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편집위원
유시민에게 낚이지 않으려면
김인성(이하 김) :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어째서 바닥을 기겠습니까? 네이버에서 중요한 기사라고 대문화면에 올려놓거나 또는 비중 있게 띄워놓은 뉴스가 누구의 책임 아래 그곳에 자리하고 있는지가 장막에 가려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편집활동을 담당한 인력들이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검증된 전문가들도 아닐 테고요.
공희준(이하 공) : 제가 사실 대한민국에서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제일 먼저 시달렸던 사람입니다. 드루킹이 왜 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느냐? 자기 글을 자신이 원하는 수준까지 서프라이즈의 대문화면에 자주 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젊은 네티즌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작은 신생 정치웹진조차 누가 대문을 관리하는지 투명하고 떳떳하게 공개했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사이트에 쏟아지는 욕의 거의 9할을 얻어먹었지만요. 그때 생긴 내성과 맷집과 면역력 덕분에 아직도 버티고 있습니다.
네이버에 관한 얘기를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나중에 정리하는 데 부담이 덜할 것 같아서 나는 원래의 주제인 유시민과 이재명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공 : 자기가 진 빚 8억을 남에게 부당하게 떠넘겼다면 일반인 같은 경우에는 당장 법정구속감입니다. 그런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본인의 선거부채 8억 원을 통합진보당 당원들에게 넘기고도 여전히 당당하게 백주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이건 유시민이 뻔뻔하다고 하기에 앞서서 유시민의 부채인 거금 8억 원을 고분고분하게 떠안은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어리석은 것 아닌가요?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보이스 피싱의 단골 희생양들이기도 한 세상물정 모르는, 순박한 시골 어르신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 : (씁쓸하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바보들이었어요, 바보들. 정치적 먹고 튀기는 2008년에도 있었습니다. 저는 심상정 의원이 주도했던 민주노동당 탈당 사태도 본질은 먹튀였다고 판단합니다. 꼭 그렇게 쓰셔야 합니다. 심상정이 벌써 한번 먹고 튀었다고.
공 : 얼마 전 정의당 당대표로 복귀한 심상정 의원과 제가 아주 약간 면식이 있는 관계이기는 한데 그럼에도 교수님께서 방금 말씀해주신 내용은 빼놓지 않고 반드시 본문에 넣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선동은 해도 왜곡은 하지 않습니다.
김 : 심상정 의원 등이 민주노동당 사람들을 ‘종북’이라고 매도하면서 탈당한 후에 진보신당을 차렸는데, 그게 영업이 잘 안 됐습니다. 그러자 2012년에 통합진보당을 만들자고 민주노동당 사람들을 꾀어낸 다음 또다시 먹튀 행각을 벌였습니다.
공 : 심상정 대표가 자기 개인의 선거부채를 남에게 떠넘기지는 않았잖아요?
김 : 심상정은 통합진보당을 발판으로 재선에 성공한 다음 자기가 먹던 우물에 침 뱉고 나갔습니다. 그런 심상정 씨가 최근 들어 다시금 진보대통합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뻔뻔스럽게…. 문제는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민중당 사람들이 여기에 솔깃해가는 게 또 낚일 것 같다는 거예요.
공 : 원래 낚여본 물고기가 또 낚이기 마련입니다. 한번 당한 사람은 계속 당하는 것처럼. 교수님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1차 먹튀 사건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이고, 2차 먹튀 사건은 2012년의 유시민 전 장관의 선거빚 떠넘기기가 되겠네요. 지금은 3차 먹튀 사건이 점점 더 임박해오고 있고요.
김 : 그렇죠.
대화는 첨단 디지털 포렌식에서 고전적인 사기수법 분석으로 역주행 아닌 역주행을 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에서 아담과 이브의 장남인 카인이 동생인 아벨을 거짓말로써 들판으로 유인한 사건이 시사하듯이 사기는 인류 역사에서 인간이 인간을 상대로 저지른 가장 오래된 범죄이다.
김 : 지금은 3차 먹튀 사건이 용의주도하게 진행되는 중입니다. 민중당에서 리더급이라는 인물들이 정의당을 찾아가 “선배님들, 앞으로 우리 잘해봐요”라고 애원하고 사정하는 황당무계한 정경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공 : 민중당은 채권자이고, 정의당은 채무자입니다. 교수님의 탄식을 들어보니까 누가 누구에게 빚을 진 것인지 아리송해질 지경입니다.
김 :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들러 선배들이라고 깍듯이 예우하면서 오히려 선처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부채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을 초과하면 채무자가 채권자를 상대로 도리어 큰소리를 치게 된다고 한다. 정의당과 민중당의 관계가 여기에 영락없이 해당될 성싶다.
김 : 민중당 기층당원들이 당연히 크게 분노했습니다. 그런데도 리더급이라는 인사들은 정의당을 향해 여전히 저자세를 취하고만 있습니다.
공 : 사람이 마음에 마가 끼면 비굴해지기 십상입니다. 저는 민중당의 몇몇 상층부 인사들의 마음에 마가 끼었기 때문에 그러한 어이없는 블랙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 진보를 위한 초심을 잃은 탓입니다. 진보를 표방하는 소수 직업정치인들에게 금배지 다는 게 우선시되는 경우 그와 같은 추태가 종종 빚어지곤 합니다.
공 : 번번이 당하는 이유가 이제야 명확해지는 기분입니다. 유시민과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면 배지를 달 수 있으리라는 욕심이 만악의 근원이었네요. 그런 욕심 탓에 번번이 낚이게 되는 것이고요.
김 : 그렇습니다. 욕심이 화근이지. 사기꾼에게 번번이 당하는 이유는 자신의 마음속에 욕심이 가득한 데 있습니다. 욕심 없는 사람은 웬만해서는 사기꾼에게 속지를 않습니다. 사기꾼이 다른 사람의 욕심을 살살 부추기고 건드려주는 것으로 모든 사기 사건은 출발합니다. 그래서 사기꾼에게는 조금도 기대를 하면 안 됩니다. 그 얄팍한 기대감 탓으로 나중에 크게 뒤통수를 얻어맞기 때문입니다. 민중당 깨고 정의당과 합치면 뭔가 될 것 같죠? 그게 바로 나중에 또다시 크게 당하게 되는 길입니다.
공 : 기존 8억도 모자라 또 남의 부채 떠안게 될 거라는 경고 겸 예언으로 들립니다.
김 : (한숨을 내쉬며) 또 당할 개연성이 높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정신 못 차리면 8억이 끝이 아닐 겁니다.
유시민은 정계은퇴를 당한 것일 뿐
공 :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자신은 정계에 절대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시민 전 장관의 동선을 고려하면 그는 정치권 주변을 부지런히 맴돌며 현실정치에 관한 발언들을 끊임없이 해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시민 전 장관은 실제로는 정계를 은퇴한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유시민이 차기 대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계십니다. 교수님께서 유 전 장관의 대선 레이스 합류를 확신하는 근거와 배경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김 : 저는 선거전에 대한 말초적 흥미를 자극하려는 목적에서 「유시민, 이재명」을 쓴 게 아닙니다. 저는 유시민 전 장관이 만에 하나 정권을 잡으면 나라 망한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습니다.
공 : 정계복귀를 예견하고 쓰신 책이 아니라 정계복귀를 막으려고 책을 쓰셨네요.
김 : 예, 그렇습니다. 유시민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씨는 2013년 봄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의 책을 내면서 정계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느냐?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오옥만 씨를 비롯한 유시민계 인사들이 경선에서 무엇을 했는지가 하나하나 본격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공 : 제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통진당 부정경선의 몸통은 이석기파가 아닌 유시민계라는 사실이 그때서야 조금씩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김 : 유시민 씨는 부정경선의 진상이 규명되면서 상당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찰의 수사망이 자기에게까지 뻗칠 수도 있다는 부분 역시 매우 두려웠을 테고요. 새로운 의혹 제기가 언제, 어디에서 또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예측불허의 궁지에 내몰린 유시민이 정계를 은퇴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공 : 그렇다면 은퇴가 아니라 퇴출이네요.
김 : 유시민 전 장관은 자신의 책에서마저 유시민계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경선에서 아무런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것처럼 일관되게 강변했습니다.
공 : 이석기 전 의원의 당권파가 주범이자 가해자라는 게 유시민 전 장관의 여전한 입장이네요.
김 : 예. 옛 통진당 당권파에 거의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옥만 씨는 평범한 당직자가 아닙니다. 유시민 전 정관의 오랜 정치적 동지입니다.
공 : 저는 오옥만 씨가 제주 지역의 정치권에서는 숨은 실력자라고 들었습니다.
김 : 유시민과 오옥만 두 사람은 오래전부터 정치적으로 함께 활동해온 관계입니다. 그런 오옥만 씨가 통합진보당 경선 당시 불법 콜센터 운영에 더해서 대규모 대리투표까지 자행했습니다. 그럼에도 유시민 전 장관은 이 부분에 관해서는 굳게 입을 닫고서 모르쇠로 지내왔습니다. 오옥만 씨는 실형까지 선고받은 사람입니다. 그 오옥만이 검찰에서 했던 진술이 유시민 전 장관에게는 시한폭탄일 수가 있습니다. 그 시한폭탄이 폭발하면 유시민 전 장관에게 어떤 불똥이 튈지 예측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오옥만은 유시민의 아킬레스건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 책에서 차마 쓰지 못한 내용이 있습니다.
공 : 교수님께서도 수위조절을 하시나요?
김 : 유시민을 이용하려는 분들을 향한 메시지였습니다.
공 : 유시민에게 이용당했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수두룩한데, 그런 유시민을 역으로 이용한다면 그분들은 도대체 얼마나 단수가 높고 수완이 좋은 겁니까? 그런 분들이면 진짜 보통내기들이 아닙니다.
김 : 제가 그분들에게 전하려던 건 오옥만을 활용하라는 조언이었습니다.
공 : 유시민 전 장관을 원격조종할 방법을 소개하셨네요.
실제 인터뷰에서는 유시민 전 장관과 오옥만 씨의 관계에 대한 더 내밀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독자들에게 공개하기에는 부적절한 것으로 사료되어 필자 재량으로 이 부분은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험한 세상이다. 몸조심하자.
유시민은 파시스트(Fascist)
김 : 제가 디지털 포렌식에 기초해 그 실체를 확인한 유시민은 민주주의의 신봉자가 아닙니다. 파괴자입니다. 유시민은 파시스트입니다.
공 : 유시민 지지자들이 유시민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남발했던 무분별한 인신공격과 사이버 테러 때문에 매카시즘의 유시민 버전인 ‘유카시즘’이라는 용어가 유시민 전 장관이 정권의 2인자처럼 행세했던 참여정부 후반기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널리 퍼진 적이 있습니다.
김 : 유시민 전 장관은 해서는 안 될 염치없는 일들을 너무 많이 저질렀습니다. 그는 국민들을 수시로 기만하고 당을 같이하는 동지들을 태연하게 배신했습니다. 이런 유시민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밀히 표현하면 남한은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정식으로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면 이미 끝난 것처럼 보이는 남북한 사이의 체제경쟁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게 됩니다. 남한은 공정성이 매우 취약한 나라입니다. 따라서 국민들을 단합시키고 결속시키는 일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50억이 넘은 막대한 자산을, 그것도 대부분 현금 형태로 보유한 전형적 강남부자이다. 그런 조 전 수석의 딸이 두 번이나 유급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며 연달아 장학금을 수령한 사실은 남한사회가 얼마나 심각하게 불공정한 사회인지를 다시금 명징하게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조국 전 수석의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지도교수는 부산의료원의 원장으로 영전하였다. 부산의료원은 조국 전 수석과 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병원이다. 오 시장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임은 물론이다.
김 : 남한은 정통성도, 공정성도 부실한 국가입니다.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남한은 체제경쟁에서 장기적으로는 북한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가뜩이나 불안하고 허약한 남한에서 유시민처럼 진실하지 못한 정치인이 정권을 잡는다고 가정해보세요. 남한이라는 나라는 머잖아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 게 뻔합니다. 저는 그와 같은 전망과 우려를 책에 짙게 반영해가며 「유시민, 이재명」을 썼습니다. 호사가들의 얄팍한 호기심에나 영합하겠다는 정치공학적 계산 아래 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공 : 지금까지의 교수님 말씀을 유추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의 정계복귀와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느낌입니다.
김 : 유시민 씨의 흉중을 꿰뚫어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가 입으로 하고 있는 말을 정반대로 해석하면 됩니다.
공 : 숨쉬는 것 빼고는 다 거짓말인가요? (웃음)
나는 오래전에 「조국 현상을 말한다」란 책에 실린 인터뷰에서 김용민 PD에게 유시민이 거칠게 숨소리를 내면 실제로는 숨을 쉬지 않는 것이요. 숨소리가 나지 않으면 열심히 숨을 쉬는 것이라고 풍자한 바가 있다. 김인성 교수와 필자 가운데 누가 유시민을 더 불신하는지는 독자들께서 판단할 몫으로 남기도록 하겠다.
김 : 유시민 전 장관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면 나오는 겁니다. 나오겠다고 하면 안 나오는 것이고요. 유시민의 향후 행보를 알려줄 나침반은 유시민 측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습니다. 조국에 대한 반응과 대처를 보면 유시민의 의도와 속내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공 : 재미있는 가설입니다. 조국도 이석기처럼 당할 수 있다는 함의인가요?
김 : 유시민이 대선에 나가려면 조국이라는 산을 넘어야 합니다. 유시민과 조국이 서로 잠재적 라이벌인 까닭입니다. 저는 유시민 세력이 조국을 티 안 나게 야금야금 무너뜨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공 : 그럼 저도 조국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서야겠네요? 적의 적은 친구이니. (웃음)
김 : 구태여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고요. (웃음) 저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친문진영이 마지막 카드로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조국 본인이 예측한 것과는 달리 대권으로 향하는 길이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조국의 대선가도에는 유시민이라는 커다란 걸림돌이 버티고 있습니다. (⑤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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