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어제 국회운영위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비판보도를 하지 말라고 한 데 대해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 ‘홍보수석으로서 통상적인 업무협조’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언론관이 유신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보도통제가 통상적인 업무라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말인데,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 전 수석이 KBS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연 언론에 대한 통상적인 업무협조라는 것이 특정뉴스를 빼달라고 하는 것인가.
지난달 30일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이 전 수석이 “뉴스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 달라”면서 KBS의 방송 편집까지 개입했다는 것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이는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방송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고 볼 여지가 다분하다.
또한 이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KBS 보도 수정 지시 의혹에 대해 ‘이 전 수석의 독자적 판단’이라고 답변했는데, 비서실장의 충성 답변이거나 책임을 참모에게 넘기는 꼬리자리기여서는 곤란할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이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할 사항이다. 대통령이 뉴스를 보았다면 어떠한 입장이었고 어떠한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충분한 해명이 필요하다.
청와대가 ‘보도통제’ 논란을 대충 넘어갈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 우리 당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에 힘을 다할 것이다.
2016년 7월 2일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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