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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원② “학종은 21세기에 걸맞은 제도이다” -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은 대학 관계자들이 더 좋아해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9-04 17: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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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정책은 셋방살이의 설움을 전연 또는 거의 겪어보지 않은 고위 경제 관료들이 결정해왔다. 우리나라의 대입제도의 변경 과정에는 제자들을 이름난 상급학교에 더 많이 합격시켜야만 한다는 부담감에서 원천적으로 해방된 유명 대학교 소속 교수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탁상공론의 정부 정책은 현장의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대원 선생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로서는 드물게 입시정책에 전반에 관해 자신의 뚜렷한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필자가 전대원 선생과 정치전 노선에서 결이 크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태를 계기로 화끈하게 달아오른 입시제도 논쟁과 관련해 그의 의견을 서슴없이 제일 먼저 찾아 들은 연유였다.

강남에 불평등하면 사회에는 평등하다


전대원 선생은 강남에서 미움받는 학종을 일반 서민들까지 덩달아 욕하는 세태를 개탄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전대원 : 우리는 강남 학부모들, 특목고 학부모들이 어떤 제도를 애호하는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그분들이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을 애지중지하는데도 지금처럼 학종 반대 여론이 고조됐겠습니까? 강남 학부모들은, 특목고 학부모들은 학종 전형이 자기들의 아들딸들에게 불평등한 제도라며 노골적으로 불평불만을 쏟아내 왔습니다. 강남 학생들에게, 특목고 아이들에게 불리한 제도라면 그건 다른 누군가는 학종 때문에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다른 누군가가 어떤 학생들이겠습니까?


강남 학생들보다, 특목고 재학생들보다 더 잘사는 학생들은 우리나라 대학입시 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1프로는 한국의 대학입시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냥 외국으로 나가면 됩니다. 한국의 상위 1퍼센트가 겨우(?) 연고대 가는 일에 목을 매겠습니까?


전대원 선생은 이 대목에 이르자 강남 학부모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정의감이 투철한 사람들이었냐고 분개하며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학종이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의로운 제도임을 뼛속깊이 확신하는 기색이었다.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과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성격이 판이한 제도입니다. 학종이 한국사회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주는 바람직한 제도임은 제가 생생한 교육현장인 일반 고등학교에서 일선 교사로 학생들의 입시지도를 실제 담당하면서 직접 몸으로 확인한 교훈입니다. 이 결론은 저 개인만의 특수한 경험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일반화시켜 도출한 게 아닙니다. 여러 가지 통계를 통해서도 벌써 충분히 검증된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상위 5프로 혹은 10퍼센트의 계층이 언로, 즉 말길을 장악하고서는 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다섯 개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오지선다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오지선다의 객관식 시험으로 학생들을 줄을 세워 대학합격 여부를 결정짓는 나라가 우리나라 빼고 또 어디 있습니까?


학교생활기록주 종합전형의 장점은 굉장히 명확합니다. 정성평가라는 사실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다면적으로 관찰하면서 수험생의 종합적 역량을 평가합니다.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일생생활 구석구석에 침투할 21세기에 인간 역량의 핵심 요소는 다름 아닌 창의력입니다. 사람의 창의력을 오지선다 문제로 측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가 왜 날이 갈수록 후퇴 조짐이 역력하겠습니까? 창의력에서 다른 나라들에 밀리는 탓입니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시키려면 서술형 시험도 봐야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도 입체적으로 평가해야만 합니다.


일반 기업체들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면접시험을 치르는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점수만 보고는 지원자의 총체적 역량과 잠재된 가능성을 면밀히 판단하기가 곤란한 데 있습니다. 한마디로, 다면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예전의 입학사정관제는 학생들의 모든 측면을 살펴보겠다는 제도였습니다. 그렇게 살펴보는 측면에는 가정환경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니 어떤 폐해가 빚어졌겠습니까? 부모의 입김과 영향력이 입시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게 됐습니다.


학종은 학부모의 입김과 영향력의 작용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학생의 생활만을 평가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학교 바깥의 활동과는 달리 학교 안의 생활은 부모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이 ‘21세기형 전형’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온 이유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문 후속세대를 위한 제도


학종은 대학사회에서 크게 환영받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제가 과거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어느 과에 학생들을 많이 합격시켰습니다. 저는 시골로 분류될 수 있는 곳에 거주하는 제 제자들을 다수 입학시켜준 학과인지라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해당 학과의 관계자에게 우리 아이들을 계속 받아주는 동기가 뭔지를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관계자분은 단지 점수가 맞아서 들어온 학생들이나, 과도하게 스펙이 화려한 신입생들은 뻐꾸기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학생들은 서울대 안의 인기학과를 복수전공하기 위한 둥지이자 발판으로 현재 학적을 두고 있는 학과를 활용한다는 귀띔이었습니다.


몇몇 날짐승들이 다른 새들의 둥지를 마치 자기 둥지처럼 천연덕스럽게 이용하는 얄밉기 짝이 없는 생태학적 행동을 어려운 말로 탁란(托卵)이라고 부른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남한의 쟁쟁한 전‧현직 정치인들을 통틀어 탁란 기술의 일인자로 손꼽히고 있다.


그분은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출신 고등학교의 평판이나 잘 관리된 스펙 따위에는 큰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대신 전공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중시한다고 이야기였습니다. 만약에 오지선다형 시험으로만 학생을 뽑는다고 가정해보세요. 전공은 상관없이 서울대 간판만 바라보고 원서를 접수시킨 학생들만 득세할 게 뻔합니다. 그러므로 현재 점수는 조금 낮을지언정 해당 전공과목을 미래에 지속적으로 이끌고 발전시킬 예비 인재들을 맞이하려는 대학의 노력이 폄하되어선 안 됩니다. 학문의 후속세대 역할을 맡을 인재들이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인 경우가 빈번하다면 더더욱 매도당해서는 안 됩니다.


유사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어떤 대학에서는 특목고 졸업생들로 신입생의 상당수를 충원했는데, 학년이 고학년으로 올라가니까 특목고 출신들과 일반계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들의 실력이 평준화되더랍니다. 특목고 출신들이 더 좋은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기를 꿈꾸며 전공 공부를 등한시하는 데 비해, 일반고를 나온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서 학업에 매진하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구체적으로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특목고 4등급은 SKY 대학을 들어갑니다. 일반고 4등급은 그곳에 합격하기 힘듭니다. 이는 언뜻 생각하면 불합리한 현상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수시가 아닌 정시로 줄 세우기를 강요하면 특목고 꼴등은 스카이를 가는데, 일반고 1등은 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물론 이건 매우 극단적 사례일 수가 있겠지만요.


학생부 종합전형은 일반고 1등급으로 하여금 특목고 5등급에게 역전승을 거둘 수 있는 기회와 통로를 얼어줍니다. 특목고에서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이 학종에 커다란 불만을 품게 된 배경입니다.


학종이 사라지면 인생 역전도 사라져


전대원 선생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이 사회의 계층 이동을 촉진시키는 순기능을 수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전대원 선생의 분석에 의하면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은 프로축구에서의 승강제와 비슷한 구실을 해준다는 것이었다. 승강제에서는 1부 리그의 최하위팀이 2부 리그로 내려가고, 2부 리그의 우승구단이 1부 리그로 승격된다.


특목고에서 1등급을 하는 학생들은 어차피 학종에 불만이 없습니다. 그 친구들은 학종이든, 정시이든 제도에 관계없이 진학하고 싶은 학교의 학과에 들어가는 법입니다. 학종 체제 아래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수험생들과 그 학부형들이 학생부 종합전형에 이를 갈기 마련입니다.


제가 조금 전 거론한 뻐꾸기 현상은 인서울 대학들 중 서열이 뒤쪽인 학교들에서도 역시 목도되는 현상입니다. 저와 친분이 있는 교수님의 전언에 따르면 자기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좀 더 순위기 높은 서울 소재 대학으로 갈아타기 위해 학교에 이름만 걸어둔 상태로 반수를 하는 경우가 꽤 된다고 합니다. 이런 학생들의 대부분은 정시로 들어오기 일쑤인데, 자퇴율이 아주 높답니다. 반대로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자퇴를 고려하기는커녕 애정과 자부심에 넘쳐 학교에 열심히 나온다고 합니다. 전공학문 공부에도 적극적이랍니다. 제가 이 정도로 말씀을 드렸으면 학종 선발과 정시 줄 세우기의 우열이 이미 훤하게 판명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시는 본인이 어렸을 때 공부 잘한 덕분에 유복한 중산층 진입에 성공한 학부모들이 지지하는 제도입니다. 그들이 바로 현재 586 세대의 중심을 이루는 학력고사 세대입니다. 자기를 성공시켜준 과거의 모델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우리 사회에서 좌우의 구분이 없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차별성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지금의 자리에 이르도록 만들어준 제도를, 즉 객관식 시험으로 줄 세우는 방식을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철석같이 믿습니다.


본인이 사지선다의 객관식 시험으로 흥한 덕택에 나중에 사회를 주도하는 세력이 되었다고 해서 그러한 시험제도를 지고지선으로 여기는 건 자신들의 기득권들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대물림해주고 싶어 하는 그릇된 욕망의 발현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공희준 : 명쾌하게 정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전대원 : 진지하게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전대원 선생은 1970년에 태어났다. 성공회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반사회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나의 권리를 말한다」, 「고등어 사전」, 「함께 사는 지구니까」, 「사회교과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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