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다산저널은 많은(多) 사람을 위한 우산(傘)
- 공희준 (이하 공) : '다산저널'은 어떤 매체입니까?
= 심춘보 (이하 심) : 크게 보자면 칼럼 전문 매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인터넷 매체들의 숫자가 1만 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 대부분은 스트레이트 뉴스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만 주력하는 것이죠. 저희 다산저널은 그와 같은 보도전문 인력을 채용할 만한 형편이 아직 되지 않습니다. 대규모로 매체를 꾸릴 수 있는 여력도 되지 않고요. 그런데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을 살펴보면 기존 거대 매체에 소개된 유명 인사들에 버금가는 실력과 전문성을 갖고 게신 분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분들의 식견을 잘 담아서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취지로 만든 매체가 다산저널입니다. 칼럼 전문 매체로 출발했다는 사실이야말로 기성 언론과 다사저널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 공 : 매체의 제호를 다산저널로 정하신 데에는 대표님께서 평소에 다산 정약용 선생을 흠모해오신 것이 영향을 미쳤는지요?
= 심 : 다산저널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의미는 다산 정약용 선생에 대한 존경의 마음입니다. 두 번째 의미는 다산, 즉 우산이 여려 개라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우산이 되어주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염원이 제호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 공 : 보통 ‘다산’ 하면 다산의 여왕처럼 “많이 낳는다”는 함의를 연상시키거든요. (웃음) 저는 독자들이 읽을거리를 풍부하게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제호를 지으신 줄 알았습니다.
= 심 : 저는 의미의 8할을 “많을 사람을 위한 우산이 되자”는 데 부여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비가 오면 대책 없이 비를 맞아야만 하는 대표적 소외계층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강력한 정치세력도, 기민한 직능단체도, 뜻 있는 지식인 집단도 존재하지 않는 탓이다. “우산이 되겠다”는 심춘보 대표의 말이 지금까지도 계속 귓전에 맴도는 이유였다. 남들이 우산을 씌워주기 전에 스스로의 힘으로 우산을 마련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그의 설명에서 암묵적으로 묻어나는 듯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다산 정약용은 심춘보 대표가 한때 열렬히 지지했던 손학규 현 바른미래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사표로 삼고 있는 역사상의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다산저널」이라는 제호가 이래저래 심상치 않게 드릴 수밖에 없는 여백의 사정들이다.
- 공 : 정식 편집국장까지 임명하셨을 정도면 운영비가 꽤 소요될 법한데, 발행과 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주로 어떤 방법으로 조달해오고 계십니까?
= 심 : 다산저널은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 가게 한 곳에 2평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어서 그곳을 매체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편집국장으로 계신 분께서는 다산저널에 상근으로 근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다산저널을 위해 편집국장 역할을 해주고 계십니다.
- 공 : 자원봉사 형태로 수고해주시는 거네요?
= 심 : 무보수로 봉사해주고 계십니다.
- 공 : 그럼 심춘보 대표님께서도 결과적으로는 타인의 열정 페이에 의존하시는 거네요. (웃음)
= 심 : 편집국장님께서는 글쓰기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이십니다. 다산저널에 합류하시기 전에도 SNS 등을 통해서 탁월한 필력을 왕성하게 과시해오셨고요. 저는 좀 편향된 성향인데, 편집국장님께서는 그런 저와는 달리 매우 객관적 시각을 갖고 계십니다. 제가 갖고 있지 못한 요소들을 여러모로 갖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다산저널과 함께해달라고 요청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을 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은 다산저널에 대한 애정이 저보다도 더 깊습니다.
- 공 : 편집국장님의 존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 심 : 김낙훈 편집장이십니다.
- 공 : 독자들을 위해 복창해보겠습니다. 김낙훈 편집국장님. 그렇다면 대표님과 편집국장님 두 분은 오래전부터 서로 알고 계신 사이인가요?
= 심 : 원래부터 알던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제 친구를 통해 소개를 받았습니다. 더 엄밀하게 말씀드리면 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교감을 나누게 된 경우죠. 더군다나 편집국장님과 저 두 사람 모두가 자유한국당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교집합이 쉽게 형성됐습니다.
- 공 : 별도의 사무실이 없고, 편집국장님께서 무보수 자원봉사 형태로 일해주신다고 해도 다른 측면에서 비용이 부담스럽게 발생하지는 않나요? 인터넷 매체도 오랫동안 운영하다 보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마련입니다.
= 심 : 다산저널의 경우에는 일정액의 서버 호스팅 비용을 제외하면 현재까지는 특별히 크게 들어가는 돈은 없습니다.
- 공 : 좋게 보면 요샛말로 가성비가 뛰어난 것이지만, 나쁘게 표현하면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시는 것이잖아요? 이를테면 원고비가 높으면 글의 질도 아울러 높아지니까요.
= 심 : 제가 처음부터 언론을 본업으로 생각했다면 식당을 접은 다음 사무실을 내고서 정식으로 기자들을 채용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제공하는 데 전념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렇게까지 올인해야만 하는 단계는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신에 3년 정도의 시간 아래 다산저널이 사람들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고, 매체가 일정한 궤도에 오르게 되면 그때는 제대로 승부를 걸어볼 작정입니다. 국회에 고정적으로 출입할 취재기자도 뽑고요. 그렇지만 출범 초기 단계부터 너무 성급하게 무리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도 ‘기레기’가 무섭다
- 공 : 다산저널의 정식 창간일은 언제였나요?
= 심 : 작년인 2017년 9월 1일이었습니다.
- 공 : 시간을 계산해보면 2020년 가을경에는 본격적으로 모두걸기하시겠다는 계획이네요?
= 심 : 그렇죠. 지금부터 2년 후에. 그리고 제가 아직 올인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저널리즘 방면으로 사전에 충분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전문적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닙니다. 솔직히 문외한인 셈이죠. 따라서 언론에 관한 학습을 꾸준히 해나가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관련 서적도 읽어야 하고, 글쓰기 기술도 더 연마해야 하고요. 블로그나 SNS 같은 개인 공간에서야 제 맘대로, 곧 생각나는 대로 써도 되지만, 정식으로 매체의 이름을 내걸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 자신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제가 어떻게 떡하니 사무실을 차리고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내릴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언급한 3년에는 이와 같은 준비와 훈련의 기간이 포함됩니다.
- 공 : 3년이라…. 그런데 대표님께선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 심 : 연세라고 일컫기에는 아직은 이른 나이입니다. 올해로 쉰여섯 살입니다.
- 공 : 얼추 산정하면 60살부터는 전업 언론인으로 변신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계신 거네요?
= 심 : 그렇습니다.
지금은 백세시대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한 게 본인 하기에 따라서는 덕담에만 머물지 않을 수도 있다. 상당히 늦은 나이에 아버지의 입장이 된 필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필자 자신을 위해서라도 심춘보 대표의 소원이 꼭 이뤄지기를 속으로 조용히 응원했다.
- 공 : 어린 친구들 표현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이제까지는 근본 없는 언론인이었지만, 앞으로 3년 동안 확실하고 튼튼한 근본을 만들어가겠다는 그런 야심인가요? (웃음)
= 심 : 그렇죠. (웃음) 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앞에 나선다면 그것처럼 건방진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설득력도 없고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댄다”는 핀잔이나 듣기 십상입니다. 사실은 지금도 “심춘보가 무슨 신문을 하느냐?”고 힐난하는 식으로 저를 비판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공부하려고 합니다. 더 많은 훈련과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배우겠다는 마음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언론이라는 것이, 매체라는 게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공 : 무엇보다도 글 쓰는 일 자체부터가 쉽지가 않습니다.
= 심 : 개인적 공간에 혼자 끼적일 때야 막 써도 상관없죠. 그렇지만 언론의 간판을 단 이상에는 객관성도 유지해야 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에도 유의해야만 합니다. 글쓰기란 게 참 어려운 것이 제가 조금만 누구를 편들거나 비판하면 객관성이 결여됐다는 곱지 않은 눈길이 당장 날아옵니다. 스트레이트 뉴스는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전달만 하면 됩니다. 반면에 칼럼은 필자의 주관이 일정하게 개입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비판을 받은 쪽에서 그 즉시 편파네, 사이비네, 기레기네 하는 반발이 터지기 일쑤입니다. 제가 신문을 하면서 제일 듣기 싫은 욕설이 바로 이 기레기라는 조롱입니다. 제가 매체를 직접 운영해보기 전에는 그게 그렇게 심각한 야유인지는 몰랐어요.
- 공 : 인터뷰 초입부에 현재 한국에 있는 인터넷 언론이 무려 1만 개나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작은 온라인 매체들은 한쪽은 무조건 옳다고 두둔하고, 다른 한쪽은 닥치고 나쁘다고 비난하는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을까요? 그리고 그와 같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을 바꾸어나갈 방도로는 어떤 길들이 있을까요?
= 심 : 저는 진영논리 또한 노이즈 마케팅의 연장선상에 자리해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느 일방을 편들어 그 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주된 독자층으로 끌어들여야 매체가 생존할 수 있는 현재의 구조에 문제의 원인이 있겠고요.
- 공 : 강렬한 정파성을 능가할 확실한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 심 : 예. 객관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면 신문이 밋밋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작은 인터넷 언론사들이 치열한 특종 경쟁에 뛰어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다 보니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이죠. 인터넷 신문을 비롯한 거의 모든 언론의 주요 수익원은 광고료입니다. 광고가 언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광고를 따려면 독자수가 많아야 합니다. 하루에 최소한 수만 명은 독자로 들어와야 굵직굵직한 광고를 유치할 수가 있습니다. 짭짤한 광고들을 수주하려면 거대 인터넷 포털사이트들과의 제휴가 필요합니다.
- 공 : ‘in NAVER’ 즉 네이버에 들어가야 합니다.
= 심 : 구조가 그래요. 다른 방안으로는 생존이 막막해요. 그런데 네이버나 다음에 진입하기 위해선 다량의 양질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구독자의 숫자가 많아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기사를 써도 보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 공 : 그게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네이버 뉴스서비스에서 검색이 되어야 사람들이 많이 보는데, 네이버에서 검색이 되지 않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으니 네이버에 들어가지 못하는 식으로요. 네이버가 정말 교묘한 게 언론이면서도 언론이 아닌 것처럼 대중에게 인식이 되도록 움직이고 있거든요. 제가 엊그제 동네에 있는 어느 상점에 들어갔는데 그곳 가게의 사장님이 정의당 지지자를 자임하시더라고요. 나름 깨어있는 시민이시던데, 좀 맥락이 뒤엉킨 말씀을 하시는 거였습니다. “네이버는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언론은 아니다”라고요. 그 순간 저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던 어느 전직 남자 아이돌 가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계속 이어짐…)
공희준의 대동여인도(大同輿人圖)는? -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인터뷰해 그려나가는 우리 시대 생각의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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