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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빠는 홍위병이 아니다 - 조국 지키기의 본질은 부유한 586 세대의 기득권 지키기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9-30 12: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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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아이돌 조국


모택동 주석이 중국 청년들의 우상이었다면, 조국 장관은 한국 중장년의 아이돌이다. (사진은 구글에서 갈무리)

조빠. 발음하기가 상당히 민망하고 거북스럽다. 허나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키겠다며 지난 토요일 오후에 서초동 검찰청사 앞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는 ‘조빠’를 제외한 다른 적합한 용어를 찾아내기가 솔직히 어렵다.


그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키겠다고 나선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의 촛불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정확한 숫자를 둘러싸고도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궁금한 대목은 따로 있었다.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인적 구성이었다.


집회에 참여했음을 자랑하는 몇몇 누리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모습들과 여러 언론사들에서 촬영한 보도사진을 보고서 나는 두 번 놀랐다. 참가자들이 전체적으로 고령인 점에 일단 한 번 놀랐고, 젊은 청년세대가 너무나 보이지 않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자식인지, 손자인지 알 수 없는 어린이들이 없었다면 조국 지키기 집회는 태극기 부대의 박근혜 구하기 집회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양대 고령집회”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조국 법무장관을 지키겠다고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여든 중장년 남녀들을 ‘홍위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필자는 조국 장관이 하루빨리 장관직에서 내려와야만 진실과 정의가 살아난다고 확신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진단과 시각에는 전연 동의할 수가 없다. 왜냐? 조국 장관 지지자들은 홍위병이 되려야 도무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환갑진갑 다 된 홍위병은 없다


50억 재산을 가진 강남부자 장관을 지키겠다는 집회에 청년들이 거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사진 강우영 기자)

홍위병의 세계에서는 20대 중반만 되어도 이미 원로급에 속한다. 더욱이 홍위병의 힘은 연부역강한 젊은 육체에서 본질적으로 비롯되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쇳덩어리도 씹어 먹을 것 같은 건장한 체구와 건강한 체력을 과시하는 젊고 싱싱한 청춘의 육체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데로부터 홍위병에 대한 세상의 공포와 두려움은 근본적으로 비롯되었다.


반면, 조국 지지자들의 핵심은 남한사회에서 나름 출세하고 성공한 50대 중후반의 부유한 남성들과 그들의 돈 많은 배우자들이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100미터만 전속으로 달려도 숨이 턱에 차오르기 일쑤이고, 여자들은 갱년기마저 한참 전에 통과했다. 왕년에 홍길동 바위 가르듯 보도블록을 깨고, 선동렬의 광속구에 버금가는 위력적 속도로 전경들의 대열을 향해 화염병을 던졌던 팔팔한 신체는 오래전 추억의 한 페이지 속으로 사라진 지 벌써 오래다.


강용석 전 의원이 이끄는 유튜브 인터뷰 방송 채널인 「가로세로 연구소」 제작팀은 조국 지지자들 사이에서 극심한 공포감를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전적으로 엄살을 넘어 익살이다. 한마디로 개뻥일 따름이다. 이를테면 여러분은 경로당 할머니들 틈에서 신체적 위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위협을 느낀 적이 있는가? 필자 생각으로는 강용석 일행과 조국 지지자들이 으슥한 뒷골목에서 마주치면 조국 지지자들이 두려움을 느꼈으면 느꼈지, 그 반대편은 아니다.


조국 장관의 묻지 마 지지자들을 홍위병으로 불러주면 조빠들도 좋고, 수꼴들도 나쁘지 않다. 조빠들로선 자신들이 터무니없이 젊게 포장되어 즐겁다. 수꼴들 입장에서는 조빠를 향한 혐오감과 경계심을 중립적인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부추기고 확산시킬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쪽도 좋고 저쪽도 좋은 전형적인 적대적 공생관계가 조빠와 수꼴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형성된 연유이다.


진정한 홍위병을 기다리며


조빠들의 본질적 힘은 기실 근육에서도, 머릿수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돈과 인맥에서 발원한다. 단적으로, 조국 장관을 비호하는 집회에 참석한 유복한 중장년 남녀들이 소유한 예금과 주식을 전부 합치면 삼성전자 서너 개쯤은 너끈히 인수합병(M&A)하고도 남을지 모른다. 게다가 조빠들은 정치권과 경제계와 언론계와 학계와 종교계와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남한사회 상층부의 출세하고 성공한 엘리트 집단을 거의 독점적으로 장악해오고 있다.


그렇다. 서초동에 모인 부유한 중년 남녀들이 악착같이 지키려는 대상은 조국 장관과 그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도 아니고,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도 아니다. 저들이 현재 신나게 누리고 있는 불의하고 불법적인 부와 권력과 명예다. 본인들의 기득권을 천년만년 고수하겠다는 586 구태들의 치졸하고 비루한 노욕과 노추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그 음습하고 부도덕한 실체를 선명히 드러낸 셈이다.


그러니 우리 더 이상 조빠들을 홍위병으로 매도하지도, 음해하지도 말자. 그런 식이면 이 세상에 홍위병이 아닌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강조하건대 조빠는 홍위병이 아니다. 아니어도 과하게 아니다. 조빠는 문재인 정권의 2인자로 확실하게 부상한 조국 현 법무부 장관 스스로가 적나라하게 증명했듯이 지금 여기에서, 곧 2019년의 남한사회에서 특권과 반칙이 온몸에 배어 있는 타락하고 부패한 기득권 계급일 뿐이다.


남한은 홍위병의 준동 탓으로 나라가 절망적으로 망해가는 게 아니다. 자기들 철밥통 밥그릇 지키려고 서초동 서리풀 축제 현장 바로 옆으로 꾸역꾸역 몰려든 늙고 탐욕스러운 586 기득권 꼰대들을, 젊음의 오롯한 특권인 순전하고 적나라한 물리력으로 일거에 제압하고 응징할 진정한 홍위병 부대가 부재함으로 말미암아 미래가 없는 무기력한 헬조선이 돼버린 것이다. 필자가 진짜 홍위병들의 출현을 진심으로 열망하는 까닭을 이제는 아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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