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문재인을 구했다
광림교회, 사랑의교회, 순복음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필자가 기억을 짜내고자 머리를 마구 흔들지 않아도 당장에 생각해낼 수 있는 교회들의 이름을 가나다 순서로 열거해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우리나라 개신교의 주요 교회들 이름도 필자가 인지한 범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듯하다.
전광훈. 1956년생 남자. 고향은 경상북도 의성으로, 서울 강북 지역에 소재한 어느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이제까지 확실하게 검증‧인정된 공식적인 최종 학력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60대 중반의 고졸 남성이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기는 여간 어려운 노릇이 아니다. 거의 기적이다. 더 놀라운 기적은 시골 출신의 이 60대 고졸 남성이 목사 자격으로 꾸리는 교회가 한국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유서 깊은 기존 대형교회들을 제치고 인민대중의 입길에 가장 빈번하게 오르내리는 개신교 계열의 유명 종교시설로 단숨에 떠올랐다는 점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사랑제일교회가 바로 문제의 교회다.
그런데 자세히 따지고 보면 기적과 변고는 단지 종이 한 장 차이일 뿐이다. 맹물을 포도주로 바꾸면 기적이고, 멀쩡하던 우물이 돌연 핏빛으로 변하면 변고인 것이다. 세간에서 전광훈 목사로 통하는 시골 출신의 60대 고졸 남성의 일거수일투족에 민심의 지형이 출렁이고,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전선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사태를 나중에 역사는 어떻게 평가할까? 기적으로 분류할까? 변고로 간주할까?
역사적 평가는 일단 뒤로 미루고 시곗바늘을 2020년 8월 현재로 고정시켜보자. 전광훈의 존재는 문재인 정권에게는 가히 기적이다. 부동산 정책의 참혹한 실패와 정부여당 수뇌부 인사들의 잇따른 비윤리적 처신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심정지 상태에 놓였던 문재인 정권을 되살리는 기적적인 심폐소생술 솜씨를 전광훈이 선보였기 때문이다. 위나라 승상 조조에게 화타가 있었다면,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에게는 전광훈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미래통합당에게 재역전한다면 이는 오롯이 전광훈 덕분이다.
야당에게는 전광훈의 존재는 한마디로 변고 그 자체였다. 8월 15일에 자칭 보수진영이 광화문에서 대규모 옥외군중집회를 강행하면 정부여당이 바이러스 확산의 책임을 미래통합당 탓으로 돌릴 것이란 점은 철부지 유치원생들조차 이해할 수 있는 완벽한 기정사실이었다.
몇몇 개념 없는 수꼴 성향의 평론가들은 문재인 정권이 치사하게 함정을 팠다며 징징거리고 있지만, 좌표가 뻔하게 노출된 함정은 더는 함정이 아니다. 문제의 요체는 문재인 정권이 설치한 올가미에 전광훈이 앞장서 고개를 들이밀었으며, 그러자 그의 열성 추종자들이 문재인 정권이 놓은 덫에 전광훈을 따라서 레밍 떼처럼 일제히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데 있다. 문재인 정권의 교활함을 원망하기 이전에 전광훈 일행의 어리석음을 먼저 질타하는 게 합리적 자세이자 올바른 판단인 이유이다.
김어준과 전광훈, 문재인 시대의 최고 우량주
문재인 정권을 꼭 지지해야만 정권의 수혜를 입는 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을 반대하면서도 정권을 편드는 것 이상으로 시쳇말로 국물을 챙기는 족속들이 있다. 필자는 한 후배로부터 전광훈 목사가 태극기부대의 집회현장에서 즉석에서 현금으로 거둔 돈의 액수를 전해 듣고서 깜짝 놀랐다. 동시에 전광훈의 빼어난 사업 수완에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보자. 문재인 정권이 아니었으면 전광훈이 누구이고, 사랑제일교회가 어디에 있는지 남한의 인민대중이 관심이나 있었겠는가? 김어준이 친문이 돈이 되는 짓임을 증명했다면, 전광훈은 반문도 수지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입증해왔다. 한번 가정해보자. 문재인 정권이 완전히 무너져 정권이 교체되면 전광훈이 무슨 수로 지금처럼 잘 나가겠는가? 그가 어떻게 현재와 같은 대중적 인지도와 슈킹, 즉 수금 실력을 발휘할 수가 있겠는가?
문재인 정권이 몰락하면 김어준은 인기 유튜버로 변신해 수익을 보전하면 된다. 반면에 전광훈은 다시 예전처럼 썰렁해질, 그러므로 헌금도 변변히 걷히지 않을 장위동 골짜기의 자기 교회로 쓸쓸히 돌아가야만 한다. 전광훈이 문재인 정권의 존속과 더불어민주당의 정권재창출에 목을 매는 게 하등 이상하지 않은 까닭이다.
요즘 신발 던지기가 유행이다. 만약에 전광훈 목사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고린내가 진동하는 신발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는다면 이 신발은 과연 누가 던진 것일까?
성급한 예단일지는 모르겠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나 또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이 전광훈을 향해서 신발을 던지지는 않을 성싶다. 문재인 정권이 초래한 민생경제의 총체적 파탄에 고통 받고, 출세하고 성공한 진보 엘리트들 사이에 만연한 위선적이고 부도덕한 내로남불 현상에 분노한 평범한 서민대중들 가운데 한 사람이 전광훈 목사의 부티 나는 안면을 겨냥해 국보급 투수 선동렬이 전성기 시절에 구사한 광속구 뺨치는 속도로 신발을 투척했을 게 틀림없다.
왜냐? 문재인 정권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전광훈이 어김없이 나타나 집권세력을 극적으로 구원해주는 백기사 역할을 너무도 충실하게 수행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문재인 정권은 궁지에서 번번이 탈출하고, 그 반대급부로 전광훈 일행은 언론의 대대적 조명과 함께 헌금이든 모금이든 모종의 형태로 두둑하게 실속을 챙긴다. 이쯤 되면 적대적 의존관계 정도가 아니라 완전한 공동운명체인 셈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광훈 씨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은 바이다. 목사님, 실제로는 지능형 대깨문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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