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땅속 흙더미에 묻혔다면 삽과 괭이라도 가져가 있는 힘을 다해 파보기라도 할 텐데 바다 가운데에서 침몰된 여객선을 볼 때 마다 온 국민은 가슴이 숯덩이가 되어간다.
꽃망울도 채 만들어지지 못한 300여송이의 꽃이 피기도 전에 지고 말았다. 그 꽃들 때문에 온 국민은 이 봄이 무척이나 가슴 아프다.
세월호 사건 뿐 아니라 우리는 매년 크고 작은 사건들로 아이들을 잃어왔지만 늘 사태수습에만 연연하고, 관계자들을 처벌할 뿐이었다. 그나마 처벌도 미미했다. 처벌하기 위한 법안은커녕 원칙이나 기준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도 아닌 상황에서 가장 큰 재난이라 여겨지고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되는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학생이 참여하는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 하는 내용의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
개정안은 학생이 참여하는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이 개정안은 지난해 사설 해병대 캠프의 청소년 사망 사건 후 제출된 것이었지만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손질됐다.
작년 8월, 이 법안이 제출되었던 계기도 해병대 캠프로 아이들을 잃고 난 뒤였다. 그런데 이 법안은 여태까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었고 깊은 잠수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 우리의 아이들이 신입생 OT에서, 또 수학여행으로 가던 중 목숨을 잃었다.
아마 이번 세월호 참사 사건을 두고서 국회에 또 무슨 세월호 대책위원회가 설치될 것이다. 그리고 유가족들을 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할 것이다. 하지만, 유가족과 전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것은 지원이 아닌 또 다시 이러한 대참사가 없는 ‘안전한 나라’를 원한다.
국회가 정부에서 제출한 '선박의 입출항에 관한 법률안' 선박이 안전하게 운항하도록 관제통신을 의무적으로 청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제때에 통과시켜 주었더라면, 수학여행 등 체험 교육을 할 때 학교장이
시설에 안전장치가 제대로 돼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토록 하는 ‘학교 안전사고 예방법’이 통과되었더라면 꽃다운 아이들을 잃는 세월호의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간절한 아쉬움이 남는다.
세월호 사건의 책임자들을 몰아세워 엄벌하기는 쉽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곤란하다. 구조적인 문제를 찾아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세월호는 좌초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라는 한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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