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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의 「정치 병리학」이 치료하려는 병은 - 독식과 패권을 정당화해온 영남 후보론에 이의 있습니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3-06 20:5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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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영남 대통령’이야


박주현 변호사의 새 책 「정치 병리학 : 정치는 왜 애물단지가 되었는가」는 지난 20년간 민주당 계열 정당의 성역과 금기로 군림해온 ‘영남 후보론’에 대한 강건한 극복 의지를 담고 있다.“또 한 가지의 고언은 당분간 영남 대통령은 안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영남은 군사독재와 유신독재의 핵심이었고, 민주화된 이후에도 태극기부대와 함께 일베, 깨시민, 개딸과 조국기부대 등 우리 정치를 망가뜨려 온 핵심에 경상도 대통령 만들기가 있다.”


필자 같은 무명의 정치 컨설턴트가 내지르는 고독한 변방의 외침이 아니다. 참여정부 청와대의 참여수석비서관을 지내고 제20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박주현 변호사가 최근에 내놓은 책인 「정치 병리학 : 정치는 왜 애물단지가 되었는가(도서출판 새빛 발행)」의 지면을 통해 도발적으로 공개한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자기 고발이다.


지금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자멸에 뒤이은 조기 대선과 이에 따른 새로운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적잖은 사람들이 여의도 정치권을 무대로 줄서기와 눈치 보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하필이면 왜 이 민감하고 미묘한 시기에 박주현은 양심선언에 가까운 자기 고발을 눈치 없이 감행한 것일까? 그 까닭은 과거 한때 박주현 변호사 스스로가 이제는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는 때만 되면 돌아오는 각설이처럼 대통령 선거 때마다 집요하게 기승을 부려온 이른바 영남 후보론의 옹호자였던 데 있을지도 모른다.


박주현 변호사는 2005년에 「시민경제사회연구소」를 설립해 20년째 이를 운영해오고 있다. 해당 연구소는 박주현이 새내기 변호사 시절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주제이고 화두일 사회경제적 양극화 해소와 지역 격차 극복을 위한 정책 개발과 대안 마련에 꾸준히 주력해왔다.


박주현은 강경파와는 성격적으로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건파로 항상 분류돼왔다. 얼굴 붉히고 달려드는 일과는, 핏대 올리며 싸움에 나서는 행동과는 전연 어울리지 않은 성격일 박주현이 인터넷 공간에서 종종 ‘호남 원리주의’로 매도·배척당해온 과격한 주장을 왜 서슴없이 피력하게 됐을까? 이는 위에서 언급됐다시피 박주현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전장에 뛰어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영남 후보론’이 대한민국 제도권 정치를 치명적으로 병들게 한 탓이다.


박주현은 임기가 8개월 단명에 그친 최규하를 제외한다면 박정희 이후 등장한 10명의 대통령 가운데 8명이 영남 출신임을 지적하고 있다. 재임 기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영남의 국가권력 독식 현상은 더 심각하고 탐욕스럽다. 5·16 군사쿠데타로 불법적으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가 군정에서 민정으로 전환한 1963년부터 현재까지 총 62년 중 무려 54년이 영남 태생의 대통령 치하였다.


그렇다. 대통령 중심제가 문제가 아니다. 특정 지역, 정확히는 영남 출신 인사들만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저 강고하고 지독한 지역 패권주의적 정치구조와 정당시스템이 더 크고 본질적인 문제일 수가 있다.


180cm가 조금 넘는 신장으로 키 2미터 이상의 거한들이 즐비한 미국 프로농구(NBA)를 화려하게 주름잡았던 앨런 아이버슨은 “농구는 신장(Height)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심장(Heart)으로 하는 운동”이라고 현역 선수 시절에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우리나라 농구는 신장도, 심장도 중요하지 않다고 수시로 야유를 받곤 한다. 출신 대학이 선수 선발과 기용의 잣대로 공공연히 작용한 연유에서였다.


그나마 출신 대학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지는 않는다. 반면, 고향은 나의 의지와는 별개로 생득적으로 결정된다. 엄마 뱃속의 태아에게는 아무런 독자적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영남 후보론’은 출마자 개인의 능력이나 이념과는 무관한, 품성이나 가치관과는 관계없는 출신지가 공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결정적 변별 요소로 역할을 해했다는 점에서 부도덕하다 못해 아예 잔인하기까지 했다.

 

영남 후보론, 이재명의 손으로 박물관으로 보내야


이 잔인하고 부도덕한 관행에 너도나도 익숙해지다 보니 다른 정당도 아닌 민주화운동 세력의 본진이자 진보진영의 큰집을 자처해온 민주당 계열 정당이 2002년 후로 “주류도 영남, 비주류로 영남”인 당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영남 독식의 최대 피해자일 호남 유권자들조차 호남인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남루하고 앙상한 패배주의에 자발적으로 투항해왔다. 호남의 내로라라는 지식인들이 이런 패배주의를 부추기고, 호남에 연고가 있는 정치인들이 그와 같은 투항행렬의 선봉에 서 왔음은 물론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근본적 원인이 뭔지를 너도 알고 나도 안다. 다만 다들 알면서 이심전심으로 쉬쉬할 뿐이다. 문재인은 수권 역량과 사람됨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났기 때문에 두 번씩이나 대선 후보로 뽑힌 게 아니었다. 단지 영남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남들은 한 번도 나가기 힘들다는 대통령 선거에 두 번을 나가는 행운을 누렸다. 운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있어도, 운으로 성공한 대통령까지 될 수 없는 법임은 문재인과 윤석열이 연속으로 증명한 터이다. 미안하다. 박근혜를 빼놓았다. 고로 즉시 정정하겠다. 운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있어도, 운으로 성공한 대통령까지 될 수 없는 법임은 세 번 연속으로 증명된 터이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다시금 불거지려 하는 분위기이다. 비명에도 강자와 약체가 존재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비명의 3강이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비명의 2약이다.


잠시 중간결산을 하자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명 5인방의 총공세는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다. 당연한 노릇이다. 김부겸과 김경수는 식상하고 약발 빠진 영남 후보론에 은근히 기대고 있다. 임종석은 영남 후보론의 최고 수혜자인 문재인 전 대통령 바로 곁에서 따뜻한 곁불을 쬐었다. 김동현과 김두관은 영남 후보론의 부당성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


이재명 또한 영남 출신이다. 그러나 그는 수도권에서 성장하고 성공한 까닭에 영남 후보론의 후광을 상대적으로 입지 않았다. 그는 대중에게는 오히려 수도권 후보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이재명이 영남 후보론으로 별 재미를 못 본 일은 그에게는 ‘성공의 저주’의 반대 개념인 ‘실패의 축복일’ 테다.


박주현 변호사는 자신의 신간인 「정치 병리학」에서 특정 지역 태생임이 특권과 반칙을 정당화하는 핑계도, 소외와 차별을 가져오는 빌미도 되지 않는 합리적 사회를 그리고 있다. 박주현은 소득과 권력 등의 사회적 재화와 자원이 공정하게 재분배되는 합리적 사회를 실현하려면 독식과 독점이 체질화된 영남 출신들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박주현의 바람대로 자제할까? 나는 여기에 관해선 매우 회의적이다. 본인이 구가해온 떳떳하지 못한 특권과 특혜를 자발적으로 순순히 포기한 개인과 집단은 인류 역사에 가뭄에 콩 나듯 대단히 드문 탓이다.


21세에 접어든 한국 사회는 특징 계급과 특정 세대와 특정 지역의 독식과 독점이 예전과는 달리 다행히 더는 당연시되지 않는 성숙한 풍토를 착실히 조성·축적해가고 있다. 영남권에서 유달리 높은 윤석열 탄핵 반대 여론은 영남의 독점과 독식이 무너지는 데 대한 다수 영남인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반영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영남만 갖고도 나라를 만들 수 있다며 영남의 망국적인 패권적 지역주위를 노골적으로 선동했다. 이는 거대한 역사의 물결에 무모하게 거스르다 몰락하는 반동적 정치 집단의 최후의 단말마적 절규일 따름이다. 이를테면 목사 전광훈과 강사 전한길이 무슨 소리로 떠들든 그들의 내면 깊숙이에는 ‘영남 천년왕국’을 향한 시대착오적인 망상 어린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전광훈과 전한길의 망상 역시 윤석열의 망상처럼 머잖아 허망한 물거품이 되고 말 게다.


관건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이다.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을 쑥대밭으로 만든 영남 후보론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과감히 내버려야 한다. 이러한 필연적 청산과 위대한 단절은 영남 출신이되 영남 프리미엄이란 외력의 도움 없이도 당권을 거머쥐고, 유력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선 이재명에 의해 주도돼야 마땅하다.


박주현 변호사의 새 책 「정치 병리학」은 정치가 전쟁이 되게끔 무자비하게 추동해온 ‘정치병’의 근저에는 단순한 선거 공학으로 출발했다가 종국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부당한 독식과 패권의 온상으로 전락해버린 ‘영남 후보론’을 정조준한 통렬과 고발이 담겨 있다. 성역과 금기의 타파를 위해 용감하게 깃발을 든 박주현에게 든든한 동지와 참다운 우군이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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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반역향 경상도2025-03-06 21:26:55

    솔직히 이젠 경상도사투리만 들려도 공포가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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