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강신업, 문성근과 명계남을 유명세로 압도하다
필자의 졸필을 읽을 독자들께 먼저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다. 여러분들께서는 혹시 윤석열 대통령 팬클럽 회장이 누군지 아시는가? 필자가 꾸준히 정치칼럼을 써온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의 대표자 성명까지 세세히 기억하고 있지는 못하다.
대통령 팬클럽 관계자들의 이름이 대중의 입길에 빈번히 오르내린 시절이 한때 있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즉 노사모의 공동좌장 격이었던 유명 영화배우 문성근 씨와 명계남 씨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대통령 팬클럽 총책이 안하무인으로 좌충우돌하다가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례도 물론 있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곧 약칭 박사모의 회장이었던 정광용 씨는 나경원 전 의원을 조선왕조 시대의 관기에 모욕적으로 비유했다가 나 전 의원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구속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도 아닌 대통령 배우자의 팬클럽 회장이 집권 여당의 당대표직에 직접 도전한 사례는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하다. 게다가 대통령 부인의 팬클럽 직전 회장이 요즘같이 신문 정치면과 텔레비전 뉴스의 정치 꼭지에 거의 매일 등장하는 상황도 미증유의 사태임에 틀림없다. 이 모두가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을 창설한 강신업 변호사로 말미암아 비롯된 분란이자 소동이다.
강신업 변호사에 관해 알려진 내용은 아주 기초적 이력과 정보들이 전부다. 그는 1964년에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한 다음 이런저런 직업들에 종사하다 상당히 늦은 나이대에 사법시험을 통과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강신업 변호사가 사법시험에 붙은 나이에 견주면 무려 9수 만에 합격한 윤석열 대통령이 소년급제로 여겨질 지경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바른미래당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필자는 바른미래당의 양대 모태를 이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각각 몸담았던 꽤 많은 숫자의 지인들을 알고 있다. 그들에게 물어본 강신업은 존재감이 별로 없는 인물이었다. 가히 천방지축으로 불려도 과언이 아닌 현재와는 달리 바른미래당 시기의 강신업은 매우 조신하고 신중하게 처신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대한변협 공보이사로 일하던 2016년 11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신속하고 단호한 탄핵을 국회에 촉구하는 강경한 논조의 시론을 기명으로 동아일보에 기고하기도 했다.
이념적 성향은 나름 진보적이고, 개인적 몸가짐에서는 절제된 성격이었던 강신업이 어떠한 경위와 과정을 거쳐 ‘김건희의 남자’로 우악스럽게 변신하며 극우화됐는지 정확히 확인할 길은 없다. 명징하게 드러난 부분은 김건희 여사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부군인 윤석열 대통령과 다정한 모습으로 나란히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로 강신업에게 손수 보내준 일화에서 증명되듯이 그는 지금의 영부인으로부터 두터운 신뢰와 각별한 총애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미래는 강신업 페북에 담겼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재학생과 졸업생을 망라한 서울대 동문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온 이야기이다. 서울대학교가 대한민국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충만한, 어찌 보면 몹시 오만불손하게 느껴질 명제였다.
그런데 서울대 중의 서울대로 추앙되고 각광받아온 서울법대 출신의 법조 엘리트들이 권력의 심장부로 대거 약진한 윤석열 정부에서 나라 형편이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별반 나아지지 않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감안하면 이 문장은 “누군가 망국적이고 과도한 교육열의 폐해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서울대를 보게 하라”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본론으로 돌아가자. 필자는 누군가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어떤 진로를 택할지 묻거든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로 강신업 변호사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게 하라고 기꺼이 답해주련다.
왜냐? 강신업이 자신의 SNS 공간에서 예고 또는 경고한 시나리오가 윤석열 정권에서 고스란히 실현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가 이준석 대표가 당수 자리에서 쫓겨날 거라고 말하자 이준석은 얼마 후 심야에 개최된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를 통해 무자비하게 숙청되었다. 그가 유승민은 국민의힘 안에서 왕따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란 투로 예언한 바대로 유승민 전 의원은 여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김은혜 현 대통령실 홍보수석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았다.
강신업의 신통력과 파괴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의 역선택을 방지해야만 한다고 선언하기 무섭게 윤핵관 일색으로 꾸려진 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는 외부의 입김을 차단해 당심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실 아래 정치와 국정운영에서 중요하디 중요한 민심의 영향력을 무조건 배제하기에 바쁘다. 그 최종적 귀결은 박정희 유신체제의 공화당이나 전두환의 5공화국 때의 민정당과 다름없은 퇴행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지명직 당대표의 출현일 터이다. 공당의 당대표를 대통령이 사실상 임의로 낙점하는 셈이다.
대통령 마음대로 여당 당수를 결정하는 구도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향한 충성도와 복종심이 당대표 선정의 유일무이한 기준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수도 서울의 한복판인 광화문광장에 윤석열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장제원 의원이나 권성동 의원 같은 윤핵관들조차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오직 강신업만이 구사 가능한 극강의 충성 표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로 규정했었다. 강신업 번호사와 함께 바른미래당에 속했던 그 누구도 강신업이 그로부터 불과 몇 년 후에 대통령 배우자의 복심이 되고 분신이 되어 여의도 정가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리라고는 예측은커녕 감히 상상조차 하지를 못했을 게다.
힘없는 군소정당 바른미래당의 당원 강신업이 막강하기 짝이 없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법률적 대리인 겸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도약하는 건 천 걸음을, 혹은 만 걸음을 부지런히 달려와야 하는 고단한 발걸음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건희사랑」의 전 대표 강신업이 국민의힘의 차기 당대표로 우뚝 서는 것은 아무리 멀어봤자 기껏해야 열 보쯤을 산책 삼아 슬슬 걷는 일에 불과하다. 강신업 당대표 체제의 출범이 일부 호사가들만의 장난기 어린 가십성 공상이 아닌 까닭이다.
문제는 평범한 일반 국민들이 강신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김건희 여사와의 그것과는 그 온도 차이가 천양지차라는 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강신업 변호사의 여당 당대표 출마 선언을 진심으로 반기는 게시물이 수없이 올라왔다. 강신업이 야당이 다음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2020년 총선에서의 압승에 버금갈 완벽한 대승을 거두게끔 도와줄 승리의 보증수표인지라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필자처럼 기존 거대 양당이 장기간 만끽해온 불의한 기득권 체제가 하루빨리 무너져야만 한다고 확신하는 사람들 역시 강신업 변호사가 국민의힘의 당대표로 뽑히기를 진정으로 갈망하고 있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철저히 박살이 나고, 이 연쇄작용으로 더불어민주당도 안심(?)하고서 분당 국면에 돌입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강신업의 대야망은 국민의힘의 대폭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 대폭망은 낡고 부패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우리나라 기성정치권의 빅뱅을 가져오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 구실을 해줄 개연성이 농후하다. 강신업 변호사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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