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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⑥ 유시민이 집값 폭등에 날개를 달아줬다 -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는 왜 유해하고 불필요한 사업인가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1-10 17: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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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도 상품은 상품이다. 상품은 상품이되 일단 사놓으면 물리기가 대단히 어려운 상품이다. 아파트라는 상품의 더 고유한 특징은 그것이 물건이 나오기 몇 년 전에 미리 돈을 내야만 하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이 볼 수 있는 건 실물이 아닌 모델 하우스로 불리는 복제품일 뿐이다. 과거에는 얼굴 한번 보지도 않고서 혼례식을 치렀다면, 오늘날은 실제 한번 누워보지도 않고서 잠잘 집을 장만한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택을 사전에 지어놓고 판매하는 후분양 제도와 아파트의 가격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알려주는 분양원가 공개를 오래전부터 정부에 요구해왔다. 문제는 그러한 요구들이 진보정권 시대에 참담하게 묵살됐다는 점이다. 김헌동 전 「경실련 아파트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최근 정계복귀 여부를 부지런히 저울질하고 있을지 모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분양원가 공개 반대에 요란하게 앞장섬으로써 수많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회상했다.

김현미 장관의 얘기는 궤변일 뿐


공희준 (이하 공) :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지역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정면충돌한 적이 있습니다. 본부장님께서는 그린벨트가 우리 시회에서 어떠한 순기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그리고 그린벨트를 헐어서 주택을 공급하는 방침이 과연 합리적 대책이라고 판단하시는지요?


김헌동 (이하 김) :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지켜져야만 합니다. 


공 : 이명박 정부는 강남권의 소중한 그린벨트를 훼손해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했습니다.


김 : 그린벨트 지역을 보전해야 하는 것이 물론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린벨트를 불가피하게 훼손해야만 할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공익적 차원의 목적과 가치가 뚜렷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공 : 그린벨트를 파괴하는 사람들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다들 강변합니다. 김현미 현 국토교통부 장관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 : 저는 김현미 장관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 : 어떤 근거에서 그와 같은 결론을 단호하게 내리셨는지요?


김현미 장관이 작년 12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김 : 이명박 정권이 지은 보금자리 주택은 토지는 분양하지 않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도 채택했습니다. 30평짜리 아파트의 건물만을 1억 5천만 원에 분양했습니다.


공 : 건물만 분양했기 때문에 분양가가 턱없이 낮았던 것이네요.


김 : 그렇죠. 설사 토지까지 분양을 했어도 논밭이었고 임야였던 그린벨트를 해제해 분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값이 쌀 수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정부가 평당 200만 원에 토지를 수용합니다. 수용한 토지를 1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택지로 조성합니다. 그러면 평당 300만의 땅값이 나옵니다. 거기에 평당 건물가격 500만 원을 더하니 평당 800만 원에 분양이 가능했습니다. 새로운 아파트를 이렇게 상대적으로 저가에 공급한 터라 주변 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의거해 그린벨트 안에, 그것도 상당히 훼손이 진전된 그린벨트를 이용해 신규 주택을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할 때만이 그린벨트 훼손의 정당성이 일정 정도 확보될 수 있습니다. 토지는 매각하지 않고 건물만 분양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는 전제 아래에 공공주택 공급을 늘려나간다면 그린벨트를 개발하는 일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가 있는 겁니다.


공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한 3기 신도시는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십니까?


김 : 3기 신도시 건설계획에는 그와 같은 공익적 시각의 원칙과 철학이 결여돼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대부터 이어져온 낡고 비민주적 방법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한 다음 수용된 토지의 절반을 건설업자들에게 제비뽑기 방식을 통해 싼값에 불하해주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입니다.


공 : 그 중요한 신도시 개발을 담당할 주체인 사업자를 제비뽑기로 결정하나요?


김 : 제비뽑기로도 선정합니다.


공 : 공정한 건지, 무책임한 건지 판단을 내리기가 굉장히 애매합니다.


김 : 정부가 땅값을 싸게 받을 테니 업자들 당신네도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라는 게 제비뽑기에 담긴 나름의 취지입니다. 그럴 바에는 공기업이 직접 분양을 책임져도 됩니다. 그럼에도 굳이 건설업자들에게 분양을 왜 맡기는지 정부당국자들의 속내가 저는 궁금합니다.


공 :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허구한 날 외치는 구호가 ‘민영화 반대’입니다. 하지만 신도시 건설과 관련해서는 민영화를 매우 숭상하는 모양새입니다.


군부대가 된 더불어민주당


김 : 전두환 정권 때보다 후퇴한, 노태우 정권 시절보다도 퇴영적 정책을 지금의 문재인 정부가 고집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처럼 어리석은 주택정책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 정책에 반론을 제기하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보이지를 않습니다.


공 : 몰라서 반대하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알면서도 청와대의 서슬 퍼런 기세가 두려워 일부러 입들을 다물고 있는 건가요?


김 :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해석해야죠.


공 : 진짜로 뭐가 뭔지 모르는 여당 정치인들도 꽤 되지 않겠습니까?


김 : 모르는 사람이 60~70프로쯤 됩니다. 환언하자면 정책의 문제점을 알고 있는 인물이 30~40프로 정도는 된다는 뜻입니다. 그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공 : 모르는 사람들은 옛날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 아닐까요? 그 양반들 실력 없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니까요.


김 : 모르는 사람들이야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들은 3기 신도시 사업의 모순과 한계를 익히 다 압니다.


공 : 운동권 출신들과는 대조적으로 웬만한 전직 경제관료 출신 정치인들은 3기 신도시 정책에 내포된 허실과 맹점을 훤히 꿰뚫고 있겠네요.


김 :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할 겁니다.


공 : 괜히 나섰다가는 청와대에 밉보일까 봐 걱정되는 탓이겠네요.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가 만기친람하며 독주하는 소위 청와대 정부이니까요.


김 : 여권 내에서 청와대와 다른 소리를 냈다가는 왕따를 당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불거지자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가 동료 여당 국회의원들로부터 무차별 융단폭격을 당했다. 정부여당 내부가 지금 어떤 분위기인지를 웅변하는 씁쓸한 일화다. 현재의 정부야당은 까라면 까는 권위주의적이고 획일적인 군사문화가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일하게 전일적으로 관철되는 시대착오적 집단이라고 하겠다.


김 : 과거 참여정부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하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계급장 떼고 토론하자며 이의를 제기했다가 어떻게 됐습니까?


공 : 그때 참여정부의 극렬 지지자들이 김근태 전 장관을 정형근이나 이근안보다도 더 나쁜 인간이라는 투로 매도하고 음해했던 기억이 저는 지금껏 생생합니다. 김근태 전 장관에 가해진 이른바 노유빠들의 인터넷 조리돌림을 목격했으니 열린우리당 안에서 그 누가 청와대의 하명에 더 이상 토를 달 수 있었겠습니까?


김 : 그러자 유시민이라는 친구가 곧바로 나서서 김근태 의원에게 거칠게 대들었습니다. 유시민은 원가연동제 같은 것을 실시하면 된다는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엉뚱한 방향으로 호도하고 희석시키기에 바빴습니다.


김헌동 본부장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정치적 2인자라고 할 수 있었던 유시민 전 장관은 서민대중의 절박한 주거안정보다는 정권의 안정을 몇 배는 더 중시하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분양원가 공개에 집요하게 딴죽을 걸었다. 그러나 특정 정권을 위한 악착같은 철통방어는 참여정부 임기 내내 지속된 서민들의 만성적인 전세난과 주택난 앞에서는 수레 앞의 사마귀처럼 헛된 짓거리로 끝나고 말았다. 유시민은 이번에도 문재인 정부를 지키겠다며 유튜브 방송까지 개시했다. 대통령의 심기관리만 잘된다면 서민경제는 깽판 쳐도 된다는 유시민 특유의 오만하고 비뚤어진 귀족적이고 반동적인 봉건주의적 세계관은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음은 물론이다.


김 : 서로 다른 의견과 목소리들이 백화제방을 이루면서 치열하고 기탄없는 토론이 선행되어야 건강하고 성공적인 정부정책이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그런데 특히 유시민 같은 사람들이 그걸 못하게 앞장서 가로막았습니다. 군대식으로 일사불란한 의견통일이 필요하다는 구실을 대면서요. 오죽했으면 노회찬 의원을 비롯한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들마저 유시민의 안하무인적 행동을 비판했겠습니까?


시민단체들의 기회주의적 진영논리


김헌동 본부장의 비판의 초점은 유시민의 태도로부터 86세대 정치인들이 행태로 옮겨갔다.


김 : 유시민 씨 혼자만 경제민주화의 시대정신에 역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386인지, 486인지, 586인지 하는 정치인들은 삼성경제연구소와 심포지엄까지 함께하면서 보수적 경제정책 노선을 공공연히 추구했습니다. 그 결과로 급기야 재벌도시특별법, 즉 기업도시특별법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습니다. 재벌이 직접 신도시 건설에 나설 수 있게끔 빗장을 풀었습니다.


공 : 재벌들이 직접 지은 도시로는 어떤 지역이 있나요?


김 : 삼성이 만든 아산의 탕정 신도시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명박 정부도 아니고, 박근혜 정부도 아니고, 진보정권이라는 참여정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린벨트 문제로 논쟁을 벌이는 광경을 목도하면서 저는 심각한 환멸감을 느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그린벨트에 보금자리 주택을 짓는다고 하니까 “그린벨트를 난도질하지 말라!”며 극렬하게 반대하던 환경단체에서 환경운동을 벌이던 인물이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환경장관으로 기용됐습니다. 그분이 문재인 정부가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헐어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분이야 입각을 했으니 그렇다 치고, 여기에 대해 비판하는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가 없습니다.


김헌동 본부장과의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필자는 조명래 현 환경부 장관의 그린벨트에 대한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조명래’와 ‘그린벨트’를 조합해 관련 기사를 검색해봤다. 신기했다. 그가 장관 취임 후에 그린벨트에 대해 언급한 적은 사실상 없었다. 우리 국민들은 자기 손자를 사랑하듯이 공공재인 그린벨트도 사랑하는 환경부 장관을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공 : 유수의 환경단체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 태양광 발전을 구실로 귀중한 삼림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는 사태에 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해왔습니다.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한 것이 너무나 당연합니다.


김 : 시민단체가 정치단체가 되었습니다.


공 : 본부장님께서는 시민단체에 오랫동안 몸담으신 분이라 조심스럽게 말씀하셔야 하겠지만, 저 같은 일반인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해도 됩니다. 참여연대를 위시한 대한민국의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시민단체인가요? 선거에서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 높여주는 선거기획사지요.


김 :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짓겠다는 건 민간의 재벌건설사와 토건업자들에게 정부가 대놓고 일감을 몰아주는 처사입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한테는 아파트 광고가 쇄도한다는 소리이고요. 조중동 지면의 광고를 한번 찬찬히 살펴보세요. 전체 광고 물량의 6할이 아파트 선전입니다. 따라서 조중동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적확한 비판을 할 리가 없죠. 그렇다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라고 해서 별로 나은 구석은 없습니다. 특히나 한겨레신문 쪽이 더 문제입니다. 한겨레신문은 참여정부 5년 동안 부동산 폭등 문제를 제대로 작심하고 다룬 적이 거의 없습니다.


공 : 아파트 광고도 많이 못 받으면서. (웃음)


한겨레신문은 아파트 광고를 많이 받지는 못한다. 그 대신, 김의겸 정치부 기자와 여현호 논설위원의 행보가 보여주는 것처럼 청와대로의 인력 송출이 활발하다. 회사 구성원들의 생존의 관점에서 결산한다면 조선일보는 단체전에 강하고, 한겨레신문은 개인전에 능하다.


김 : 한겨레신문의 이와 같은 경향성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직격탄은커녕 변변한 견제구조차 날리지를 못합니다.


공 : 한겨레신문이 아파트 광고 협찬은 못 받아도, 자리 협찬은 잘 받더라고요. (웃음) 예컨대 고광헌 전 한겨레신문 사장이 현재는 서울신문 사장으로 가 있습니다.


김 : 한국사회의 진짜 심각하고 중요한 쟁점을 알리고 부조리를 고발해줄 공정하고 정의로운 언론사가 없는 사실이 저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합니다. 몇몇 선각자적 기자들이 방송에서 이런 현안과 병폐를 간혹 가다 건드릴 뿐입니다.


공 : 제가 짐작하기로는 강남 사는 비율이 나이든 중견 기자들보다도 젊은 기자들이 오히려 더 높을 겁니다. 지금은 기자시험 준비도 부모가 돈 없으면 못하는 세상이거든요.


300명의 부동산 기자들은 들어라


김 : 기자들이 부모가 강남에 살아서 그런지, 본인이 강남에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처가나 시댁이 강남에 있어서 그런지는 제가 모르겠습니다. 핵심은 언론이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근원인 부동산 문제에 대해, 강남 땅값 문제에 관해 침묵의 카르텔을 오랫동안 형성해왔다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주요한 언론사들에는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자가 약 300명가량 일하고 있습니다.


공 : 300명이요!


김 : 그 300명 중 270~280명이 집값이 오를 때마다 이를 대서특필합니다.


공 : 집값 상승을 가열 차게 부추기네요.


김 : 반대로 집값이 요새처럼 내려갈 적에는 300명 가운데 10프로도 안 되는 기자들만이 이걸 보도합니다. 그것도 1주일에 고작 한두 차례 정도로 드문드문 띄엄띄엄 알립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한다는 뉴스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희소식입니다. 이 기쁜 소식이 좀처럼 전달되지 않곤 합니다. 만약에 내려간다는 기사가 올라간다는 기사와 비슷한 분량과 횟수와 비중으로 나오면 집값이 하락하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사를 쓰지를 않아요. 공희준 크리에이터는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에서 집값 내려간다는 내용이 들어간 보도를 본 경험이 있습니까?


공 : 별로 크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가끔씩은 올라오는 것 같더라고요.


김 : 자체적으로 작성한 기사는 적고, 연합뉴스에 보도된 것을 받아쓰는 경우가 대부분일 따름입니다.


공 : 본부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나라에서 명색이 진보매체들로 행세하는 언론들을 보면 박근혜와 이명박 두 추레한 전직 대통령과 그 기괴한 심복들이 과거에 저지른 시시콜콜하고 엽기적인 행각들은 부지런히 보도해도, 강남 부동산 내지 강냄패권주의 같은 근본적인 구조적 모순에 손을 댄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무늬만 진보지, 실상은 옛 선데이서울 종류의 가십매체들이죠. 본질적으로 황색언론들입니다.


김 : 진보언론이 부동산 폭등 사태를 다루는 논조를 보면 무게중심이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에게 면죄부 부여해주고, 알리바이 만들어주는 데 치우쳐 있습니다. “박근혜 때문에 올랐다”느니, “이명박 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다”느니 하는 논조가 주류이니까요. 부동산 가격 안정을 통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은 보이지 않습니다.


공 : “잘 된 건 내 덕, 안 된 것 남 탓”이야말로 바로 586 진보꼰대들의 종특입니다. 요즘 청년세대들이 특히나 그렇게 인식하더라고요.


김 :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는 진보언론의 관점에 따른다면 요 몇 달 땅값이 내려간 것도 박근혜 정권 덕이라고 해야만 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맙니다. 최근에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꺾인 데에는 다른 특별한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대출 하나 규제한 영향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냐? 대출 규제 한 가지만으로도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설령 집값을 잡는 데는 미흡할지언정 투기는 확실하게 잡을 수가 있습니다. 집값이 요즘처럼 낮아지는 상황에서 순수하게 전액 자기 돈 만으로 부동산에 선뜻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3기 신도시보다 대출 규제가 먼저다


공 : 말씀 나누다 보니 그린벨트 해제부터 대출 규제까지 종횡무진을 했습니다. (웃음)


김 : 저는 그린벨트를 대규모로 손상시키면서까지 3기 신도시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성이 없다는 말씀을 이참에 확실하게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집값은 정부가 3기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발표한 까닭에 내려가는 게 아닙니다. 3기 신도시를 만들지 않더라도 세제, 금융, 그리고 공급의 세 가지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바로잡으면 집값을 충분히 하향 안정화시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 : 그린벨트를 건드릴 필요가 원천적으로 없는 거네요.


김 : 개발제한구역에 손댈 필요가 애당초 없죠. 우리는 단군 이래 반세기를 이 땅에서 살아왔습니다. 아파트라는 개념의 주거형태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건 겨우 1970년대 초입니다. 그때부터 50년도 안 되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 국민의 거주수단의 60퍼센트가 아파트가 되었습니다. 아파트는 우리민족의 전통적 주거방법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보편화된 지 50년도 안 되는 아파트들을 지은 지 30년도 안 되어 부수려고 덤빕니다. 30년에 한 번씩 아파트들을 부수고 새로 지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공 : 나라 전체가 머잖아 건축 폐기물로 잔뜩 뒤덮입니다.


김 : 그 많은 건축 폐기물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요량입니까? 게다가 새로운 건축물들을 지으려면 백두대간 도처에 구멍을 뚫고 석회석을 채취해 와야 합니다. 수도권 주변의 야산들을 깎아 자갈들을 캐내야 합니다. 모래는 어찌 구하나요? 강바닥에서 모래가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입니다. 그러므로 먼 해안가로 나가 힘들게 바닷모래를 퍼내야 합니다. 남한에 있는 모래만으로는 물량이 모자라니 북한에까지 가서 모래를 운반해 와야 하는 형편입니다.


공 : 아파트 짓다가 남북한이 차례로 거덜 날 판국이네요.


김 : 그렇게 치명적으로 환경을 파괴해 얻은 게 뭡니까? 지진 나면 다 무너질지도 모를 성냥갑 주택들을 무더기로 지으려고 소중한 자연생태계를 완전히 초토화시켰습니다. 5천년 동안 깨끗하고 청명하게 보존되어온,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줘야만 할 금수강산을 최근 수십 년 동안 우리 세대가 전부 상처 내고 망가뜨렸습니다.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도, 거시적 복원계획도 없이 수도권에 얼마 남아있지도 않은 녹지마저 기어이 훼손시켜야 되겠습니까? (⑦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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