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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우③ “김대중은 야당 시절부터 독자적 통일방안 내놨다” - 지금의 여야 주요 대선주자들, 자기 색깔의 대북정책이 아직은 없어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5-22 13: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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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서쪽으로 30분만 달리면 남한과는 체제와 이념을 완전히 달리하는 국가가 나온다는 명백한 사실을 너무나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다. 반면, 비행기에 20시간 넘게 몸을 싣고서 머나먼 미국에 가는 일에는 너무나 익숙하다.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두웠던 등잔 밑을 다시금 자세히 살펴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에게는 가깝고도 먼 등잔 밑이었다. 신종 바이러스 창궐 사태는 태평양 건너편의 화려한 네온사인 대신에 가까운 등잔 밑을 바라보는 삶을 우리 시대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만들어나갈 기세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머나먼 미국의 대체제로써 어쩌면 북한을 한국의 동반자로 불가피하게 삼아야만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떠한 대북관을 갖고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해야 할지에 관해 남경우 소장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우리나라 대선주자는 북한 사정에 밝아야


남경우 생생식품연구소장은 대선주자들이 DJ의 통찰력를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진 최인호 기자)

이야기의 주제는 현재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중인 주요 정치인들의 대북관과 국제정세 인식으로 시나브로 넘어갔다.

 

남경우 : 저는 야당의 대선후보들이 경색된 남북관계의 타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야권 대권주자들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또는 미국에 장기간 체류한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보통 나라가 아닙니다. 그들은 한국이 미국이 짜놓은 틀(Frame) 안에서 머무는 게 좋다고 믿는 정치인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같은 현존하는 야당 대선주자들이 미국 측의 반발과 거부감을 구태여 사면서까지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여당의 대선후보들에 관해서 남북관계에 국한해 평가하자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금은 진취적인 자세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평가는 일단은 유보하도록 하겠습니다.

 

남경우 생생식품연구소장은 이 대목에서 ‘진취적’과 ‘진보적’을 섬세하게 구분해줄 것을 필자에게 간곡히 요청했다. 그는 ‘진취성’은 적극성의 동의어로, ‘진보적’은 ‘좌파적’과 비슷한 뉘앙스의 말로 여기는 눈치였다.

 

저는 홍준표와 유승민과 안철수는 물론이고, 이낙연과 박원순과 이재명으로부터도 남북관계의 정체된 현실을 대담하게 바꿔나가려는 완강한 의지나 명징한 움직임을 아직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전연 달랐습니다. 그는 국가권력과는 거리가 멀었던 야당 정치인이었던 시절부터 남북관계에 더해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서까지 자신만의 뚜렷한 계획과 체계적 청사진을 준비해놓고 있었습니다. ‘4대국 보장론’과 ‘3단계 통일론’은 그가 야당 인사로 활동할 무렵에 이미 선보인 내용들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다르게 현재의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들은 자기의 색깔과 개성이 분명하게 묻어나는 수미일관한 남북통일 구상을 여전히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71년의 제7대 대통령 선거에 신민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소련, 일본의 네 주변 강대국이 남북한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4대국 보장론’을 발표하였다.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이란 남북연합의 1단계와, 남과 북의 지역자치정부로 구성되는 연방제의 2단계를 거쳐 완전한 통일국가를 형성하는 3단계로 나아가지는 DJ의 한반도 통일구상을 일컫는다.

 

통일방안의 중심에는 대북관이 일반적으로 가로놓여 있기 마련입니다. 대북관은 북한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의 태도와 관점을 가리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남한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본질과 맥락을 예리하게 통찰하는 안목과 역량을 당연히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분단이라는 엄혹하고도 특수한 구조적 상황에 긴 세월 직면해왔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정권을 잡기를 열망하는 정치인들은 북한이 돌아가는 사정에 아주 정통해야만 합니다. 일례로 북한을 통치하는 인물들이 쓴 중요한 문건과 책은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와 같은 폭넓고 유기적인 학습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과 가치관을 형성‧확립해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내로라하는 유명 정치인들조차 제대로 공부하고 치열하게 사색할 시간을 좀처럼 가질 수가 없습니다. 자잘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리고 자기가 이끄는 계파를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기 일쑤입니다. 남북한의 분단에서 비롯되는 민족적 비극과 국민들의 고통은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그럼에도 일정 수행하고 계보 챙기는 데만 분주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자면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청년들의 대북관은 머잖아 바뀔 것


남경우 소장은 ‘북한 바로 알기 2.0’ 운동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지니고 있었다. (사진 최인호 전문기자)

지금의 청년세대가 보여주는 북한 혐오 정서는 남한의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물려준 그릇된 유산입니다.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은 남북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자라오면서 별로 많지가 않았습니다. 북한에 대한 정확하고 올바른 정보를 취득할 기회가 여태껏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시대착오적 냉전의식의 프리즘에 왜곡되지 않은 북한의 실상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청년들의 다소 부정적인 대북관도 금세 전향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한 정상회담이 개최된 직후에는 북한 지도자에 관한 청년들의 여론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개선됐던 적이 있습니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리나라 청년들의 호감도가 무려 86퍼센트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다시 낮아졌지만 말입니다. 청년들은 호기심이 왕성하고 학습욕구가 강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동아시아의 역사와 북한의 현황에 관련된 자료와 정보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보다 지속적이고 풍부하게 제공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진짜 염려하는 부분은 청년들의 부정적 대북인식이 아닙니다. 신자유주의 세례의 영향 탓에 “돈이 최고다”라는 식의 물질주의적 풍조가 청년들 사이에 만연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외려 크게 걱정스럽습니다. 배금주의를 추구하는 세태 앞에서는 상생의 정신과 공동체 의식이 들어설 여지가 전혀 없는 까닭에서입니다.

 

저는 청년들의 반북의식은 근본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대북관을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강요해왔습니다. 기성세대에게 체화된 오도된 대북관의 저변에는 미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나의 주체적 눈높이가 아닌 남이 주입한 의존적 시각에서 우리 자신의 문제들을 너무나 오랫동안 바라본 셈입니다.


현재 남한에서 북한을, 통일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숫자가 통틀어서 5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분들이 전공 공부를 집중적으로 했던 시기가 언제였느냐? 지금부터 최소한 20년도 더 이전인 때입니다. 당시는 북한을 공부하려면 국정원이나 그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의 서슬 퍼런 관리감독을 받아야만 하는 세상이었습니다. 그 여파로 인해 한반도 문제 전공자들의 견해가 다양하지가 않습니다. 천편일률적이기 쉽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에 관련된 소식의 출처가 주로 어디입니까? 랜드 연구소, 헤리티지 재단, 브루킹스 연구소 등의 다름 아닌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들입니다. 미국의 이해관계가 짙게 반영‧관철된 뉴스들을 우리나라 언론매체들은 무비판적으로 열심히 받아쓰고 있습니다. 지식인들과 기자들마저 그런 불완전하고 제한적인 정보만을 접해오는 수준이니 젊은 청년들이 전향적이고 진취적인 열린 대북관을 가지는 일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저는 이와 같은 연유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가 꾸준히 주어진다면 북한과 관련해 청년들이 품고 있는 기존의 생각과 의견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바뀔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공희준 : 어려운 주제 흥미진진하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경우 : 저의 얘기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남경우 생생식품연구소 소장 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위원은 1959년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뉴스1 전무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인터넷신문인 이코노뉴스에서 편집위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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