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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쿠스와 강남좌파 - 한국형 토착진보의 위선의 끝은 어디인가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4-11 15: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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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노예계급의 “내가 스파르타쿠스요!”


1960년작 영화 「스파르타쿠스」는 남 탓에 앞서서 내 탓 먼저 하는 위풍당당한 주인정신의 발현을 보여줬다.

나는 기성세대다. 스파르타쿠스를 소재로 제작된 영상물을 기억해낼 경우에는 조건반사적으로 거장 스탠릭 큐브릭(1928~1999) 감독의 대작 「스파르타쿠스」가 대뜸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와는 다르게 요즘 젊은 친구들은 미드, 즉 미국 드라마 「스파르타쿠스」가 먼저 생각날 듯싶다.


영화 「스파르타쿠스」는 큐브릭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턱 한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특이한 보조개로 너무나 유명한 커크 더글러스가 주연 역할을 맡은 작품이다. 커크 더글라스 이외에도 로렌스 올리비에, 토니 커티스 등 당대를 주름잡은 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팬들의 뇌리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연기를 작중에서 선보였다.


「스파르타쿠스」는 잔인한 착취와 억압이 횡행한 고대 노예제도 아래에서 벌어진 피비린내 진동하는 계급투쟁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메카 미국에서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퇴조한 이후에야 당연히 제작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한데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은 이 영화에서 계급 이외에 핵심적 주제의식을 한 가지 더 추출해낼 수 있을 게다. 그건 다름 아닌 연대 또는 의리다.


굳이 피지배계급의 거창한 계급적 연대감까지 거론할 필요조차 없겠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군은 숫자는 많았으되 여자와 아이와 노인들까지 박박 긁어모은 민간인 무리에 가까웠다. 반란의 모태였던 싸움에 닳고 닳은 직업적 검투사들은 가용 전력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고도로 훈련된 경험 많은 로마군단의 정예 병사들에게 애당초 이들이 상대가 될 턱이 없었다.


그래서 저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이 펼쳐진다. 어느 로마군 장교가 사로잡힌 포로들을 향해 스파르타쿠스가 누구인지를 가르켜주는 자에게는 커다란 포상을 내림과 아울러 생명과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큰소리로 약속하자 초라한 몰골로 멍하니 앉아있던 노예들이 차례로 힘차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내가 스파르타쿠스요(I'm Spartacus)!”라고 옹골차게 외쳤던 것이다. 이 광경을 바라본 스파르타쿠스의 눈에는 사나이의 뜨거운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실제 역사에서는 그런 아름다운 결말은 없었다고 한다. 아니, 어쩌면 실제로는 있었는데, 역시나 노예주였을 로마의 역사가들이 기록을 왜곡해 깨끗이 말살시켜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확실한 대목은 스파르타쿠스를 배신한 노예도, 스파르타쿠스를 일러바친 노예도, 그리고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자 스파르타쿠스를 탓하고 원망했던 노예도 없었다는 점이다.


반란에 가담한 노예들은 21세기 대한민국의 인기 연예인 김보성이 수시로 강조하는 스파르타쿠스와의 의리를 죽음에 이르기까지도 충실히 지켰다. 스파르타쿠스 또한 로마 정부군과의 어떠한 타협과 거래도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부하들에 대한 의리를 지켰음은 물론이다.


현대 한국 강남좌파의 “쟤가 스파르타쿠스인데요…”


귀족과 평민과 노예를 막론하고 고대 로마인들이 현대 한국의 강남좌파의 영악하고 악착같은 사회생활 솜씨를 관찰했다면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필자가 확신하건대 ‘스파르타쿠스의 얼굴을 한 크라수스’라는 조롱 반, 야유 반의 반응이 대세를 형성했으리라.


한국의 강남좌파의 계급적 본질은 누가 뭐래도 노예주이다. 현대 한국사회의 노예주들은 고대 로마의 노예주들과는 달리 무식하고도 직접적인 방법으로 노예들의 고혈을 쥐어짜지는 않는다. 현대 한국사회의 신흥 노예주라고 일컬어질 강남좌파는 때로는 기업의 주식배당 형식으로, 때로는 건물 임대료 명목으로, 때로는 공무원 월급을 구실로 힘없고 가난한 무산자들의 피와 땀을 아주 교묘하고 간접적으로 수탈해간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건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이건 결국에는 스파르타쿠스 진영이 아닌 크라수스 편에 속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크고 작은 별의별 크라수스들이 노예들의 반란을 선동해왔다는 데 있다. 불과 유황의 저주를 받고서 멸망하고 만 죄악과 환락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에도 몇 명의 의인은 있었듯이, 양심적 노예주들도 분명 극소수나마 존재할 수는 있을 테니까.


그런데 남한 땅의 강남좌파는 노예의 반란을 선동해놓고는 정작 그 다음에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들 스파르타쿠스의 얼굴을 한 크라수스들에게는 노예들의 반란을 궁극적으로 성공시킬 능력도, 노예들의 반란이 실패한 다음에 “내가 스파르타쿠스요!”라고 자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설 의지도 없는 까닭에서이다. 아니, 반란이 좀 안 되겠다 싶으면 “쟤가 바로 스파르타쿠스인데요…”라고 얄밉게 꼬지르며 저 혼자서만 살길을 궁리할 족속들이 오늘도 내로남불의 신 경지를 부지런히 개척해나가고 있는 한국형 토착진보 강남좌파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재개발이 예정되어 막대한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지역에 전세자금마저 알뜰히 빼내어 상가건물을 매입한 사실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로 말미암아 드러나자 뜬금없이 아내 탓을 했다. 만약에 지금 당장 미선에셋을 창업하면 조만간 미래에셋을 인수합병할 기세인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부부 합산으로 수천 회의 주식투자를 일삼으면서 일반 개미투자자들로서는 꿈에서나 만져볼 거액의 매매수익을 얻은 사실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지자 초지일관 남편 탓을 해댔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1등 진보언론을 자부하는 한겨레신문의 중견 기자 출신이고, 이미선 후보자는 진보 성향의 법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진보랍시고 목에 힘주고 다니려면 일단은 배우자복이 지지리도 없어야만 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민심의 반발과 아우성쯤이야 사뿐히 무시하고 지나갈 두꺼운 안면을 갖추던가. 이런 두꺼운 안면을 얼굴에 두른 상태를 사자성어로 ‘후안무치’라고 하더라.


특정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사회지도층, 즉 엘리트들이 짊어진 제일 무겁고 중요한 소명은 책임을 지는 데 있다. 책임지기에 지도하고, 지도하기에 책임지는 것이다. 책임의 범위에는 관련된 공적 분야와 당사자의 사적 영역 모두가 포함된다. 책임지기 싫으면 그냥 이름 없는 무명의 백성으로 초야에 묻혀서 생활하면 된다. 청와대든, 헌법재판소이든 아예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고.


강남좌파의 대표 작물은 호박씨와 양파인가


앙파껍질은 호박씨와 더불어 문재인 정권의 주축인 강남좌파의 위선을 비유하는 일에 요긴하게 쓰이는 중이다.강남좌파들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호박씨 까기에 우리네 평범한 인민대중은 지칠 대로 지쳤다. 양파껍질 뺨치게 까도 까도 끝이 없는 강남좌파의 위선과 거짓의 향연에 애꿎은 산지의 양파 가격만 또 폭락하게 생겼다.


아내가 했다며 궁지를 일시 모면하려고 하거나, 또는 남편이 저지른 행동이라고 비루하게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든다면 청와대 대변인으로 아무리 잘나가고, 헌법재판관으로 크게 출세하더라도 그저 탐욕스러운 노예주일 따름이지, 한 국가와 한 사회의 권위 있고 자격 있는 떳떳한 지도층으로 대접받을 수는 결코 없다.


강남좌파들에게 그들이 소유한 부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진짜 좌파적 요구는 하지도 않겠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의 문재인 정부의 쟁쟁한 전‧현직 고관대작들 가운데 강남에 자리한 본인 소유의 아파트를 판 인물은 이제껏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 단 한 명뿐이란 사실이야말로 현 정권의 바닥과 본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증적 지표일 터이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것 하나만 제발 부탁하자. “제가 건물을 샀습니다”라고, “제가 주식에 투자했습니다”라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이실직고하는 문재인 정권의 고위공직자가 열 명도 아니고 딱 세 명만 나와 주면 안 되겠느냐는 거다. “내가 스파르타쿠스요!”라고 의리 있게 책임을 몽땅 뒤집어쓰지는 못할지언정 “쟤가 스파르타쿠스인데요…”라고 비겁하게 남 탓은 하지 말란 뜻이다.


타인의 분발을 촉구하려면 나의 모범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결론에 갈음해 고백하겠다. 필자의 가족이 강북 월계동에서 강남 잠실로 이사를 온 일은 백 프로, 순전히, 진선진미하게 나 홀로 결정하고 밀어붙였다. 왜 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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