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승민 기자
청와대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표 수리 시기를 놓고 고심 중인 듯하다.
정치권과 언론 등에선 지난주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다수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이 나도는 등 그의 사표 수리를 기정사실화했으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27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관련 의혹으로 정치권의 사퇴 압력을 받아오던 지난 16일 중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하면서 그의 거취 문제 등에 대해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의 금품수수 의혹이 확산되고, 특히 성 전 회장과의 친분관계 등에 대한 '거짓 해명' 논란이 커짐에 따라 결국 지난 20일 밤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이던 박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한 뒤에도 이 총리 사의 표명에 따른 후속조치와 관련해선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순방기간 중 건강 악화를 이유로 "여러 국내 상황들에 대해 일일이 어떤 입장이 결정돼 있다고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즉, 박 대통령이 건강회복에 집중하다 보니 이 총리 거취 문제 등을 포함한 다른 결정들도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사표 수리 시점이 당초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4·29 재·보궐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표 수리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면, 건강검진 후에라도 이 문제를 우선 처리했을 것"이란 이유에서 "아직 이 문제에 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는 등의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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