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호 기자
“임대료에 대한 생각이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기가 불가 합니다...조속히 계약해지 등 협조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임대인)
“그동안 일방적인 인상요구를 감수해가며 힘들게 영업을 하고 있건만 더 이상 임대료인상하시겠다는 것은 우리가 어찌되든 말말 임대료만 올리면 된다는 건지요?...그동안 계약 후 불과 5개월 만에 33% 인상요구, 15%로 합의. 또 2년 뒤 45% 인상요구, 30%로 합의. 어김없이 2년 뒤 주변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임대료를 요구하십니다. 계속 임대료인상을 고집하시면 강제로 내쫓고 권리금을 취하시려는 의도로밖에 안보이니 오해가 아니길 바랍니다” (임차인)
“2년간 월임대료 인상분 미납분 정산 해 주시고 2018년 5월 30일로 귀하와의 계약을 만료하고자 합니다. 5월 30일까지 원상으로 회복하여 반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임대인)
이상은 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의 3층 건물 1층 37평에서 음식점 ‘대물림 전복낙지볶음’을 운영하는 김덕만 사장인 임차인으로서 건물 임대인과 올해 5월에 주고받은 문자 내용이다.
계약 갱신 때마다 10~30%씩 임대료 인상 요구
임대인은 2016년부터 2년간 임대료 인상분이 미납되었다면서 이의 정산을 요구했으나, 김덕만 사장은 “당시 월세 220만원이던 임대료를 2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건물주가 통보했으나, 220만원으로 하되 새임차인을 구하면 월세 차액 20만원의 1년 치를 지급하겠다”고 구두합의했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2011년 12월에 지인이 2010년 5월부터 운영하던 이 가게를 인수하고 건물주와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50만원의 신규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2012년 2월 경 ‘5월이면 계약 만료’라며 월세 200만원을 요구했다. 결국 170만원에 합의하고 김 사장은 장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 뒤 2년이 지난 2014년 2월경에도 또 ‘계약종료’를 먼저 내세우며 250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와 협의 끝에 220만원으로 인상해줬다. 또 2년이 지난 2016년에는 240만원으로의 인상을 요구했고, 김 사장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새임차인을 구하면 인상분의 1년 치를 내고 가게를 빼겠다고 약속했다.
김 사장은 처음에 이 가게를 시작하면서 준 권리금 7,000만원을 어떻게든 회수하고 싶어서 자신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2년 가까이 되도록 주변시세보다 월세가 너무 높아 새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계속 영업을 이어오던 상태다.
부동산점유이전가처분에 이어 명도소송으로 권리금 받을 수 없어
결국 8월 3일에는 법원 집행관이 와서 ‘부동산점유이전가처분’ 결과에 따라 “채무자의 점유를 해제하되, 현상을 변경하지 않는 조건으로 채무자가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고시를 가게 내에 게시했다.
김 사장은 건물주가 명도소송을 제기한 것도 법원에서 온 소송관련 우편물을 보고서야 알았다. 같은 건물 3층에 거주하는 건물주와는 2~3년 전부터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 가게 손님이 건물주의 주차면에 주차를 한 것이 화근이 되어 심하게 언쟁을 하게 된 후부터다.
김 사장은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 권리금과 인테리어비 등에 필요한 1억 원 가까운 돈을 은행융자를 받아 지불했다”면서 “고용인 없이 아내와 둘이서 일하며 매달 150만원씩 상환하고 있지만 다 갚으려면 2~3년이 더 필요하다”면서 융자금 상환 때까지 만이라도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부동산점유이전가처분 소송에 이어 명도소송을 진행하는 등 요지부동이다.
2012년부터 2년마다 임대료를 법적 상한선인 9%(올해 초 5%로 개정)로 올렸다해도, 2018년에 새로이 인상을 요구할 할 수 있는 금액은 212만원이다. 이미 2012년도에 13%, 2014년도에 29% 등 무리한 임대료인상을 해온 건물주는 이제 소송을 통해 임차인인 김 사장이 직접 새임차인과 계약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김 사장은 “이제 새로운 임차인을 찾아 권리금을 받을 수도 없으니, 명도소송을 가봐야 안다”며 “어떻게든 그동안 몇 달이라도 더 장사를 하면서 융자금을 상환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부동산점유이전가처분’ 판결문 등을 통해 건물주의 확고한 입장을 확인했으나, 김 사장의 간곡한 만류에 따라 건물주에게 직접 확인은 하지 않았다. 김 사장의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하소연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장사를 활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최대한 길어지기를 원하는 김 사장은 건물주와 더는 얼굴 붉히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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