생각합니다.
공 : 윤 대통령처럼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렇게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모든 분야를 통틀어 매우 찾기 어렵습니다. 기존의 한물간 방법과 경로를 고집하다가 끝난 몰락하는 ‘성공의 저주’에 갇히기에 딱 좋은 사례입니다.
유 : 검찰에서는 윗선에서 결정을 내리면 “좋아, 빠르게 가!”가 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에서는 그러한 일방주의적 일처리가 통할 수도 없거니와 통해서도 안 됩니다. 따라서 정치를 하다 보면 비판과 반론에 자주 맞닥뜨리게 됩니다. 정치인에게는 그러한 비판과 반론을 성실히 수용해야만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비판과 반론이 부당하게 느껴진다면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소통하는 과정 자체를 싫어하는 걸로 보입니다.
공 : 시중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군사독재자 전두환에 빗대어 비난하는 풍조가 적잖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유 : 비판받기를 싫어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정당한 비판을 막무가내로 봉쇄하는 친위대를 필요로 한다는 점입니다.
공 : 친위대를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똘마니들이 됩니다.
유 : 예, 그렇습니다. 저는 방금 말씀드린 맥락에서 윤핵관들에게 윤석열이 필요한 게 아니라, 윤석열에게 윤핵관들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싶습니다. 비판의 화살을 앞장서 막아줄 정치적 경호대가 윤 대통령에게는 절실히 요구되거든요.
저는 노태우 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리던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 희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노태우에 관해 들었던 이야기들 가운데 유달리 기억에 짙게 남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가 회의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 또한 굉장히 즐겼다고 합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보수진영이 배출한 통치자였습니다. 그러나 낡은 냉전질서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북방외교 정책을 과감히 추진했습니다. 만약 진보세력에 속하는 대통령이 소련이나 중국과의 수교 협상에 착수했다면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을 게 뻔합니다. 집권자는 노 전 대통령처럼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판단이 서면 유연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정권 출범 당시에 국민들이 기대했던 방향에서 자꾸 어긋나고 있습니다. 낡고 경직된 교조적 이념에 집착하는 모습을 계속 드러내고 있습니다.
공 :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보다는 회식을 좋아하는 대통령에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설령 회의를 해도 1시간 중 혼자 59분을 떠든다고 하니 그게 무슨 정상적인 회의가 되겠습니까? 윤핵관들은 대통령이 1시간 중에 자기 혼자 59분 동안 시답지 않은 장광설을 늘어놔도 그러면 안 된다는 직언을 하지 않습니다. 권력자에게 비굴하게 맹종하고 영합하는 게 우리 사회에서 출세하고 성공할 수 있는 영악하고 약삭빠른 사회생활의 비결이거든요.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총애하는 건 그들에게 부채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윤핵관들을 주변에 두는 게 당장은 편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당장 편한 길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결국에는 망하는 지름길이기 마련인데….
유 : 윤 대통령은 윤핵관들을 믿음직스럽고 충성스러운 부하들로 신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만 윤핵관들이 진심으로 윤 대통령을 주군으로 여길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윤핵관들은 윤 대통령을 자신들의 손위기에 넣고서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공 : 국민의힘의 윤핵관들의 정치 방식은 더불어민주당 내의 86 세대들이 몰두해온 정치 문법과 똑같습니다. 그건 바로 ‘기생의 정치’입니다. 국민의힘의 윤핵관들도, 더불어민주당 86 세대도 끊임없이 숙주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데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여태껏 기생해온 숙주로부터 빨아먹을 자양분이 더 이상 없으면 다른 숙주에게 달라붙어 기생하는 존재들이 국민의힘에서는 지방토호 출신의 윤핵관들이고, 민주당에서는 학생운동권 경력을 자랑하는 86세대 정치인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유승민은 국민을 위해 대화해야 할 때는 대화해
공 :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젊은 청년세대 사이에서 특히나 유달리 낮습니다. 윤 대통령이 젊은이들 사회에서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거듭나려면 윤석열에게 어떠한 노력과 자기반성이 요구될까요?
유 : 윤 대통령은 윤핵관들이 대통령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달콤한 알랑거림에 더는 도취되어선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와 미래비전으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그러자면 윤석열 대통령은 뒤에 숨어서 말을 흘리는 전언 정치를 당장에 그만두어야 합니다.
공 : ‘전언 정치’라면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요?
유 : 자기가 한 말을 남이 한 말처럼 꾸미면서 국민들을 상대로 간을 보는 행동입니다.
공 : 아! 이제 뭔지 알겠습니다. 이를테면 자기가 어떤 얘기를 해놓고는 ‘용산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의 병풍 뒤로 비겁하게 숨지 말라는 뜻이네요. 사실, 이준석 대표 숙청 정국에서 최고의 반전은 이준석을 빨리 잘라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펌프질을 한 용산 대통령실의 핵심 관계자가 다름 아닌 윤 대통령 본인이었다는 거였습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으로 판명된 미국 영화 「식스 센스」를 능가하는 충격과 공포의 반전이었습니다.
유 : 윤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자 치명적 문제점은 대화와 소통에 서툴다는 점입니다.
공 : 정작 대통령 스스로는 자기가 엄청 말을 잘한다는 망상에 빠져 있습니다. 남들이 윤 대통령의 위세와 권력이 무서워 그 앞에서 말을 못 하는 걸, 윤 대통령의 논리와 언변에 압도돼 말대꾸를 못하는 걸로 오랫동안 착각해온 탓입니다.
유 :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해야 진정한 대화이고 소통입니다. 윤 대통령은 견해가 대립하는 사람들과는 아예 얼굴조차 마주하기를 꺼립니다. 그러다 보니 청년세대와의 소통이 단절되고, 야당과의 대화통로도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아쉬운 대목이 야당과는 그 어떠한 의미 있고 실질적인 대화와 소통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싫든 좋든 현재 국회 원내 과반수 의석을 점유한 엄연한 정치적 실체입니다.
공 : 야당 없는 정치를 하고 싶다면 그냥 북한이나 중국처럼 일당독재를 실시해야죠. 야당 없는 정치를 하면 종국에는 외려 여당이 망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야당을 무시하다 망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야당을 줄곧 백안시하다가 정권재창출에 실패했습니다.
유 : 박근혜 정부 당시 최우선적 정책과제가 공무원 연금 개혁이었습니다. 그때 여당인 새누리당의 원내사령탑이 유승민 전 의원이었습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야당의 반대를 돌파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민주당과 거의 전쟁 수준으로 살벌하게 치고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정치에서는 내가 뭔가를 획득하려면, 나 또한 뭔가를 양보해야 합니다.
공 : ‘Give and Take’ 없이는 협상과 절충에 진전이 있을 수가 없지요.
유 : 유승민은 야당이 공무원 연금 개혁에 동의해주는 조건으로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요구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에 민주당과 합의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활적이고 중차대한 국정목표였던 공무원 연금 개혁을 관철하려고 그야말로 총대를 멨습니다. 그런데 이걸 친박들은 마치 유승민이 박 전 대통령에게 반란을 일으킨 것처럼 본질을 호도했습니다.
공 : 유승민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뚜깨였겠네요?
유 : 유승민은 그가 공들여 완성시킨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100점 만점에 50점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인 스스로 몹시 박하게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50점짜리 불만족스러운 개혁일지언정 미래세대를 위해 이뤄내야만 한다는 소신과 신념을 갖고서 야당과의 교섭에 치열한 자세로 임했습니다. 청와대는 유승민을 배신자로 매도하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국민들은 드디어 연금 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며 대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국민은 권력자를 위해 여야가 진흙탕에서 싸우는 이전투구의 정치를 원하지 않습니다. 국민을 위해 대화하고 타협하는 협치와 상생의 정치를 바랍니다. 지금 윤 대통령을 에워싼 주위 인사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국민을 위해 대화하고 타협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심기 경호에만 여념이 없는 나머지 야당과 허구한 날 상스럽고 혐오스러운 막말과 독설을 교환하는 인물들 일색입니다.
공 : 젊은 세대는 필요하다면 야당과 언제든지 대화에 소통에 나설 대통령을 바라는데, 윤 대통령은 청년들의 그러한 여망과 바람에 둔감하고 무지하다는 말씀인가요?
유 : 명목상의 소통과 대화 창구는 있지요.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그분도 계시고요.
공 : 윤 대통령이 주변에 청년들을 나름 여럿 포진시켰기는 합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청년들이 자기 또래 청년들이 아닌, 윤핵관 부류의 기득권 구태 정치인들과만 열심히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지만요.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그분도 기자회견 하면서 옆에다 거의 항상 늙은 구태 정치인들을 세우더라고요. 씁쓸한 현실입니다. 청년 최고위원 출마자가 2030 세대가 아닌 6070 세대의 민심을 얻기 위해 뛰는 아이러니한 형국입니다.
유 :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그분을 대통령과 청년들 사이를 성실하고 정직하게 중개해줄 참다운 메신저로 간주할 청년들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공 : 저도 그분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그저 아쉽고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뭐가 그리 마음이 급한지가, 30대 중반부터 왜 그렇게 늙은 지방토호들과만 기를 쓰고 어울리는지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대통령 최고위원’이 아닌 분명 ‘청년 최고위원’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진 친구잖아요. 그분이 저에게 개인적으로는 매우 호의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더더욱 안타까워요. 정말 진심으로 안타까워.
윤석열의 노골적인 김은혜 밀어주기
공 : 작년 지방선거 직전 실시된 국민의힘의 경기지도사 후보 선출 경선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을 떨어뜨리려는 목적으로 여러 가지 너절하고 지저분한 행위들이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편파 경선과 불공정 경선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주십시오.
유 : 경기도에는 현재 기준으로 총 59개의 지역구가 있습니다. 그 59개의 당협위원장들 중에 단 2명만이 작년 경기도지사 경선전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었습니다. 반면, 김은혜 전 의원 경선캠프는 당협위위장들로 북적북적했습니다. 진짜로 김은혜 의원을 지지해서 북적북적했을까요? 그즈음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과 눈치를 살피고 모여든 것이죠. 구체적인 불공정 경선 사례들은 당사자들이 거세게 부인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서 세세하게 예시하기는 부적절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적 분위기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조직적인 유승민 왕따였습니다.
공 : 학폭의 정당 버전인 ‘당폭’이네요.
유 : 유승민 전 의원이 예비후보 자격으로 방문할 수 있었던 당원협의회 사무실에 10군데가 되지 않았습니다.
공 : 60개 가까운 데서요?
유 : 예.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습니다. 받아주지를 않으니까요.
공 : 유승민 전 의원이 졸지에 잡상인 취급을 당한 셈이네요. 국민장인으로 각광받던 유담 아빠가!
유 : 방문할 수 있는지 가부를 타진하면 그날은 곤란하다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와도 된다는 날에 가보면 사무실이 거의 텅 비어 있는 황당한 경우도 잦았습니다.
공 : 유승민과의 접촉을 당원들이 하지 못하게끔 일부러 자리를 피했네요. 그 역시 본질은 비민주적인 유세방해 행위입니다.
유 : 당원들이 모인 인터넷 채팅방에는 세대가 다른 당원들이 섞여 있습니다. 거기에 보면 유승민이 당협위원회를 방문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 청년당원들에 의해 종종 올라왔습니다. 당협위원장으로부터 특정인을 지지하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카톡을 받은 사례들은 비일비재했고요.
공 : 특정인이라면, 왕년에 텔레비전에서 마이크 잡았던 그분? (웃음)
유 : 뭐 다 아시면서. (웃음)
공 : 용산에서 오더(Order)가 내려온 거네요. 그것도 아주 강력한 오더가. (③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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