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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알리나 “외국인, 여성, 아이엄마의 3중고와 맞닥뜨려” - 한국으로 이주한 초기에 어린아이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었다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8-07 15: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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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의 직접적 도화선이 되었던 일본 연합함대의 진주만 기습에 버금갈 아베 정권의 기습적인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총성 없는 한일 경제전쟁이 시작되었다.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등의 강대국에 견주면 어쩌면 약소국으로 분류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와 같은 강대국 이외의 국가들의 시선으로 남한을 바라보면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부유한 나라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삶과 기회를 찾아 한국에서 살기로 결정한 외국 출신 이주민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온 현상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닌 셈이다.

한국이 성공적인 세계화를 꾀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 첫 번째는 많은 한국인들이 나라 밖으로 나가는 길이다. 두 번째는 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한국에서 행복하고 안정된 삶터와 일터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서울 강남권에 자리한 한 정보통신기술 회사에서 해외영업 선임직원으로 일하는 김 알리나 씨는 외국에서 나고 자란 다음에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을 계기로 우리나라로 이민을 온 경우에 속한다. 김 알리나 씨로부터 외국 출신 한국인들이 한반도 태생 한국인들과 차이는 있어도 차별은 없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어떤 노력이 개인 수준과 사회 차원에서 필요한지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던 2019년 8월 6일 화요일 오후, 김 알리나 씨의 회사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김 알리나 님께서는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여성들 가운데에서는 드물게 일반 기업체에서 사무직 직원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한국으로의 이주를 결단하신 것만큼이나 한국에서 사무직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역시나 어려웠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로 오신 다음 어떤 과정을 거쳐 이른바 오피스 레이디로 변신하셨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취업도 이주만큼 어려워


김 알리나 씨는 외국인들이 한국인으로 변신하려면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김한주 기자)

김 알리나 : 저는 외국 출신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들어온 분들이 한국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려면 상당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이해하고 익혀야만 할 부분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고 익혀야만 할 부분들 가운데 단연 중요한 과제가 언어 문제입니다. 한국어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는 한국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 기존 한국인들과 비슷하게 살려면 정말 피나는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처럼 다른 나라에서 이주한 사람들은 직장을 찾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이나 힘듭니다. 더욱이 여성들의 경우에는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합니다. 다른 한국 아이들과 비교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도록 아이를 교육시켜야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8년간을 생활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을 때에는 다시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간 듯싶은 느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탓이었습니다.


한국 정착 초기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법도, 행동하는 방식도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엄청 힘들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같이 거의 원점에서부터 모든 것을 새로이 배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언어 습득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언어를 모르면 사람들과 매일매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고, 제가 원하는 일과 생각하는 내용을 표현할 수가 없으니까요. 제 아이들을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라도 한국어를 제대로 알아듣고 정확히 말하는 일은 필수였습니다.


저는 한국의 의료 체제와 교육 제도와 교통 체계에도 익숙해져야만 했습니다. 왜냐면 제가 태어나 자란 나라의 시스템들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한국에 온 사람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한국사회도 외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온 분들은 원래의 한국인들과는 말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체취까지도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종교적으로도 차이가 있고요.


이해의 출발은 인내심이다


김 알리나 씨는 한 ICT 업체의 해외영업 부서에서 선임직원으로 수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 김한주 기자)

상호 이해와 존중의 중심에는 인내심이 있습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면 어느 정도까지는 서로가 꾸준히 참고 견뎌줘야만 합니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첫 단계는 거부감을 갖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런 거부감이 사라져야 외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도 괜찮은 일자리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한국 회사들은 외국인들을 웬만해서는 뽑지를 않습니다. 기업을 하시는 분들은 외국인을 채용하는 데 대해 여전히 두려움 또는 망설임을 갖고 계십니다.


물론 기업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두려움과 망설임을 품는 게 어쩌면 당장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언어, 문화, 업무처리 방식 등에서 기업들에게 외국 출신 직원들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단점을 만회하고도 남을 장점들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외국 출신들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인식과 새로운 발상을, 그리고 새로운 형식과 기법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국가경제에서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국 출신의 직원은 한국 기업들의 지속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효과적 창구 역할을 해줄 수가 있습니다.


제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나라 회사들이 외국에서 나고 자란 직원들을 고용하면 다양한 이점과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외국 출신 인재들을 채용하는 것이 기업들이 활발한 사업 활동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현재 「MONNIT KOREA」라는 회사의 해외영업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취업한 것은 저 개인적으로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제가 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외국 출신입니다. 그리고 여자입니다. 더군다나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한국에서 태어난 젊은 미혼 남성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저 같은 사례의 사람을 신입직으로든, 경력직으로든 잘 뽑으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그렇지만 「MONNIT KOREA」는 달랐습니다. 글로벌 감각을 지닌 인물이라는 사실에 의미와 주안점을 부여하면서도 다른 조건들에는 별로 구애받지를 않았습니다. 미래가치를 우선시하는 회사의 경영철학 덕분에 저는 다행히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입사한 다음의 회사생활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제껏 기울여온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을 경주할 작정입니다. 저를 흔쾌히 뽑아준 회사를 더욱더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이와 함께 외국 출신의 워킹맘들에게 따르기 쉬운 한계와 불리함도 보기 좋게 극복해내고 싶습니다. 제가 열심히 노력해 회사조직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나라들에서 나고 자라 한국에 들어온 분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다른 많은 회사들도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으로부터 빨리 벗어나주기를 바랍니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해온 글로벌 감각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에게 문을 넓게 열고서 더 많은 기회를 준다면 작게는 개별 기업들의 사업이 성장하는 데에도, 크게는 나라 전체의 경제가 발전하는 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공희준 : 바쁜 시간 내어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김 알리나 : 제 부족한 한국어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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