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교체는 호사가들의 말장난일 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도덕적 흠결에 더하여 선거기간 중에 사법처리될 위험마저 있다며 후보 교체를 시끄럽게 요구하고 있으나 이들의 주장이 관철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설령 가능성이 있다 하여도 무엇보다 명분부터가 취약하다.
왜냐? 성남 대장동 게이트의 ‘그분’으로 지목된 이재명 전 지사와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에서 대항마로 변신한 윤석열 전 총장을 억지로 주저앉히고 다른 인물들을 현재의 집권여당과 미래의 집권여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로 각각 옹립ㆍ추대한다고 한들 결과적으로는 그 나물에 그 밥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대타로 거론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문재인 정권이 민심의 여망에 치명적으로 역행하는 정책과 법안들을 잇달아 밀어붙일 당시에 청와대의 오만과 독주에 시종일관 순종했었다. 윤석열의 대체재로 언급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소속 정당이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당을 탈당해 편안한 고향 안방에서의 총선 입후보를 기어이 강행했었다.
1인자 밑에서 복지부동하며 납작 엎드렸던 소심하고 기회주의적 2인자와,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자신을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로 뽑아줬던 정당을 매몰차게 저버린 낡고 이기적인 구태 정치인이 기존 대권주자의 부족함을 메워줄 구원투수로 등판한다면 북한 김여정의 독살스러운 성명서처럼 그야말로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노릇이리라.
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돕고 싶어 하는 어느 지인으로부터 효과적 선거운동에 관한 질문을 일전에 받은 적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필자는 윤석열이 어떠한 전략과 대책에 입각해 대선에 임해야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반면, 윤석열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약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뭐냐?
유력 경쟁자인 이재명의 정치적 실체를 흔쾌히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정치가 작금에 드러내는 전면전 난맥상과 총체적 혼란상은 정치와 운동의 구분이 무너진 사태에서 비롯되었다. 정치의 본질은 국리민복을 증진하고, 부국강병을 도모하는 데 있다. 운동의 숙명은 정의를 구현하는 일에 있다. 국리민복의 보장과 부국강병의 달성은 우리 진영의 역량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반대로, 정의를 구현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행동은 심지어 나 혼자만의 힘만으로도 수행이 가능하다. 인류 역사에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등장해온 연유이다.
윤석열과 이재명, 서로 미워해도 죽이지는 못한다
지금의 여론조사 추세가 대선 투표일 당일까지 고스란히 연결된다면 윤석열은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에 선출되고, 이재명은 차점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허나, 2등에 그친 이재명은 천만 표에 육박하는 득표를 거둘 게 확실시된다. 곧 천만 명 가까운 유권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찍어줄 것이란 의미다. 천만 표를 얻은 경쟁자를 파멸시킬 유일무이한 수단은 스탈린 방식의 물리적 숙청뿐이다.
이러한 상황은 반대 방향의 경우로도 상정할 수가 있다. 대통령 윤석열이 2등 낙선자 이재명을 제거하기가 불가능하듯, 대통령 이재명 또한 정권이 장악한 법원과 검찰과 경찰과 공수처를 총동원해도 대선 은메달리스트 윤석열을 끝장낼 수는 없다. 그때쯤이면 윤석열은 실제 선거에서 천만 표 이상을 확보한 거대한 정치적 실체로 이미 완전히 성장해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진영에서는 당선되는 즉시로 이재명을 구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재명 캠프에서는 정권을 잡자마자 윤석열은 물론이고 그 가족까지 삼족을 멸하겠다는 기세이다.
그렇다. 대통령 윤석열은 앞으로 상당 시간 야권을 이끌 이재명을 잠시 감옥에 가둘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선택이 차후에 윤석열을 장기간의 영어생활로 몰아갈 것이란 점이다. 대통령 이재명이 윤석열과 그 일가붙이들을 잠깐은 멸문지화 비슷한 지경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런데 궁극적 단계에서는 그 후과로 말미암아 되레 이재명이 삼족을 넘어 구족이 화를 당할지 모른다.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면 정치가 되고, 상대의 실체를 부인하면 전쟁이 된다.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는 까닭에 대화도 하고 협상도 하는 법이다. 상대의 실체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탓에 총칼이 난무하고, 포탄과 폭탄이 작렬하며, 은팔찌와 포승줄이 정의의 이름 아래 나라의 주인 행세를 하기 마련이다.
한 국가의 인민은 각별히 지혜롭지도 않고, 중뿔나게 어리석지도 않다. 평범한 지능과 평균적 교양을 지녔다. 평범한 지능과 평균적 교양을 보유한 인민대중의 눈높이 수준에서 판단하고 평가하면 가장 유능하고 훌륭한 대통령감은 정적을 잘 때려잡게 생긴 인간이 아니다. 나라를 잘 다스릴 것 같은 사람이다.
결국에는 죽이지도 못할 강력하고 위력적인 경쟁자를 감방에 강제로 보내놓은 상태에서 국가를 무난하고 무탈하게 통치할 재주와 수완은 수십만 당나라 대군을 물리치고 발해를 창업한 위대한 건국자 대조영이나, 완고한 유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글을 창제한 성군의 대명사 세종대왕조차 갖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윤석열과 이재명이 대조영이나 세종대왕은 아니지 않은가? 필자가 두 후보와 주변 인사들과 극렬 지지자들의 자중자애를 당부하는 이유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불구대천의 철천지원수 관계로 서로를 적대시해온 사쓰마 번과 조슈 번의 통 크고 코페르니쿠스적인 합심협력이 조선의 이웃나라인 일본을 봉건적 농업국가로부터 아시아 최초의 근대적인 산업국가로 단숨에 도약시켰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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