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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⑥] 4차 산업혁명 걱정은 배부른 걱정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인터뷰 ⑥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8-11-26 18: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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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위화도 회군의 주역인 이성계와 힘을 모아 조선을 건국한 삼봉 정도전을 자신의 인생의 귀감으로 삼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목표는 개혁도 혁명도 아닌, 개국(開國)인 셈이다.

새로운 나라의 건국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영광과 환희보다는 좌절과 수모가 흔하고 낯익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오랜 좌절과 빈번한 수모는 김대호의 결정과 항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나라의 창건을 위해 그는 오늘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갈 각오다. 필자가 그를 “정도전의 로드맵을 가진 돈키호테”라고 묘사하고 싶은 이유이다.

헌법 7조, 노무현과 박근혜를 집어삼키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최근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 「비전제련소」의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세 규합에 나섰다.

공희준 (이하 공) : 1987년 체제의 대못일 현행 헌법 7조 ②항에는 어떻게 보면 교묘하고, 또 어떻게 보면 절묘한 구절이 삽입돼 있습니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은 일단 직업 공무원만 되면 무슨 짓을 저질러도 정년이 보장된다는 철밥통 보장 조항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일반 회사에서 고객을 개돼지로 비하했다고 가정해보세요. 당장 모가지입니다. 저는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결국에는 공무원 자리를 보전하게 된 것도 이 헌법 7조 ②항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님께서는 이렇게 대놓고 공무원의 정년을 헌법에서 보장하는 경우는 전 세계에서 한국을 빼고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개탄한 바가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존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면서, 공무원들은 수십 년 동안 특별한 자기계발 없이도 자리를 지키도록 만들어주는 이 시대착오적인 헌법 7조 ②항의 공무원 정년보장 조항이 사라지면 우리 사회에 어떤 긍정적 영향과 효과가 있을까요? 물론 공무원과 그 가족들이야 폐지를 기를 쓰고 반대하겠지만요.


김대호 (이하 김) : 현행 헌법 7조 ②항의 타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먼저 앞의 내용인 7조 ①항부터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①항에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 다음에 ②항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신분보장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저는 이 조항들 전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개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근거였습니다. 공직자는 특수이익 집단에 봉사하지 말고, 모든 국민에게 봉사해야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주 애매한 논리입니다. 이 논리를 범위를 확장해 곧이곧대로 적용한다면, 직능대표 성격을 띠고 있는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을 필두로 우리나라 모든 정치인들이 불법을 저지르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도발적인 답변이었다. 김대호 소장은 박근혜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무지몽매함에 대해 그 누구보다 치를 떨며 진저리를 쳐온 인물이다. 그런 김대호가 어떤 연유로 박근혜에 대한 동정론으로 오해될 수도 있는 발언을 했는지 나는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다. 


김 :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치적 중립 준수의 의무도 애매합니다. 이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작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한 근거였습니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조항이 헌법에 올라 있으면 힘센 쪽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정치적 반대파들을 공격하는 빌미로 쓰이기 쉽습니다.


공 : ①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구실로, ②항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는 근거로 각각 사용됐다는 말씀이신가요?


김 : 그렇죠. 누가 현직 대통령이든 그 애매모호함으로 말미암아 국회에서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조항들입니다.


김대호 소장은 언어의 정치적 뉘앙스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유형에 속한다. 나는 인터뷰 내내 이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김대호처럼 선이 굵은 성격은 사람을 직접 만나 담판할 때 적합한 자질이다. 활자화를 전제로 미묘한 주제를 다루는 대화에서는 화자(話者)에게 별로 권장할만한 요소가 아니다. 나는 김대호 소장이 하루에 딱 10분만 시간을 할애해 지금은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있는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의 화법을 연구하기를 바란다. 박지원의 세 치 혀는 국회의석 30개의 위력을 가끔씩 발휘하기 때문이다. 


정년보장은 공공이 아닌 민간에서 이뤄져야


김 : 공무원의 신분보장 조항은 1960년에 일어난 4․19 혁명의 결과로 새롭게 헌법에 삽입된 장치입니다. 부정선거의 대명사인 관권선거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넣었습니다. 공무원들에게 상부로부터의 부당한 지시에 저항할 수 있는 ‘대항권’을 부여하기 위한 목적에서였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공희준 통신원이 방금 전에 지적한 바대로 정년보장 용도로 변질됐습니다. 그런데 정년보장 조항은 헌법상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정리해고’와 ‘징계해고’ 이외의 사유로는 회사에서 사람을 내보내지 못하도록 규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이건 공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공무원들에 대한 정년보장은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된 다음에 어느 정도의 연구 실적과 강의 능력이 검증된 교수들에게만 제공되는 ‘테뉴어(Tenure) 제도’처럼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판사조차도 임기가 10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법관이 오히려 종신직인데 말입니다.


공 :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판사도 임기가 제한돼 있는데 이를테면 구청이나 동사무소 직원은 임기가 없는 형태입니다.


김 : 정년보장이 실시되려면 주로 민간기업에서 실시되어야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공무원은 달라야 합니다. 3년, 5년, 또는 10년을 주기로 그간의 성과와 업무처리 능력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거친 후에 재계약이 되거나 재임용을 받아야 합니다. 가령 연구직의 정규직화는 시대의 흐름에 조응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어떤 직무들 같은 경우에는 종신근무를 보장해줘야만 합니다. 이와 같이 유연하고 자유로운 직무 설계가 가능해져야 국가경쟁력이 강화되고, 국민들의 편익이 증진됩니다. 한국의 공직사회가 혈세 먹는 강철 하마로부터, 명실상부한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할 수도 있고요.


공 : 그렇다면 헌법보다도 고용관계법이 더 문제인가요?


김 : 헌법 7조 ②항 때문에 공무원이 철밥통이 되는 작금의 사태가 초래된 것은 아닙니다. 하위 법률들 수준에서 공무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많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헌법 7조 자체가 그 추상성과 모호함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7조 전체를 삭제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공 : 결국은 개헌을 추진해야겠네요? 저 같은 힘없고 가난한 평범한 서민들을 위한 개헌을요?


김 : 현행 헌법 7조는 선언적 조항입니다. 추상적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죠. 그러기 때문에 저는 공무원들의 직무와 관계된 하위 법령들을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바람에 걸맞게 합리적으로 손질한다면 헌법 7조로 인해 빚어진 해악과 불합리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정도전을 위한 김대호의 변명


김대호에게는 정도전 역할은 물론이고 이성계 역할까지 연기해야 하는 1인 2역의 과제가 부여돼 있다.

공 : 소장님께서는 태조 이성계를 보필해 조선왕조를 창건한 삼봉 정도전(1342~1398)을 닮고 싶은 귀감(Role Model)로 제시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장님께서 단연 혐오하시는 대상이 조선왕조처럼 공리공담만 일삼으며 극도의 폐쇄성과 경직성으로 치달은 이른바 ‘조선적 가치’입니다. 정도전 본인의 원래 의도가 뭐였건 그가 만든 나라는 반민중적이고 반서민적인 교조적 도덕정치의 근간이자 화신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도전을 본받겠다는 소장님의 말씀이 “레닌은 좋지만 볼셰비키는 싫다”처럼 어폐가 있게 들립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하실 참인가요?


김 : 가치와 비전의 우열은, 정신과 방법의 성패는 후세인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성경도, 불경도, 그리고 논어도 모두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자유와 행복의 수준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활용되어왔습니다. 그 안의 특정한 부분과 내용만 발췌해 지금의 현실에 문자 그대로 대입한다면 이 세상은 아마 크게 난리가 났을 겁니다. 저는 정도전도 마찬가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정도전이 지녔던 문제의식과 방법론을 보자면 그는 명나라가 조선의 내정에 부당하게 간섭하자 나라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자주성과 상무의식을 진취적으로 발휘했습니다. 후대 사대주의의자들이 드러낸 소심한 문약함과는 근원적으로 결이 달랐습니다. 「불씨잡변」을 통해서는 당대의 패권적 종교였던 불교의 폐해를 정면으로 당차게 치받았습니다. 이후에 등장하는 사대부들과는 다르게 추상적으로 빙빙 말 돌리는 짓은 하지 않았어요. 더욱이 그는 실용적 목적으로 여러 가지 제도를 정비하고, 법령들을 제정했습니다. 정도전에게는 그가 살아가던 당대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가치와 비전이 있었습니다.


공 : 당대의 시각에서는 정도전이 진보였다는 말씀인가요?


김 : 예, 그렇습니다. 정도전에게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와 비전을, 제도와 정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건 따라서 삼봉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입니다. 정도전은 그가 생존하고 활동했던 시기에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한 인물입니다. 그의 후배들이 빚어낸 변질과 곡해까지 정도전의 책임으로 추궁하는 건 부당한 일입니다.


공 : 그렇다면 80년대의 노동운동과 지금의 민주노총의 관계가, 정도전과 나중의 노론의 관계일 수도 있겠네요?


김 : 80년대의 학생운동과 재야운동, 90년대 초의 노동운동과 중후반의 시민운동은 자유와 정의와 진보에 분명히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런 운동의 흐름들이 점차적으로 교조화되고 기득권화하면서 성찰의 가치를 망각하고 반성의 덕목을 상실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되느냐? 진보의 대의와 정의의 가치를 이번에는 되레 깎아먹습니다.


공 : 저는 30년 전에 했던 일로 이후 30년을 우려먹는 것은 고시 통과한 고위 관료들이나 몇몇 출세한 민주화운동 인사들이나 본질적으로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투자한 만큼 뽑아먹겠다는 강남아줌마 심보죠. 그거 자체가 구태고, 기득권입니다.


김 : (혀를 끌끌 차며) 기가 막힌 노릇입니다.


4차 산업혁명보다 고용 유연화가 먼저다


공 : 오래전부터 여의도에서는 엄청난 숫자의 유무명의 자타칭 정치 기획자들이 음으로, 양으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무지한, 좀 심하게 말하면 무식한 분야가 바로 산업(Industry)입니다. 여의도 선수들이 경제 모르는 거야 기본이고, 산업의 ‘ㅅ’자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김대호 소장님께서는 여의도를 오가는 기획자들 가운데에서는 매우 드물게 ‘산업 전문가’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여쭙고 싶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정말 실체가 있는 개념인가요? 아니면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구라이고 뻥인가요?


김 :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들이 조금은 더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들에는 공통된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공 : 그게 뭔데요?


김 :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기초해 탄생한 개념입니다. 기존 일자리의 절반이 소멸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이 그 바탕과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로) 그렇지만 지금, 현재, 이 시점에서는 미국과 독일, 그리고 영국처럼 경제가 잘나가는 나라들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파생시킬 대량실직 사태를 우려하는 일 따위는 없습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는) 앞으로는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곳 대한민국은 전 세계 70억 인류에게 팔 수 있는 상품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그것이 경제적 재화이건 혹은 문화적 가치이건 인도, 중앙아시아와 중근동 지역, 아프리카, 중남미 여러 국가들이 원하는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실력과 저력을 아직까지는 충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인류가 바라고 필요로 하는 상품을 선보일 수만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이든, 5차 산업 혁명이든, 6차 산업혁명이든 우리에게는 걱정도, 위기도,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공 : 4차 산업혁명은 기우라는 말씀이신가요?


김 : 4차 산업혁명은 지금 우리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당장 고민해야 할 숙제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의 창의와 열정을 짓누르고 질식시키는 낡은 제도와 관행과 의식을 어떻게 하면 빨리 혁파할지 하는 것입니다. 먼 미래의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와 우리 후세대를 묶고 옥죄고 얽어맨 족쇄와 굴레와 거미줄을 풀어내고 걷어내는 데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합니다.


공 : 4차 산업혁명이 대한민국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목숨 걸고 씨름할 화두나 과제는 아니란 말씀이시네요?


김 : 당연합니다. 지금 우리를 구속하는 족쇄와 굴레를 벗어나 다양한 융합과 복합의 길로 깨치고 나아가는 게 급선무여야 합니다. 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만 높아져도 4차 산업혁명의 파고쯤이야 수월하게 헤치고 넘어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공 : ‘알파고의 충격’을 안긴 AI도 실제로는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시고 계신가요?


김 : 저는 인공지능 또한 아직까지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가 50년, 100년 뒤의 일까지 정확히 예측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부분은 우리들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갈 시대에는 전 세계 70억 인류가 필요로 하는 가치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수만 있다면, 우리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욕망하는 것들을 제대로 충족시켜줄 수만 있다면 새로운 직종과 직업들이 무수히 생겨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제기된 과제들 역시 어렵지 않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7공화국 비전준비 모임에서 비전제련소로


공 : 드디어 최후의 관문에 도달했네요.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껏 논의되어온 김대호의 견해와 주장, 가치와 세계관을 실효성 있고 파괴력 있게 구현해내려면 대안적 정치세력이 필요합니다. 그 대안적 정치세력을 조직하기 위해 김대호 버전의 황포군관학교도 설립하시려는 계획이고요. 그렇지만 그때까지 속된 말로 손가락만 빨고 계실 수는 없잖아요?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소장님께서 내심 우군으로 염두에 두고 계신 세력이나 인물군이 현재 있는지요?


김 : 제가 지난 4년 동안 한 달에 평균 두 차례씩,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다듬기 위한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해왔습니다.


공 : 모임의 명칭이 뭔가요?


김 : ‘7공화국 비전준비 모임’입니다. 백조가 물 위에 떠 있기 위해선 물밑에서 열심히 물갈퀴를 저어야만 하듯이, 저는 많은 사람들과 토론을 하고 연대를 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태동시키는 데 필요한 가치와 비전을 제련시키는 작업에 힘써왔습니다. 새로운 가치와 비전에 기초한 새로운 정치세력을 이번 겨울에는 반드시 가시적으로 출범시킬 결심입니다.


공 :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정권을 잡아 나의 프로그램을 실현시키려면 그람시가 말한 함의의 현대의 군주 역할을 담당해줄 정당이 소장님께도 필요하니까요.


김 : 본래의 의미의 정당은 공적인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 결사체를 지칭합니다. 저는 정권 획득은 그 다음 순서라고 봅니다. 이와 같은 개념적 정의에 준거하자면 10명만 모여도 정당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는 제가 정당을 지향한다고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현행 선거제도와 정당법 아래에서의 법률적 요건에 부합하는 정당, 즉 법정당을 창당하는 일입니다. 법정당을 건설하려면 각각 당원 수가 1천 명 이상인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갖춰야 합니다. 이 일은 전적으로 저희들 역량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 :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 : 고맙습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얼마 전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 「비전제련소」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쇠도 아닌 비전을 제련한다? 금속공학도 출신인 김대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은 감히 토해내기 어려운 담대한 목표이고, 중후장대한 포부일 게다. 이성의 망치와 토론의 모루 사이에서 그가 어떤 단단하고 녹슬지 않을 비전을 시뻘겋게 담금질해낼지 우리 모두 주시해볼 일이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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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26 18: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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