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과 벌컨」, 정당이 납치된 시대의 죽비소리
장훈 교수는 훌리건들 반대편에는 벌컨(Vulcan)들이 포진해 있다고 역설한다. 벌컨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시민들을 뜻한다. 장훈 교수는 벌컨들이 소란스러운 지금의 정치판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 깊은 침묵 속에 빠져버렸다고 「훌리건과 벌컨」에서 긴 한숨을 내쉬며 개탄했다. 훌리건의 득세와 벌컨의 퇴조 현상은 상식적 민심과는 나날이 동떨어져가는 이른바 당심에 무기력하게 휘둘려온 최근 20여 년 동안의 한국 정당정치의 족적에서 뚜렷하게 증명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윤승원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일 양국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AI·에너지·반도체를 축으로 한 경제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9일(현지 시간)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 참석해 한일경제연대 청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연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 참석해 양국 정·재계 인사들과 함께 한일경제연대의 필요성과 구체적 실현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는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주최하고 SK그룹과 최종현학술원이 기획했다. ‘견고한 한일 관계를 뒷받침하는 다각적 경제 협력’을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한일 협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라며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실행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기반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자유무역 질서 약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에너지 수요 급증 등 양국이 직면한 공통 과제를 언급하며 한일경제연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에너지 분야를 핵심 협력 과제로 제시했다. 최 회장은 “에너지는 안보”라며 “에너지 산업 구조가 유사한 한국과 일본이 구매와 도입, 비축 전 과정에서 협력하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 절감은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분야에서는 양국이 공동으로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AI 인프라를 공동 구축하고 이를 상품화해 글로벌 시장에 수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와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양국 간 제도적 장벽을 낮춰 고령화 대응 역량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산업도 양국 협력의 핵심 축으로 꼽았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과 일본의 강력한 산업 생태계를 결합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한일경제연대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는 ‘룰 메이커(Rule Maker)’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공급망과 에너지, AI 분야에서 협력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며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등 양국이 공통으로 겪는 사회문제 해결에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 역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은 세계적 격변기에 서로의 손을 더욱 굳게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를 통해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일 협력이 정치적 상황이나 규제 차이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양국 정부가 기업·학계·청년 세대의 협력 의제를 통합 관리하는 ‘빅 텐트(Big Tent)’ 형태의 상설 협력 플랫폼 구축도 제안했다. 그는 “한일경제연대를 통해 양국 경제 규모가 단순 합계인 6조 달러를 넘어 추가로 1조 달러 규모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는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세대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 협력을 제안했고, 가토 마사히코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번 한일특별세션은 경제안보와 AI, 에너지 전환 등 글로벌 환경 변화 속에서 양국 협력의 방향성을 논의한 자리로, 한일경제연대 구상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박상규 SK그룹 일본총괄 사장은 “한일경제연대가 양국의 생존 전략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AI와 에너지, 저출산 문제 등 공동 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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