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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과 우정의 리더십 : 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 (2) - 테베를 위대하게, "Make Thebes Great!"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3-18 12: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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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class="fr-img-caption fr-fic fr-dii fr-fil" style="width: 385px;"><span class="fr-img-wrap"><img src="/data/cheditor4/2003/465a20e82c8d69e5e4d1db7a10f4a9b51a8f291b.jpg"><span class="fr-inner">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는 자신들의 조국인 테베를 위대하게 만들기를 간절히 갈망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배인 셈이었다. (이미지 출처 : 구글)</span></span></span>펠로피다스는 테베의 금수저였다. 그는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나 이미 어린 나이에 화려한 고가의 저택을 물려받았다. 그는 돈을 펑펑 썼다. 여느 평범한 금수저들과의 중요한 차이점이라면 가난한 이웃을 위해서 재물을 썼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한 사람, 친구인 에파미논다스만이 그의 친절한 호의를 뿌리쳤다.</p><p>&nbsp;</p><p>에파미논다스 또한 고귀한 혈통 출신이었다.&nbsp;아마도 그가 어렸을 적에 집안이 망한 탓에 경제적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졌는지도 모른다.&nbsp;운명은 그의 재산은 앗아갔어도,&nbsp;자존심만은 빼앗지 못했던 듯하다.</p><p>&nbsp;</p><p>펠로피다스는 친구를 물질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여의치 않자 정신적으로 돕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에파미논다스처럼 볼품없는 옷을 입고는 적은 음식만으로 살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친지들이 그의 지지리 궁상을 만류했지만 펠로피다스는 돈은 니코데모스 같은 인물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니코데모스는 맹인에 다리마저 불편했다. 펠로피다스는 독신생활을 결심한 에파미논다스와 달리 여인과 결혼해 자식들을 낳았다. 허나 가족을 돌보는 일은 뒷전이었으므로 그의 가정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궁핍해져만 갔다.</p><p>&nbsp;</p><p>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는 위대한 인물이 되고자 열심히 맹훈련을 거듭했다.&nbsp;다만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분야가 달랐다.&nbsp;신체적 탁월함을 추구한 펠로피다스는 사냥과 운동에 몰두했고,&nbsp;정신의 고결함을 좇은 에파미논다스는 학문과 공부에 매진했다.&nbsp;두 사람의 우정은 동양의 관포지교에 버금갔다.&nbsp;둘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잃지 않았다.</p><p>&nbsp;</p><p>두 사람의 관계에 갈등과 반목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이유는 펠로피다스도, 에파미논다스도 개인의 출세와 권력이 아니라 조국의 영광과 번영을 도모했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테베를 만들겠다는 열망이 두 남자를 일심동체로 확고하게 묶어놨던 것이다. 한 사람의 성공은 그와 동시에 다른 한 사람의 성공이기도 했으므로 질투심과 시기하는 마음이 애당초 생겨나려야 생겨할 수가 없었다.</p><p>&nbsp;</p><p>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친해진 계기는 실은 전쟁터에서였다.&nbsp;이때까지 테베는 스파르타와 동맹을 맺고 있었던 까닭에 라케다이몬 편에 서서 만티네아 전투에 참전했다.&nbsp;펠로피다스와 에파미논다스도 중장보병으로 출전했는데 펠로피다스가 무려 일곱 군데나 상처를 입고 쓰러지고 말았다.</p><p>&nbsp;</p><p>에파미논다스는 친구의 주검을 전장에 내버려둔 채 혼자 비겁하게 도망갈 수 없다고 생각해 적군인 아르카디아 군에 홀로 의연하게 맞서 싸웠다.&nbsp;동맹군인 스파르타 병사들의 대부분은 패주한 터였고,&nbsp;전장은 아군과 적군의 시체가 뒤엉켜 산을 이루고 있었다.&nbsp;이윽고 에파미논다스는 가슴이 창에 찔리고 팔이 칼에 베이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nbsp;황천길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기분이었다.</p><p>&nbsp;</p><p>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스파르타의 국왕 아게시폴리스와 그가 인솔하는 병사들이 때맞춰 나타나준 덕분에 에파미논다스와 펠로피다스 모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질 수가 있었다.</p><p>&nbsp;</p><p>양국이 만티네아에서 펼친 합동작전은 테베와 스파르타의 동맹관계를 더욱더 굳게 다져준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관상 모습에 불과했다. 테베인들이 전쟁터에서 과시한 단결력과 용맹함은 스파르타 사람들이 이 크고 유명한 도시에 대해 오래전부터 품어온 두려움과 경계심을 오히려 강화시켰기 때문이다.</p><p>&nbsp;</p><p>스파르타의 의심의 눈초리는 이스메니아스와 안드로클레이데스가 영도하는 테베의 민중파에 집중되었다. 펠로피다스가 그 일원이기도 했던 민중파는 시민들의 자유와 민주주의적 정치체제를 옹호함으로써 스파르타의 입장에서는 제2의 아테네를 꿈꾸는 무리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p><p>&nbsp;</p><p>스파르타의 전격적 군사행동은 명분상으로는 테베 내의 귀족파의 요청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nbsp;아르키아스와 레온티다스,&nbsp;그리고 필립포스 등의 귀족파는 포이비다스의 지휘 아래 테베 인근 지역을 행군 중이던 스파르타 군사들을 도시로 불러들였고,&nbsp;한창 축제를 벌이느라 무방비 상태와 다름없는 테베 시를 기습적으로 장악한 스파르타 병사들은 이스메니아스를 체포한 다음 그를 스파르타로 압송해 처형시켰다.&nbsp;스파르타는 검거선풍을 피해 도주한 민중파의 주요 구성원들을 범죄자로 선포했다.</p><p>&nbsp;</p><p>흥미로운 대목은 에파미논다스가 도시 바깥으로 탈출을 감행하는 대신 시내에 잔류했음에도 무사했다는 점이다. 그가 무일푼의 외톨이라는 사실이 표면적인 정상참작의 사유였는데, 정확한 실제 내막은 그 누구도 모른다.</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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