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기자
소셜커머스 쿠팡이 지난해 1215억원의 적자를 냈다.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고 '쿠팡맨'으로 대표되는 배송 관련 투자를 강화한 결과다.
앞서 김범석 쿠팡 대표는 대규모 투자때문에 당분간 영업적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쿠팡은 소셜커머스의 옷을 벗고 'e커머스'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 쿠팡, 지난해 1500억 집중 투자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을 운영하는 포워드벤처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215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적자폭이 30배 가량 확대됐다. 매출액은 3485억원으로 138% 증가했으나 당기순손실은 1194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2013년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이번에 처음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영업손실은 2012년 16억원, 2013년 42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눈에 띄게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쿠팡 측은 '이러한 손실을 예측하고 의사결정에 따른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자체 배송서비스인 '로켓배송' 투자를 강화했다. 한 해 투자비용만 1500억원 이상이다.
쿠팡은 상품 판매부터 배송까지 모든 단계를 책임지는 사업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는 9만9173㎡(약 3만평)의 물류센터를 신축하고 있다. 오는 2016년까지 전국에 물류센터를 9~10개 수준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가장 자부심이 높은 부분은 배송담당 인력인 '쿠팡맨'이다. 쿠팡은 쿠팡맨 1000여명을 고용해 직매입 한 제품을 직접 배송하고 있다. 신속한 배송을 위해 1톤 트럭 1000여대도 전국에 배치했다.
김범석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을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을 포함하는 e커머스 업체로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 로켓배송에 '올인'…당분간 적자 감수
쿠팡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은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쿠팡은 지난해 5월 미국 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탈로부터 1억달러(약 1100억원), 같은해 12월 블랙록으로부터 3억달러(33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실탄 4400억원을 확보한 셈이다.
쿠팡은 앞으로도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직접배송 서비스를 도입할 때 무모한 투자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며 "지난해 적자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크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BEP(손익분기점) 수준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다.
업계에서도 쿠팡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쟁자인 위메프와 티몬은 쿠팡이 상품을 직매입하고 배송까지 시작하면서 사업모델이 달라지고 있다고 인정한다. 소셜커머스에 입점한 판매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쿠팡이 '올인' 하다시피한 '로켓배송'은 한 단계 고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로켓배송'에 불법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쿠팡이 고객에게 배송비를 명시해 부과하는 경우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이라는 판단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 등은 쿠팡이 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며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쿠팡 관계자는 "국토부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문제로 지적된 9800원 미만의 배송건에 대해 잘 해결하고 '로켓배송'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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