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지호 기자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은 8월 18일, 「한국·일본·대만의 대미 정책 엘리트 외교와 미국 의회 관여 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대미 의회 관여 전략을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 대미 외교, `방어적 대응` 넘어 `전략적 정책공동체` 구축해야
보고서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서 3국이 워싱턴 싱크탱크와 의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공시자료와 싱크탱크 기부 추적 자료 등을 통해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한국의 대미 의회 접촉 건수는 6,264건으로 일본과 대만을 상회했으나 접촉 방식과 의제의 구체성에서 격차를 보였다.
한국의 의회 접촉은 이메일을 활용한 정보 제공이 73.4%에 달한 반면, 대만은 접촉의 55.8%가 대면 방식이며 구체적인 정책 의제를 설계해 접근했다. 또한 2019~2024년 미국 싱크탱크 기부 규모는 일본 946만 달러, 대만 677만 달러, 한국 544만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3국의 전략 차이가 제도적 인프라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외무성·경제산업성·민간재단·의원교류기관이 역할을 나누는 `기능분담형 정책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대만은 공식 외교관계 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대표부뿐 아니라 정당과 시민사회(FAPA 등)가 각각 독립적인 채널을 가동하는 `다중 채널` 전략을 펼친다.
반면 한국은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국제교류재단(KF) 등 정부 및 공공기관 중심의 정책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2024년 한미의회교류센터(KIPEC) 출범으로 독자적 채널을 갖추기 시작했으나, 아직 의원교류의 제도화는 초기 단계라는 평가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3국의 전략은 뚜렷하게 갈렸다. 대만은 TSMC의 지배력을 `실리콘 실드` 담론으로 전환해 초당적 지지를 확보했고, 일본은 `경제안보 동맹` 프레임으로 미일동맹을 격상시켰다. 이에 비해 한국은 대규모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와 중국 생산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산업구조로 인해 일관된 전략 담론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현석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한국은 보수·중도·진보를 포괄하는 초당파적 싱크탱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정부와 기업의 메시지를 조정하는 이중 채널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국회에 대해서는 "이미 출범한 한미의회교류센터(KIPEC)를 장기적인 정책네트워크로 발전시키고, 의원·보좌진·전문위원을 포함하는 정례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석 연구위원은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과 전문위원을 포함하는 정례 교류 프로그램 운영, 참가자 관리와 동문 네트워크 구축, 기관 소개를 넘어선 정책의제 중심의 접촉, 외교·안보·산업·통상·과학기술 분야 상임위원회 간 협력 확대 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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