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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김부겸과 홍남기를 유임시켜라 - 청와대 비서실장은 호남 출신 검증된 여성 정치인으로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2-03-13 21: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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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20대 대선, 이제부터 시작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재인의 남자’들을 중용해 통합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사진 김한주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새로이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되었다. 안철수 대표는 행정부와 관련된 직책을 맡음으로써 비로소 명실상부한 제도권 내 인물로 도약한 셈이다. 정부의 집행권을 처음으로 행사할 기회를 가지게 된 안철수가 어떠한 역량과 성적표를 보여줄지 많은 국민들이 기대 반, 호기심 반의 심정으로 궁금해 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지명된 일은 그가 차기 정부 초대 국무총리 자리에 한 발 더 성큼 다가섰음을 뜻한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윤석열 정부의 공식적 2인자로 무탈하게 연착륙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어쩌면 쉽지 않은 수준을 뛰어넘어 사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이 대선에서 패배했음을 내심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전반의 그와 같은 심리적 기류는 요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위해 그야말로 홀딱 벗고 뛴 것과 진배없을 한겨레신문이 여지없이 드러낸 터이다. 한겨레신문의 부속매체 한겨레21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승자가 없는, 패자뿐인 선거로 규정했다. 한마디로, 선거 결과에 도저히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공공연한 불복 의사의 표시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의석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원내 172석을 차지하고 있다.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투표일 다음날 그냥 고문도 아니고 상임고문에 곧장 위촉한 조치는 더불어민주당에게 제20대 대선은 여전히 현재진형임을 의미한다.

 

20대 대선이 현재진행형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국무총리로 뽑는다고 해도 결코 인준해주지 않을 태세다. 총리를 순순히 인준해주는 순간이 더불어민주당의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순간인 탓이고,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는 순간 더불어민주당은 혁신과 변화를 꾀하려는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류 세력이자 당권파 집단인 기득권 586 세대 정치인들에게 진심으로 두려운 사건은 대선 패배가 아닌 당의 근본적 쇄신이고, 당 안팎의 개혁 요구를 효과적으로 억누르려면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20대 대선 선거운동 체제를 변함없이 유지해야만 한다.

 

야당이 총리 인준을 절대로 해주지 않을 게 빤한 분위기에서 신임 총리 임명 절차를 강행하면 국론분열과 정치파행은 예정된 순서다. 총리 임명 정국에서의 여야의 격렬한 대립과 충돌은 단기적으로는 야당의 발목잡기에 대한 민심의 비판적 여론을 고조시키며 국민의힘에 이롭게 작용할지 모른다. 허나 장기적으로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윤석열 정부에 커다란 부담이 될 게 틀림없다.

 

그러면 난국을 풀어갈 비장의 해법이 있을까? 당연히 존재한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모두 유임시키는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고건 전 총리는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에서도 차례로 중용되었다. 고건이 오랜 관료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도개혁의 개방적이고 포용적 이미지를 남한의 인민대중에게 선사한 덕분이었다. 김부겸은 서울대의 대표적인 극렬 운동권 출신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운동권 인사들이나 대다수 민주당 계통 인물들과는 판이하게 맹목적 진영논리에 함몰되지 않았다. 김부겸이 진보진영의 고건 역할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배경이자 근거이다.

 

정권교체를 열망해온 유권자들은 화끈한 인적 교체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21대 국회의 의석 분포를 고려하면 화끈한 인적 청산은커녕 순조로운 인물 교체조차 원천적으로 가능하지가 않다. 게다가 김대중 대통령이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총리서리로 임명할 당시 한나라당의 지리멸렬한 형편과는 정반대로 작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아직은 철통같은 전열과 대오를 지탱하고 있다. 상대의 스크럼을 돌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돌파를 고집하면 돌파를 시도하는 사람의 머리통만 쓸데없이 깨지기 마련이다. 출범 초기부터 머리에 붕대 칭칭 동여맨 모습의 정권이 성공하는 정권이 될 확률은 실질적으로 전무하다.

 

친문도 안고, 호남도 안고, 강원도도 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노골적인 금권선거 자행 압박에 나름 끈질기고 뚝심 있게 버텨왔다. 홍남기의 경제정책에 관한 강력하고 비판적인 문제제기는 할 수 있을지언정 홍남기 경제팀이 여당 측의 전방위적 협박 공세에 무기력하게 굴복하지 않고 소신을 견지한 공로는 아무리 높게 평가해줘도 지나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김부겸과 홍남기 재신임 결정에는 세 가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첫째는, 통합과 협치의 시대정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엄숙하고 진지한 대국민 선언이다. 김부겸과 홍남기는 문재인 정부가 등용한 사람들이다. 양자의 유임은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보복이 비극적으로 이어져온 한국정치의 불행하고 소모적인 악순환을 끊겠다는 새 통치권자의 단호한 의지를 증명한다.

 

둘째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감사와 신의의 표현이다. 불과 27만 4천 표 차이로 승패가 엇갈린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열혈 지지자들이 이재명 후보 대신 윤석열 후보를 찍어주지 않았다면 승자와 패자가 백 퍼센트 바뀌어 있었으리라.

 

셋째는, 중도층 유권자들을 겨냥한 명징하고 간절한 호소이다. 특정 정파와 정당의 지지층만 중시하는 갈라치기 정치를, 편 가르기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지방선거의 캐스팅 보트를 쥔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가감 없이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가 있다. 선거의 판세와 향방을 좌우하는 중도층 유권자의 범주에는 도내의 전체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국민의힘에게 압도적 성원을 보내준 강원도 유권자들이 선도적으로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적 공과에 관한 최종적 정리와 종합적 결산은 올해 정기국회 무대에서 수행될 전망이다. 그와 같은 총화 작업의 주도적 담당자로는 김부겸 총리와 홍남기 부총리를 능가할 적임자가 좀체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에게 올해 정기국회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다면 물러난 전임 정권 구성원들을 무조건 시쳇말로 조지며 정신병적 쾌락을 느껴온 한국정치의 변태적 폐습에 확실히 마침표를 찍을 수가 있다.

 

김부겸과 홍남기 유임 카드는 더불어민주당이 차마 대놓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이마저 격렬히 거부하고 나선다면 이러한 행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들을 가리키는 문파들이 그간 집요하게 주장ㆍ예고해온 대로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능멸ㆍ부정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누려온 역대급의 고공 지지율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시대를 전쟁 시기, 즉 전시로 간주하는 평범한 한국인들 사이에 만연한 광범위한 공포감과 위기의식이 반영돼 있다. 만에 하나, 문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수 있었다면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벌였던 미국의 조지 부시 같이 국기결집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에 기대어 별로 힘들지 않게 다시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선은 끝났지만 코로나 사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끊임없는 무력도발 등으로 상징되는 국가적 위기국면은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위기에서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 법이다. 그 주역이 안철수이든, 이준석이든, 원희룡이든 윤석열 정부의 실제적인 첫 국무총리로 취임하는 일은 총체적인 국가적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ㆍ수습ㆍ해소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정권재창출을 염두에 둔다면 외려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하다.

 

유명 베테랑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지지층을 확대하면 흥하고, 지지층을 축소시키면 망한다고 줄곧 역설해왔다. 중도층으로, 강원도 유권자들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 정권 지지기반의 외연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지혜로운 대안과 합리적 선택지를 굳이 외면하고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동의도 해주지 않을 신임 총리와 경제부총리를 지명해 괜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도, 여유도 윤석열 정부에게는 없다.

 

윤석열은 충청도에 연고가 있다. 김부겸은 영남 태생이며, 홍남기는 강원도 출신이다. 따라서 호남을 포용할 대책 역시 절실하고 시급하게 필요하다. 이 마지막 퍼즐을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호남 출신의 능력이 검증된 여성 정치인을 기용하는 파격적 결단을 통해 극적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참여정부의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역임한 박주현 전 의원이나 전북 지역에서 4선 국회의원을 달성한 조배숙 전 의원 같은 인물을 발탁하면 된다.

 

여성 대통령도 있었고, 여성 국무총리도 있었고, 비록 하자투성이 불량품이기는 했으나 여성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탄생했다. 한데 여성 청와대 비서실장만은 여태껏 없었다. 그 사상 최초의 기록을 윤석열 정부가 써나가면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중권 비서실장을 임명해 지지층을 넓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낙점해 지지층을 좁혔다. 윤석열 당선인이 한시도 잊지 말고 머릿속에 깊이 새겨야만 할 의미심장한 역사적 교훈이다.


김부겸과 홍남기가 내각 잔류를 고사한다면? 그때 안철수 총리건, 이준석 총리건, 원희룡 총리건 후속 타자를 공개ㆍ발표하면 된다. 윤석열은 통합의 정부를, 화합의 정부를, 포용의 정부를 만들기 위해 결과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는 뚜렷한 알리바이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게끔 단단히 확보됐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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