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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위대한 치킨 게임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국회 단식농성장 방문 후기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18-12-11 1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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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민심 그대로 랩소디’


언제나 젊을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한국 영화시장에서 의외의 흥행돌풍을 이어가면서 오랜 잠에서 깨어난 프레디 머큐리가 그와 같은 유형의 인물이다. 


프레디 머큐리는 1946년에 태어나 1991년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으로 사망했다. 한국식 나이로 따져서 마흔 여섯의 비교적 젊은 나이였다. 그렇지만 대중의 뇌리에 그는 30대 초중반의 열혈 청년으로 영원히 각인돼 있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퀸의 구성원으로 활약했다. 그는 이제는 긴 백발을 휘날리는 70대 초반의 노인이 되었음에도 여느 젊은 연주가 못잖게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고 있다. 메이는 노인과 강렬한 록 음악이 전혀 이질적 존재가 아님을 생생하게 웅변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대표는 머큐리보다는 한 살 어리고, 메이와는 동갑내기인 1947년생이다. 영국 출신 음악인들로 구성된 퀸이 절정의 물오른 기량을 뽐낼 즈음 손학규는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조용한 유학생활을 보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947년생이다. 그가 영국에 체류하던 시기는 퀸의 전성기이기도 했다. 

손학규가 영국에 머물던 무렵 퀸의 노래들을 좋아하고 즐겼는지 필자는 모른다. 단지 확실한 사실은 브라이언 메이가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제2의 시끌벅적한 전성기를 맞이한 지금, 손학규는 대한민국 여의도 국희의사당 본관 안에 자리한 적막감 감도는 로텐더 홀에서 조용히 단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표유석(有票有席), 무표무석(無票無席)의 원칙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마디로 정당의 투표율과 의석수를 최대한 일치시키는 제도다. 표가 있으면 의석도 있고, 표가 없으면 의석도 없는 평등하고 공정한 민주적 정치체제를 구현하자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즉각적 도입에 찬성하는 논자들의 핵심적 주장이다.


문제는 표가 없이도 의석을 얻은 정당들의 협조와 동의 없이는 표가 있어도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들의 간절한 숙원사항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몹시 희박하다는 데 있다. 손학규는 표 없이도 의석을 얻은 정당들의 동의와 협조를 얻고자 현역 정치인 기준 역대 최고령 단식을 오늘로써 엿새째 이어나가고 있다. 손학규 옆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똑같은 일수로 단식을 계속해왔다.


유명 정치인이 특정한 정치제도의 도입을 관철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을 감행한 사례는 손학규 이전에 두 번 더 있었다. 1983년에는 김영삼 전 신민당 총재가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다섯 가지 요구조건을 내걸고 생명을 내던지는 단식에 들어갔다. 1990년에는 김대중 평화민주당 총재가 지방자치제 전면 부활을 촉구하며 필사의 단식을 펼쳤다. 김영삼과 김대중 두 사람은 나중에 차례로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손학규 또한 대통령이 엄청 되고 싶을 것이다. DJ와 YS는 단식투쟁을 전개한 시기에 이미 야권 최고의 실력자였다. 손학규는 야권 최고의 실력자는커녕 그가 대표로 있는 바른미래당의 실질적 대주주조차 못 된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원내 제3당이다. 1당인 더불어민주당과 2당인 자유한국당과 견주어 당세가 턱없이 약하다. 손학규의 단식이 회심의 정치적 승부수로 적중할 가능성은 사실상 전무한 까닭이다.


김영삼, 김대중, 그리고 손학규


김영삼과 김대중은 야권의 지도자로 단식투쟁에 임했다. 반면 현재 손학규는 군소야당 수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손학규는 위험천만한 단식에 돌입했다. 청와대 벽의 역대 대통령 초상화에 본인의 인물화는 포함되지 못할지언정 한국정치의 획기적인 제도적 발전에 자기의 발자취를 조금이나마 남기겠다고 그는 단단히 작정한 듯싶다.


모든 대형 사고는 “설마~” 하는 사이에 일어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이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전신이라고 일컬을 참여정부는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었다. 그랬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손학규의 단식투쟁을 일상적 정치공세의 하나로 치부하는 건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리라.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의 총선과 대선 공약이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여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협치와 민주주의를 제도화할 정치개혁의 과제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아무 조건 없이 수용하는 것만이 손학규 대표의 단식을 멈추게 하는 길이다”라고 정부여당을 향해 손학규 대표의 단식 사태의 의미와 무게를 엄중하게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실의 강석균 보좌관은 “민주당과 한국당은 수십 년 양당제 하에서 너무 많이 닮아버렸다. 슬픈 건 지금 우리 국민들이 의지할 곳이 한국당을 닮아간 민주당밖에 없다는 것이다. 3년 후, 5년 후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건강하게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균 보좌관은 뒤이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정치개혁을 향한 국회의 진지한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 두 분의 이번 단식은 시대의 요구에 담대히 화답한 역사적 결단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누가 먼저 핸들을 꺾어야 하나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나란히 6일째 단식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의료진으로부터 건강 이상 유무를 점검받고 있다. 손 대표는 이미 혈압에 이상징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태도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공동 단식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 초기의 대북정책 기조였던 ‘적대적 무시(Benign Neglect)’를 확연히 연상시킨다. 이해찬 당대표가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자세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야당 대표들이 단식을 풀어야 선거법 개정 협상 개시를 고려해보겠다는 이해찬 대표의 입장은 미합중국의 버락 오바마 정권이 채택한 또 다른 형태의 대북적대시 정책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의 짝퉁 분위기를 짙게 풍긴다.


집권세력이 취하고 있는 느긋한 대처방식에는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겪었던 몇 차례의 단식투쟁의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야당이었을 때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에게 단식은 치고 빠지기(Hit and Run)’ 작전을 구사하는 데 요긴하게 쓰이는 상투적 쇼맨십의 전형적 수법이었다.


고하승 시민일보 편집국장이 내놓은 분석은 손학규 대표의 단식이 기민한 치고 빠지기 차원의 전술적 기동이 아닌, 장렬한 옥쇄의 서막일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손학규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관찰해온 고하승 국장의 설명을 정부여당 사람들은 꼭 새겨듣기를 바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은 국민들이 최근에 목격했던 다른 정치인들의 단식과는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손학규 대표가 단식농성 중인 국회 로텐더 홀을 찾아왔었다. 손학규 대표는 단식으로 초췌해진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깔끔하게 세수와 면도를 마침 다음에 촬영에 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방송사에서는 깜짝 놀라면서 그러면 이른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며 지금 상태 그대로 촬영에 들어갈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손 대표는 깨끗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며 보다 극적이고 비장한 화면을 만들어내자는 방송사 측의 요구를 완곡히 뿌리쳤다. 손학규 대표는 진정성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인물이다. 자신의 건강이나 이미지 연출은 한참 뒤의 문제일 뿐이다. 거대 양당과 다른 야당들 사이에서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된 실질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손학규 대표의 평소 성정을 감안하건대 그가 중도에 단식을 멈추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치킨 게임이라면 치킨 게임이다. 치킨 게임에서도 옳고 그름, 곧 시시시비는 뚜렷하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불어한국당’이라는 민심의 조롱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거대 양당은 자신들이 누려온 부당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사코 핸들을 꺾지 않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이정미 대표는 표가 있으면 의석도 있고, 표가 없으면 의석도 없는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 개편을 이뤄내기 위해 운전대를 꽉 붙잡고 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과연 어느 쪽이 먼저 핸들을 틀어야만 할까? 정답은 벌써 명확히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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