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정청래 의원의 완벽한 재기는 면발과의 대화 대신 청년과의 소통에 전념할 때만 가능해질 것이다. 사진은 정청래 의원이 한 중국집에서 식사하기에 앞서 짜장면 면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정청래 페이스북)
정청래 의원이 누리꾼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제대로 긁힌” 성싶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수첩을 찍은 한 장의 보도 사진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장은 정치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공개되는 공간이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 실수로 꾸며진 의도가 수시로 난무한다. 김민석 대표가 수첩에 손글씨로 적은 내용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언론매체 데일리안 사진기자의 카메라 렌즈에 포착된 일이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닌 까닭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을 계속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40퍼센트 선이 무너진 여론조사 결과마저 최근에는 여럿 등장했다. 정부여당 입장에서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상황은 서울 민심의 심각한 이반일 터이다.
상당수 서울시민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문재인 정부의 처참하게 실패했던 부동산 정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6월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출마한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허망하게 역전패를 당한 근본적 원인도 정부여당이 규제와 증세 위주의 낡고 경직된 이념지향적 부동산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데 있었다.
문제는 서울의 여론지형이 여권에 나날이 불리해지는 분위기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오세훈 시장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지급할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에게 대납시킨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았다. 야당 소속 현직 서울시장의 불행이 집권세력 전체의 불행으로 확대재생산되는 희대의 역설적 사태가 자칫 빚어질지도 모르는 셈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재명 정부와 김민석 대표 체제의 민주당에게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만에 하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고배를 마신다면 여당은 ‘서울시장 선거 4연패’라는 치욕적 기록을 쓰게 된다. 패배의 후폭풍은 비단 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당이 내후년 총선에서 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급격한 레임덕, 즉 권력누수 현상에 빠질 것임은 물어보나 마나다.
그렇다고 선거를 일부러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민주당 정권이 성공적 국면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회심의 기회이다. 여당이 서울시장직을 탈환하면 정권 재창출에 확실하게 청신호가 켜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에도 다시금 크게 힘이 실릴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김민석 대표가 절대 놓쳐선 안 될 선거다. 백지상태에서 최상의 후보를 찾는 게 당연하다. 그야말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니 정청래를 포함한 어느 이름인들 잠재적 후보군에 올라가지 못하겠나.
정청래 의원은 당대표 경선에서 김민석 현 대표와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케케묵은 적통 논쟁에 더하여 치졸한 파묘 경쟁에 너나없이 몰두한 데서 보이듯 총성만 울리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의 전쟁과 다름없는 싸움이었다. 경선에서 패한 정청래는 눈물을 삼키며 당대표 연임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정청래 의원은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정청래의 권토중래가 실현될 확률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정청래가 딴지일보 독자게시판으로 대표되는 ‘늙은 당심’에만 변함없이 기대는 탓이다. 김민석과 늙은 당심 사이에 샛강이 흐른다면, 정청래와 젊은 민심 사이에는 드넓은 태평양 바다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형국이라 하겠다.
제도권 정치경력 35년째인 천하의 김민석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정청래가 이대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에서 설령 장동혁이 나와도 승리를 장담하게 어려운 게 객관적 현실이다.
김민석의 수첩에 대한 정청래의 신경질적 반응은 단지 서울시장 보궐선거 강제 차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리라. 현재 여당 안팎에서는 정청래의 지역구를 노리는 인사들이 즐비하다. 지금처럼 관성적으로 딴지일보만 들락날락하다간 정청래 의원은 개혁 공천의, 쇄신 공천의, 물갈이 공천의 첫 번째 표적이자 최대 희생양이 될 게 뻔하다.
2016년의 컷오프가 정청래에게 잠깐의 좌절을 뜻했다면, 2028년의 경선 탈락은 정청래에게 영원한 퇴출을 의미하리라. 12년 동안 유권자 구조가, 특히 2030 청년세대의 정치사회적 의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김어준의 막후 영향력도, 유시민의 지능적인 지원사격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막무가내식 엄호도 정청래를 더는 구해줄 수는 없다. 이들 모두 정청래처럼 늙은 당심만 오매불망 구태의연하게 바라보는 낡고 퇴행적 인물들인 연유에서이다.
그래서 필자는 정청래 의원에게 전격적으로 제안하는 바이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정정래 의원께서는 늙은 당심의 옹호자로부터 젊은 민심의 대변자로 이제라도 과감하게 거듭나주시기 바란다.
정청래가 늙은 당심의 옹호자에서 젊은 민심의 대변자로 환골탈태하는 길은 빠르고 간단하다. 부동산 정책의 전면 수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용기 있게 직언하면 된다. 검찰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에 매몰돼 민생치안을 불안하게 한 일을 국민들 앞에 겸허하게 사과하면 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향해 의원직과 장관직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고 정치선배답게 충고하면 된다.
늙은 당심의 환호를 받으며 면발 열병식을 즐기던 오만하고 권위주의적인 정청래가 젊은 민심과 알콩달콩하는 소탈하고 다정다감한 정청래로 기적적으로 상전벽해를 이룬다면 그 누구도 이후로는 정청래를 능멸하지도, 농락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게 정청래가 올해 당대표 경선 과정 내내 그를 무시하고 조롱했던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복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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