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이준석, 더는 낭중지추가 아니다
‘낭중지추’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필자 같은 기성세대가 주로 애용하는 상투적 표현이다. 한자로 이를 직접 써보라면 대부분의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당연히 제대로 쓰지를 못한다. 그건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낭중지추가 무슨 의미냐? 반대말을 검색해보면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낭중지추의 반대말은 프로야구팬들 사이에서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로 칭송 아닌 칭송을 받아온 김재박 전 LG 트윈스 감독이 남긴 DTD이다. “Down Team Down” 즉 내려갈 팀은 내려가듯이, 이와 정반대로 뜰 수밖에 없는 인물은 뜰 수밖에 없다. 이준석은 바로 그렇게 뜰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언젠가는 바지천을 뚫고서 튀어나오기 마련인 주머니 속 송곳처럼 이준석은 종국에는 뜰 수밖에 없었고, 그는 올해 6월 11일 개최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한민국 현대정치사 최초의 30대 주요 정당 당수로 선출됨으로써 마침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그런데 낭중지추를 바지의 ‘내재적 시각’에서 생각해보면 그 바지는 해어지고 뜯어진 못 입을 바지일 뿐이다. 세탁소에 가서 수선을 하지 않으면 입기 곤란한 바지다. 당혹스럽기로는 송곳 또한 매한가지이다. 사람들은 이제 송곳의 존재를 뚜렷이 인식하게 되었다. 주머니 속에 숨겨져 있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부터는 뭔가 확실한 성과물을 보여줘야만 하는 것이다.
송곳은 돌파와 포용의 목적에 동시에 쓰이는 모순적이면서도 다용도의 도구이다. 묶기 위해서는 먼저 뚫어야 하기 때문다. 그리고 송곳을 잘못 쓰면 흉기가 된다. 뚫지 말아야만 할 곳을 뚫을 경우이다.
그러므로 송곳 이준석에게 절실히 필요한 자질은 뚫을 곳과 뚫지 말아야 할 곳을 섬세하게 분별하는 신중함과, 뚫어야 할 곳을 전광석화처럼 뚫는 대담함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법을 잠시 빌린다면 대담함은 서생적 문제의식에 빗댈 수 있고, 신중함은 상인의 현실감각으로의 비유가 가능하리라.
이준석 정치, 세대교체 하나면 충분해
정치인 이준석의 집토끼가 20대 남성임은 물론이다. 허나 집토끼에 의지해 골목대장 노릇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천하의 패권을 차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준석의 집토끼 역할을 확장성 있게 해줄 유권자 집단은 누구일까? 세대교체를 염원하는 수많은 국민들이다.
세대교체를 뜨겁게 갈구하는 민심과 여론이 얼마큼 폭넓고 강력히 확산돼 있느냐? 이를테면 이준석에게 개인적으로는 전연 호의적이지 않을뿐더러, 이념적으로 서로 극과 극에 포진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같은 내로라하는 싸움꾼들도 세대교체에 공개적으로 찬성하는 상황일 정도다. 세대교체의 구호와 대의명분 아래 거대하고 광범위한 통일전선(United Front)을 구축하는 일이 단지 필자의 황당무계한 백일몽만은 아닌 까닭이다.
그렇다. 이준석이 힘 있게 나서야 할 과제 겸 목표는 여성가족부 폐지와 통일부 해체가 아니었다. 두 행정부서의 가차 없는 세대교체였다. 이준석은 여성가족부 요소요소에 똬리를 틀고 앉아 철밥통을 꿰차고 있을 이대 나온 나이 먹은 운동권 출신 구태 아줌마들을 전문성 있는 유능한 젊은 여성 관료들로 전면적으로 물갈이하자고 외쳐야 했다. 환갑 전후의 전대협 꼰대들이 좌지우지하는 현재의 통일부를 세련된 국제감각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연부역강한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완전히 쇄신시키자고 동을 떠야만 했다.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20대 여성부 장관과 30대 통일부 장관을 임명하겠다고 이준석은 단호하고 명징하게 선언해야만 옳았다.
한반도 문제를 얘기해보자. 노원구를 포함한 서울 강북 지역이 강남권에 견주어 나날이 뒤떨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강북은 배후지가 없다는 데 있다. 만약 북한이 한국 남쪽에 위치한 탓에 휴전선이 평택과 천안 중간에 그어져 있다고 가정해보시라. 그럼 강북이 아니라 강남이 대낮에는 노인들만 눈에 띄는 칙칙하고 활기 없는 베드타운으로 퇴락했을 게 분명하다. 노동력을 공급해주면서 상품도 소비해주는, 지리학에서 말하는 배후지가(Hinterland)가 없기 때문이다.
강북이 낙후하고 침체된 구조적 요인을 배후지의 부재나 협소함에서 찾는 과학적 사고와 합리적 통찰은 왕년에 주체사상 문구나 읊어대며 위수동, 곧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찬양하던 자주파 아저씨들 머리에서는 절대 나올 수가 없다. 남북한 전부에서 생활해본 경험이 있으면서 첨단 디지털 기기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망국적 진영논리에 찌들지 않은 88년생 정치 컨설턴트 조경일 같은 MZ 세대만이 이러한 참신하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꾀할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시간여유가 된다면 인터넷 탑골공원에 접속해 듀스의 노래를 잠깐 듣기 바란다. “난 누군가? 여긴 어딘가?”라고 속으로 지그시 읊조려보시라.
이준석은 무조건 폐지하고 막무가내로 해체하러 지금 그 자리에 온 사람이 아니다. 전방위적이고 즉각적인 세대교체의 기운과 당위성을 날이 가면 갈수록 더더욱 노쇠해지고 고루해지는 한국사회의 모든 영역과 분야에 불어넣으러 벼락 같이 도착한 인간이다.
세대교체만 잘하면 다른 건 다 깽판 쳐도 괜찮다는 너그럽고 긍정적인 평가를 국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정치인이 다름 아닌 이준석이다. 꽉 막힌 세대교체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써야 할 송곳을 가지고 이준석 대표는 어째서 애꿎은 자기 허벅지만 모질게 마구 찌르는가? 이준석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사극에 걸핏하면 등장하곤 하는 10년 넘게 독수공방하며 수절한 아리따운 과부댁이라도 된단 말인가?
클린턴은 아버지 부시에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일갈했었다. 이준석 대표가 아버지 부시는 아닐 터이므로 바보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겠다. 대신에 딱 두 마디만 더 하고 끝내자. 문제는 세대교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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