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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① “감정평가사는 중심과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 -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는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에 휘둘려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1-30 14: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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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이 돈이 될 수는 없어도, 돈이 인격 역할을 대신해주는 곳이 자본주의 사회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대한 많은 재산을 갖고 싶은 바람은 거의 모든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다. 진보좌파 중에서도 돈 많은 강남좌파가 선호되는 현상은 이러한 본능적 세태가 희화적으로 투영된 결과물인 셈이다.

감정평가사는 한 개인이, 한 집단이 얼마만큼의 재산을 갖고 있는지를 정확히 계량하고 엄밀하게 측정하는 역할을 책임지는 직업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산을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가액 평가를 주업무로 삼고 있는 감정평가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인생의 승패가 엇갈리고, 삶의 희비가 교차되는 까닭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인상 정책의 여파로 전국이 요동치는 현재, 감정평가사는 수많은 국민들의 감정(感情)을 좌우하는 조용한 권력자로 자리 잡고 있다. 감정평가사는 과연 어떠한 기준과 원칙에 의거해 사람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인 재산의 크고 작음을 결정하는지 현직 감정평가사로 일하고 있는 조정흔 감정평가사로부터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우한 폐렴이 낳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말미암아 대다수 행인들이 두터운 마스크를 끼고 다니던 2019년 1월 29일 수요일 오후,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조정흔 감정평가사의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사진 촬영은 김한주 사진전문기자가, 동영상 촬영과 편집은 박진선 영상 전문기자가 각각 맡아주었다.

공희준(이하 공) : 저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들이 감정평가사를 땅값이 얼마인지를 정하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지 땅값 정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엄청나게 따기 어려운 국가공인 전문자격증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감정평가는 정확히 어떤 직업인가요? 또한 감정평가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요? 저 같은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집값 산정, 생각하기는 쉬워도 실제로는 어려워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이해관계와 무관한 감정평가사가 가격결정 과정의 균형을 잡아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흔(이하 조) : 감정평가사는 토지, 즉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표시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요즘 특히나 논란이 되고 있는 공시지가의 산정을, 그리고 부동산 경매를 진행할 때 최초의 기준가격의 결정을 감정평가사가 맡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담보 기능을 수행할 자산의 가치를 정하는 일도, 신도시를 개발할 적에 기존 원주민들에게 지급하는 보상비를 책정하는 일도 저희 감정평가사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땅값을 정하는 것을 별로 어렵지 않은 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왜냐면 간단하게 시세만 알아보면 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별 부동산을 하나하나 들어가 보면 땅값을 정하는 건 전혀 쉬운 일이 아닙니다.


5천 세대가 거주하는 어느 아파트 단지를 사례로 들어보겠습니다. 그 중에서 어떤 한 채가 최근에 10억 원에 거래됐다면, 해당 아파트의 시세가 10억 원 정도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실거래가를 알아보면 10억 원짜리 집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7억짜리도 있고, 13억짜리도 있고 가격대가 들쑥날쑥합니다. 동일 단지 안의 동일 평수라도 가격에 큰 차이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래도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가격 산정이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반면에 토지, 임야, 전답, 그리고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에는 굉장히 다양한 요소들이 땅값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여러 가지 요인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개별적 분석이 요구됩니다. 땅값 정하는 게 뭐 그리 어렵고 복잡하겠느냐는 세간의 통념이 실제 현장에서는 잘 들어맞지 않은 이유입니다. 더욱이 부동산 가격이 왜 그렇게 결정됐는지에 관해 누군가 구체적으로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야만 합니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걸작인 「군주론」에서 부모를 해친 원수는 잊어도, 재산을 뺏어간 원수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임을 역설했다. “누군가 구체적으로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야만 한다”는 조정흔 감정평가사의 지적은 감정평가사가 본질적으로 생명 없는 유무형의 자산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유기체인 인간과 관계하는 직업임을 암시해주었다.


감정평가사는 자산이 얼마인지 결정하는 작업의 균형과 중심을 잡아주는 사람입니다. 부동산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또는 부동산을 담보로 잡으려는 측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대출을 받기를 바라는 사람은 부동산 가격이 높게 책정되기를 희망합니다. 반대로 대출을 해주는 은행에서는 부동산의 가치를 아주 보수적으로 판단하려 듭니다. 토지에 대한 적정한 보상비를 평가해야 할 때도 이와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처럼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계약주체들 사이에서, 거래당사자들 가운데에서 감정평가사는 균형추 구실을, 무게중심의 역할을 해줘야만 합니다.


「네이버 부동산」은 무엇이 문제인가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평수도 다양한 요소에 따라 가격이 차별화되기 마련이다. 사진은 목동아파트 단지 모습)

공 : 그렇다면 「네이버 부동산」과 같은 서비스는 실제로는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해야 합리적일까요?


조 :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네이버 부동산」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나온다는 사실에 이용자들이 유의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아파트 같은 매물들에는 공인중개사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공 : 어떤 성격이 이해관계인가요?


조 : 보통, 공인중개사들이 매물을 네이버에 올려놓으면 소비자들께서 이를 검색해낸 다음 중개사 사무실을 방문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중개사 분들이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미끼 상품을 내걸기도 합니다. 게다가 입주민들이 담합해 의도적으로 시세를 끌어올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미끼 상품도, 담합한 물건도 실제 가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의 입김에 노출되면 가격이 왜곡되고 마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는 탓입니다.


자산의 가격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이해관계와 무관한 객관적 입장의 사람이 가격결정 절차에 참여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가격이 정상가보다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본인이 차지할 몫의 크기와 이익의 규모가 달라지는 인물이 공정하게 가격을 결정할 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해관계에서 초연한 인물이 거래 과정에 반드시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 부동산에 나오는 가격이 꼭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주관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가격이 정해지고 있는지는 확신하기 힘듭니다.


공 : 주관적 이해관계가 짙게 반영된 가격일 확률이 높다는 말씀이네요.


조 : 예 그렇습니다. 가끔씩 허위매물이 발견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네이버 부동산」을 반드시 의심스러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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