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노조)이 19년 만에 대대적인 총파업에 나섰다. 노사는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협상의 문은 열어뒀다. 노조는 언제든 교섭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임단협이 마무리되는 시간까지 24시간 매일 교섭할 의사가 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사후조정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전날 오후 11시께 경영 실무진과 막판 집중 교섭을 펼쳤으나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쳤을 뿐, 대표자 교섭까지는 이어가지 못했다"며 "작년 말 종료된 중노위 조정 절차에 이어 사후 조정 신청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해 12월 임단협 최종 결렬 후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했지만, 2차 조정회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전날 오후 11시에 개시한 막판협상과 관련, 박 위원장은 "대표자 교섭까지 가지 못했다"며 "실무진 교섭에서 양측의 입장이 총파업 전야제 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사갈등의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 아니라 페이밴드(호봉상한제)와 최하단 직급인 'L0'직원 처우 개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전야제 전에 이뤄진 집중교섭에서 사측이 성과급 관련 수정 제안을 했고 저희도 수용해 후순위로 밀려났다"며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안인 '통상임금의 150%와 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 무상지급' 방안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 쟁점 1, 2순위는 신입 행원의 기본급 상한제한과 L0 여성직원 근무경력 인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쟁점인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에 관해선 "산별협상을 통해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를 1년 늦추자고 합의했으나 (사측이) 6개월만 연장하자고 한다"며 "노조는 산별 합의를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조합원들은 단지 성과급, 임금피크제 같은 쟁점만으로 파업하는 게 아니다"며 "지난 3개월 동안 경영진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에 직원들이 분노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앞으로도 교섭에 성실히 임하고, 2차 투쟁까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고객들에게는 불편을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하루 1차 경고성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파업에는 노조 추산 9500명이 참여했다. 노조는 전날 오후 9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파업 전야제를 열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노사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차 파업을 할 계획이며, 3월 말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파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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