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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흑서」를 생각한다 - 그 많을 인세는 누가 다 가져갈까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4-02 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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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책을 펴 읽고 있는 모습. 윤석열이 공저자로 참여한 어느 신간의 두둑한 인세가 과연 김 여사의 날랜 손길을 피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출처 : 대통령실 공식 누리집)

책을 만들긴 어렵다. 여러 사람이 공저자로 참여하는 책을 만들기는 더더욱 어렵다. 왜일까? 한 명이라도 이상한 사람이 공저자로 끼게 되면 나머지 다른 저자들이 참여 의사를 철회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필자를 섭외하는 일이 원고를 취합하는 작업과 비교해 수십 배는 더 힘들고 까다로운 까닭이다.


아직은 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윤석열이 책을 낸다는 소식이다. 윤석열을 포함해 총 12명이 저자로 참여하는 집단창작 형식의 책이란다. 나 또한 책을 쓰고 팔아 근근이 생계를 영위해온 처지인지라 동종업계 종자사 입장에서 책의 제목 정도는 소개해주는 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상도의에 부합하는 일일 터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을 통틀어 독서를 멀리하기로는 둘째가려면 서러워할 윤석열이 무려 필자 자격으로 등장하는 신간 서적의 제목은 「새로운 대한민국」이란다. 윤석열이 시대착오적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일이 틀어지는 바람에 몰락한 사실을 고려하면 책명에 들어간 ‘새로운’이라는 형용사가 최고급 서양식 스테이크 위에 실수로 얹혀나온 마늘장아찌처럼 무척이나 어색하고 뜬금없음은 물론이다.


국민의힘을 위시한 보수진영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 혹은 각하되어 윤석열이 권좌에 극적으로 복귀할 것이라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렇다면 왕의 귀환을 실현할 윤석열이 공저자로 참여한 책에 한국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쟁쟁한 인사들이 앞다퉈 이름을 올려야만 했으리라.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공저자들의 면면을 모두 접하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무명의 장삼이사에 가까운 이들이 공저자의 태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 보수의 주류는 윤석열의 복귀를 실제로는 희망하지도, 예상하지도 않고 있다. 보수의 주류가 내란 수괴의 대통령직 복귀를 진심으로 원하거나 예측하고 있다면 유수의 전직 판검사들과 쟁쟁한 현직 고위 관료들과 유명한 대학교수들이 공저자로 이름이 빼곡히 등재되었으리라.


나는 윤석열이 공저자로 참여한 책을 편의상 「윤석열 흑서」로 호명하고 싶다. 윤석열 흑서에 참여한 공저자들 가운데 특별히 주목되는 인물은 도태우 변호사이다. 도 변호사는 광주민중항쟁에 북한군이 개입됐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폈다가 작년 총선에서 여당 공천에서 탈락한 별로 아름답지 않은 전력이 있다. 그는 나중에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기는 했지만 해당 발언의 파장과 여진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이다.


도태우 변호사가 공저자로 성명을 올렸음은 윤석열이 도 변호사의 동참을 승인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역시 광주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사주했다는 터무니없는 궤변에 은근히 동조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런 윤석열이 만에 하나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면 대한민국에 어떤 비극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나는 그야말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러나 윤석열이 권좌로 돌아올 가능성이 전무함은 당장 윤석열 본인부터가 아는 듯하다. 공저자들에 대한 ‘스크린’이 실질적으로 유명무실했음이 윤석열이 자포자기했음을 뚜렷이 방증하고 있다.


책에는 최근 영남권을 초토화한 소위 괴물 산불이 간첩들의 소행이라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한 전한길 씨가 공저자로 떡하니 얼굴을 내밀고 있다. 한마디로, 윤석열 주위에는 이제 전한길 수준의 고만고만한 잔챙이들만 모여 있다는 뜻이다. 윤석열이 복귀할 가능성이 진짜로 높았다면 도태우와 전한길 자리에는 지금쯤 응당 국무총리 한덕수와 경제부총리 최상목 같은 거물급 범털들이 공저자로 요란하게 포진하고 있어야 했다.


「윤석열 흑서」는 날개 돋친 듯이 잘 팔려나갈 전망이다. 물론 대부분의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들처럼 사는 사람은 많아도, 읽는 사람은 없는 책이 될 게 뻔하다. 그럼에도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솔직히 매우 부럽기는 하다.


그래서 한층 더 궁금하다. 책의 인세는 누가 주로 가져가는지가. 정상적 경우라면 공저자들 중 기여도가 높거나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저자가 가장 많은 몫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양식과 배려심이 있는 공저자들이 의기투합해 공동 집필한 책이면 제일 나이 어린 저자를 최우선으로 챙겨주기도 한다.


윤석열이나 전한길만 이른바 뇌피셜을 쓰라는 법은 없을 테다. 나도 그들처럼 뇌피셜을 써보자면 「윤석열 흑서」가 벌어들일 인세의 거의 전부는 윤석열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는 윤석열 배후의 김건희 주머니로 들어가리라. 왜냐?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돈을 긁어모으기로는 그녀의 모친과 더불어 악명이 자자한 탓이다.


수만 권, 운때와 마케팅만 좀 받쳐준다면 어쩌면 수십 만권까지도 판매될 비릿하고 기름진 잠재적 베스트셀러 앞에서 김건희가 과연 애꿎은 군침만 삼키며 특유의 강렬한 물욕을 하염없이 참을 수 있을까? 주인 없는 생산가게를 만난 길고양이처럼 행복해할지도 모를 김건희 씨, 아니 옛 김건희 여사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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