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편집위원
586들의 내로남불이 한국교육을 망친다
공희준 (이하 공) : 공교육의 총체적 붕괴와 망국적인 사교육의 창궐은 교육 한 가지 사항에만 주안점을 둔다면 차라리 5공 시절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양산시켜왔습니다. 국민들의 이와 같은 교육관의 역주행을 초래한 주범들로 586 세대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586 세대가 견인하는 교육이 왜 오히려 더 불평등하고 불공정해진 것입니까?
전대원 (이하 전) : 586 세대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이 지금부터 이미 30년도 넘었습니다.
공 : 정말 세월 많이 흘렀습니다. 제가 엊그제 어느 연예기사를 보고 놀란 게 탤런트 이의정 씨가 벌써 추억의 올드 스타 대우를 받는 일이었습니다. 「남자 셋, 여자 셋」이라는 제목의 시트콤 드라마가 신세대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인기를 끌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 느낌인데.
전 : 586들도, 안티 586들도 전부 30년 전의 사고구조와 인식체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586들은 80년대에 가두시위를 벌이던 사고방식에서 전혀 변화하지도, 진화하지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질문이 있습니다. 30년 전의 기억에 기초해 언제까지 교육을 이야기할 것이냐는 물음입니다. 옛날이야기들만 횡행하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남의 이야기를 자기 경험담처럼 무책임하게 발설해대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지금, 여기에서의 현장”을 중시합니다. 하지만 교육이 주제가 되면 현장의 상황에 토대를 둔 합리적 논의가 쏙 빠지고 맙니다. 현장을 빼놓는 습관에는 586 세력과 안티 586 진영 사이에 아무런 차별성이 없습니다.
공 : 586들이 주도하는 교육이 왜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게 변질되었는지도 마저 설명해주세요.
전 : (정색하는 표정으로) 지금 586들이 교육을 주도하고 있나요?
전대원 선생의 설명은 필자에게 둘 다 잘못했다는 양비론으로 들렸다. 양비론은 강자나 기득권 가진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책임과 과오를 가리거나 혹은 가볍게 하려는 목적으로 흔히 구사하는 전형적 물 타기 논법이다. 586도 잘못이고, 안티 586도 잘못이라는 논리는 586들 입장에서 자기들 편들어주면 주었지, 안티 586들 도와주는 논리는 아니리라.
공 : 웬만한 교육 정책은 모두 586들 머릿속에서 비롯됩니다.
전 : 지난 10년간이 586 정권이었나요?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이 지난 10년 동안 이 나라를 지배했는데도.
공 : 실무는 자칭 보수세력이 정권을 잡건, 타칭 진보진영이 집권하건 여기에 상관없이 80년대에 대학 다닌 인물들이 주도해왔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만 봐도 비서실장은 김기춘 씨였어도, 그 밑의 중요한 실무 라인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처럼 1980년대에 대학 들어간 인사들이 포진했습니다. 실질적 의사결정권은 586들에게 장악되어온 셈입니다.
전 : 정답을 아시면서도 저한테 물으신 것 같습니다. (웃음)
공 : 저는 모릅니다.
전 : 왜 모르시나요?
공 : 저는 교육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온 터라.
전 : 답은 명확합니다.
공 : 뭐죠?
전 :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입니다. 586들도 자기 자식 좋은 대학 보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교육이 한층 더 불공정하고 불평등해졌습니다. 이 내로남불의 저주와 적폐에서 586 세대 또한 그들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내로남불’을 국가의 정책으로 바로잡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공 : 정책으로 사람의 인성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전 : 정책은 사람의 인성을 바꿀 수 없습니다. 국민들 사이에 깊게 뿌리 내린 문화 역시도 정책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저는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의 적극적 찬성론자가 아닙니다. 다만, 제가 학종 전형 적극 반대론자에 반대를 하다 보니까 학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처럼 타인들 눈에 비칠 뿐입니다.
내가 교육에 대해 잘 모르는 것처럼 전대원 선생 역시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듯했다. “내가 저걸 찬성하는 입장은 아닌데, 반대하는 사람들을 반대하다 보니 찬성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논리 전개는 소수 전문가의 동의를 끌어내려는 지식인적인 어투이지, 다수 대중의 지지를 규합하려는 직업 정치인의 화법은 아니다. 유권자들은 ‘쿠션’을 싫어한다. 그들은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다”란 식의 단순명쾌한 직설을 좋아한다.
전 : 현재의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은 진화의 산물입니다. 공희준 원로가 희망하시는 것처럼 과격하게 새로운 판을 짜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힘겹게 학종에 적응한 상태입니다. 갑자기 특정 계층에게만 유리하게끔 게임의 법칙을 급진적으로 바꿔보세요. 그러면 아마도 폭동이 날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일타강사들의 인생 이모작을 위한 문전옥답
공 : 선생님께서는 학교로 불리는 공교육 체제에 몸을 담고 계십니다. 대치동 학원가로 대표되는 사교육 시장을 꽉 틀어쥔 왕년의 학생운동권 출신 586 세대를 공교육 종사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전 : 저는 그분들이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대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을 굉장히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봐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전문가의 시대가 되어야만 합니다. 예전에는 시민운동이 백화점식 시민운동이었습니다. 참여연대가 참여하지 않은 쟁점이 있었나요? 경실련이 경제만 건드렸나요? 시민단체들은 대통령 부럽지 않는 만기친람을 만끽했습니다.
공 : 지금은 특정한 시민단체가 사회 전 분야를 감당하기는 애당초 불가능해졌습니다.
전 : 학생운동권 경력을 지닌 유명 사교육자들은 자신들이 교육에 관한 한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 : 아는 문제는 물론이고 모르는 문제 앞에서도 전연 위축되지 않는 그분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 하나만은 정말 배울만합니다. (웃음)
전 : 아마추어리즘으로 대한민국을 이끌고 책임질 수 있는 시대는 진즉에 막을 내렸습니다. 원로님, 혹시 일타강사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공 : 일타강사가 뭡니까?
필자는 학교 바깥에서 사교육을 받아본 경우라고는 1989년 12월에 시사영어학원(오늘날의 YBM)의 독해 강좌를 한 달치 끊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가기는 딱 사흘 출석했다. 왜냐? 학원 수강보다도 몇 배는 더 중요한 아르바이트를 해서 연말 유흥비를 마련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전 : ‘일타강사’는 학원에서 수강 신청이 첫 번째로 마감되는 인기 강사를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지금은 마감 개념조차 희미해졌습니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All or Nothing”이 학원가를 지배하는 탓입니다. 그로 인해 유명하고 잘나가는 특정한 인기강사 한 명이 수강생 전부를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앞에서는 평등하지만 뒤에서는, 옆에서는, 위에서는, 밑에서는 평등하지 않다는 측면에서 인터넷은 법과 비슷한 속성을 띤다. 인강, 즉 인터넷 강의의 대중화는 인기 강사는 돈방석에 앉히고, 반대로 비인기 강사는 학원가를 아예 떠나게끔 만들었다.
전 : 혹시 버스 타면서 모 수학강사를 광고하는 광고지를 구경하신 적이 있나요?
공 : 저는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사교육계 여성 강사들이 다들 미모가 출중한 건만 기억나더라고요. 그중에는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은 분들도 있겠지만요.
전 : 요즘에는 남자 강사들 가운데도 외모 관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왜냐면 모집할 수 있는 수강생의 규모가 사실상 무제한인 까닭에서입니다. 옛날에는 강의실이 꽉 들어차면 더 이상 수강생을 받을 수가 없었지만, 인터넷 강의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수강생 숫자에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공 : 더도 덜도 아닌 승자독식의 세계입니다.
전 :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선 주인공이 바로 일타강사입니다.
공 : 싹쓸이의 위업에 성공한?
전 :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고 했습니다. 일타강사들도 나이를 먹으면 강의 역량이 저하되기 마련입니다. 그분들 중에서 일부가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인지 교육연구소를 설립하는 사례가 잦습니다.
일선에서 물러난 일타강사들이 교육연구소를 설립해 공교육의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데 나서는 광경은 자기가 오랫동안 몸담아온 부문에서 실무 능력은 떨어졌지만 그 대신 재산 축적과 인맥 구축을 달성한 인사들이 정당 공천과 국회 입성을 노리며 여의도를 기웃거리는 모습과 배경만 다를 뿐 본질상 똑같다. 한국사회의 몇몇 특권적 엘리트들에게 인생 이모작 참 쉽다.
전 : 그분들이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따라서 연구소를 차린 다음에 제일 먼저 착수하는 작업이 학종 비판입니다. 이게 학종 전형 비판의 선두대열에서 옛 사교육 스타들이 빈번히 목격되는 연유입니다. 학종을 정조준해 독설을 날리는 이분들이 현재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외곽에서 전문가 그룹을 형성하고는 정부여당의 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시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공 : 관건은 그분들이 학교의 현실을 아느냐에 있겠네요? “니들이 학교를 알어?”, 이거요!
전 : 그분들이 강의를 잘하시는 것은 저도 기꺼이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공 : 저는 실명 까도 됩니다. (웃음) 예컨대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 같으신 분요? 그러고 보니 손주은 회장이 교육에 관해 내놓는 한마디가 한마디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남북관계에 대해 내놓는 한마디 한마디와 비슷한 무게감을 지닌 것으로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대접받고 있습니다.
전 : 그분이 의제 설정(Agenda Setting)을 담당하고 계시죠. 하지만 손주은 회장은 사교육계에서는 옛날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제는 일타강사 경력의 교육평론가인 이범 씨조차 업계에서는 원로급으로 통합니다.
공 : 제 또래에서 저 말고도 원로가 또 있다니? 우째 이런 일이! (웃음)
전 : 정부가 교육 현안들의 해법 강구를 목적으로 꾸린 여러 공론화위원회들에 다수의 일타강사 출신 인사들이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학교와 관련해 수많은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그들이 정작 누구만을 상대해봤겠습니까?
공 : 학부모들이요. 그것도 인사가 아니라 성적이 만사인 수험생 학부모들이요.
전 : 학생들로는 어떤 범주의 학생들을 상대해봤겠습니까?
공 : 당장 시험성적 올리는 것만이 능사이고 장땡인 아이들이요.
전 : 학교는 당장 시험성적 올리는 게 지상목표인 학생들만이 배우고 생활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학교는 바다, 학원은 가두리양식장
공 : 학교는 국제연합(UN)이고, 대치동 학원가는 아무리 그 폭을 넓게 잡아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도의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전 : 학교는 다양한 아이들을 폭넓게 포괄하는 곳입니다.
설립목적에서 학교는 숙명적으로 선단식 거대 재벌기업일 수밖에 없다. 단, 경영권이 세습되지 않는 재벌이다. 경영권이 세습되는 일부 학교들을 국민들은 ‘악덕족벌사학’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대한민국 사교육 일번지로 알려진 강남구 대치동의 각종 입시학원들은 소규모 단위의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나지 않는다. SPC만 운영해본 사람들에게 거대한 재벌회사들을 맡겨놓으면 한국 공교육의 결말은 두 가지 중 필시 하나다. 망하거나, 아니면 없어지거나.
전 : 입시학원이라는 가두리양식장 같은 한정된 범위의 특수한 영역만을 체험해본 분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이 생명인 바다처럼 드넓은 학교를 향해 감 놔라, 배 놔라, 대추 놔라 참견하니 저 같은 현직 교사들은 그저 걱정 어린 한숨만 나올 따름입니다. 대학교 탐방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는 관악산 아래의 서울대학교 캠퍼스를 촬영해가면 시청률이 상승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서울대에 전체 수험생 중의 과연 몇 퍼센트나 입학하느냐는 겁니다.
공 :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모순과 맹점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보통, 방송사에서 청년 문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구실로 서울대를 찍으러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렇지만 나라에서 굳이 신경과 예산 써서 정책 만들어주지 않아도 대부분의 서울대생들은 사회 나와서 잘 먹고 잘삽니다.
전 : 옳습니다. 원로님이 상위 10프로의 탐욕과 이기심을 누차에 걸쳐 질타하셨습니다. 교사들은 상위 10프로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9할을 만나고 상대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교사들의 경험은 등한시하고 의견은 외면하면서, 상위 10프로와만 주로 접촉하고 교류했던 집단의 견해에는 왜 귀를 기울입니까? 심지어 (제가 믿었던) 공희준 원로님마저….
공 : 옹색한 핑계를 들이대며 변명하자면 제가 학교 현장에 갈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 : (씁쓸한 목소리로) 제가 공희준이라는 사람을 설득하지 못하면 또 누구를 설득할 수가 있겠습니까?
공 : 저는 선생님 말씀이 어렴풋하게나마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다른 분야와 부문은 제가 웬만하면 모두 다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허나 학교라는 공간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입니다. 겪어볼 기회가 부재하거나 아니면 봉쇄됐으니까요.
전 : (돌연 환해진 음성으로) 제가 오늘부터 공희준 원로님을 진짜로 좋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원로님은 자신이 교육 문제에 대해 비전문가라는 사실을 일단 흔쾌히 인정한 연후에 이 주제에 관한 본격적 논의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듣는 사람이 깜짝 놀랄 만큼 갑작스럽게 언성을 높이며) 그런데 왕년의 대치동 일타강사들이나 교육정책을 주관하는 586 관료들은 자기네가 학교 현장의 실상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단단히 착각들을 하고 있어요. 아주 큰 착각을!
공 : 내가 학교를 안 가봤는데 학교를 무슨 수로 알아!
전 : 몰라요! 그분들 학교에 대해 정말 모른다니까요. 그래도 안다면서 함부로 재단합니다.
공 : 단적으로 제가 미국에 가본 적이 없는데, 미국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안다고 해봤자 순 통밥 굴려서 짐작해 아는 거지.
대담 분위기는 마치 둘이 음주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불콰해졌다.
전 : 미국 얘기가 나온 김에 촌극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어느 기자분과 말씀을 나눴는데, 그 기자님께서 미국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아이들을 교육한다면서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마구 연신 개탄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국 어디에 체류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공 : 어디에 머물렀다고 답변하던가요?
전 : 실리콘 밸리에 계셨었다고 합니다.
공 : 실리콘 밸리에도 학교가 세워져 있나요?
전 : 학교들이 있긴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아이들을 학교에는 보내야 하니까요.
공 : 실리콘 밸리는 한국 강남의 청담동이나 압구정동처럼 미국에서도 아주 예외적으로 잘사는 동네가 아닌가요?
전 : 미국 실리콘밸리에 문을 연 호화롭고 고급스러운 귀족학교와 우리나라의 평범한 국공립학교들과 맞비교를 불사하면서 한국의 공교육 현실을 통탄하면 저더러 어쩌라는 겁니까? 나한테도 실리콘 밸리의 귀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만큼의 고액 연봉을 주던가? (웃음) 우리나라 교사들 월급이 적다는 의미는 물론 아닙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에도 미국 실리콘 밸리의 귀족학교들에 뒤지지 않을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제공하면서, 또 거기 다니는 아이들처럼 돈 많은 부모 가진 학생들만 데리고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놓은 다음에 그리 맹비난하시면 저도 그분의 날선 비판과 혹독한 질책에 군말 없이 수긍하겠다는 뜻입니다.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하며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풍토는 과거와 견줘 언론과 식자층에서 현저히 희석되었다.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다름 아닌 교육이다. 아프리카 최빈국의 초등학교 교실과 우리나라 대도시 변두리에 소재한 공립 초등학교의 교실을 여과 없이 대놓고 비교하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교육선진국으로 우뚝 서리라.
전 : 실내화를 꼭 착용한 상태로 교실에 입실하라는 둥, 아침에 지각하지 말고 제시간 맞춰 등교하라는 둥, 이와 같은 시시콜콜한 생활지도의 부담을 훌훌 털어버리게 된다면 저는 어떤 데에만 온전히 전념할 수 있겠습니까?
공 : 학생들의 학업 지도와 성적 향상에만 오롯이 집중하실 수가 있습니다.
전 : 교사가 그러한 자잘한 사항들에 신경을 쓰지 않는 환경을 제가 왜 싫어하고 마다하겠습니까?
공 : 환영하면 환영했지 당연히 거부할 일이 없죠.
전 : 저도 실리콘 밸리에 자리한 학교에 가고 싶어요. 선생인 저도. 위정자들이든, 학자들이든, 그리고 언론들이든 그런 좋은 학교를 소개만 하지 말고 빨리 좀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미국이 다 그렇게 우월한가요? 핀란드 전체가 모두 그토록 완벽한가요?
공 :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교육혁명의 본보기로 수시로 찬양받는 핀란드가 한국교육이 지향해야만 할 귀감으로 제시되는 사태를 엄청 못마땅하게 여기시는 눈치입니다.
전 : (단호하게) 저는 우파의 미국, 좌파의 핀란드 죄다 짜증납니다. (⑧편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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