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호 기자
공사장 흙막이 붕괴로 10도 가량 기운 상도유치원 건물 일부는 철거될 예정이다. 건물이 기울어진 것은 인근 공사장 흙막이 축대붕괴로 건물 밑의 흙이 다량으로 쓸려나갔기 때문인데, 공사장의 부실공사와 지반 붕괴로 주변건물의 안전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가산동 아파트 지반침하와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동작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7일 오후 현장 브리핑에서 “유치원 건물의 붕괴와 손상이 심한 부분부터 철거하고 나머지는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사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공사장에 흙이 유실된 부분을 먼저 메우고 철거 공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면산, 가산동 아파트 등과 마찬가지로 지반공사 부실이 원인”
이날 오전 현장사고조사에 참여한 조영훈 토질 및 기초기술사는 “(유치원) 건물을 지을 때 암반에 말뚝을 박은 게 아니라 흙만 다지고 옹벽을 쌓았다”면서 “그것만으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주변에 공사를 하면서 밑 부분을 건드려 기초부위가 약화되며 급격히 붕괴된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추가 붕괴 가능성에 대해 “급격하지는 않으나 지반이 조금씩 내려앉을 것”이라며 “추가 붕괴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침하를 막기 위해 흙을 메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도유치원의 의뢰로 지난 3월 31일 현장을 답사한 이수곤 사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사장 옹벽 하부의 상태에 대해 “편마암 내 단층이 있고 점토가 많아 취약한 지질”이라며 “철저한 지질조사 없이 설계·시공하면 붕괴할 위험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날 현장을 둘러 본 이 교수는 자신의 자문의견서가 "유치원 행정실을 통해 구청으로 전달 된 것으로 안다"며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의 폭우가 영향을 줬을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취약한 지질에 지질특성에 맞지 않는 공사를 한 것이 문제”라며 “붕괴 위험성을 지적한 이후 일부 보강이 이뤄졌겠지만, 제대로 된 보강 공사가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우면산 산사태와 며칠 전 가산동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지질공사를 충분히 하고, 촘촘하게 말뚝을 박는 등 지반공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하는데, 경제성 등의 이유로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상도유치원 휴원, 원생 분산배정 보다 초등학교 시설 사용해야”
며칠 전 가산동 아파트 싱크홀 소식을 접했던, 주민들은 자신의 동네 교육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걱정과 두려움을 호소했다.
인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돌아가던 여성 김 모(36세)씨는 “그나마 사고가 밤에 일어나 다행”이라며 “원생들이 있던 낮에 사고가 났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손자가 상도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여성 정영순(65세) 씨는 “아침 7시 반쯤 유치원이 있는 후문 말고 정문으로 등교시키라는 문자를 학교로부터 받았다”며 “불안하다. 하지만 학교의 조치에 따라야지 어떡하겠나. 잘 하실 거라 믿는다”며 안전한 후속조치를 당부했다.
이날부터 휴원을 하게된 유치원의 원생들은 근처 유치원으로 분산 배정될 예정인데 3세반 아이의 부모 유 모(45세)씨는 “아이가 이제 유치원에 적응하고 친구들과도 친해졌는데, 분산 배정은 문제가 있다”며 상도초등학교 내 시설 일부를 유치원으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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