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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의 시대는 열리는가 ① - 간 보기의 시대에서 직설의 시대로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12-26 19: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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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강국의 빛과 그늘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은 나이 먹고 전성기 지나야만 비로소 이른바 ‘개념 발언’을 하는 한국의 대중문화계 풍토에 종지부를 찍으며 ‘인기 절정의 젊은 연예인’도 현실 정치에 실질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뉴노멀을 창조했다. (이미지 출처 : CBS 기독교 방송 공식 유튜브 채널)

성경에 의하면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TC) 덕분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를 조기에 졸업하고 중진국의 함정을 무사히 벗어나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었다.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어쩌면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합류할 뻔했다”로 바뀌어야 할지도 모른다. 대통령 윤석열과 그를 추종하는 불의한 반란군 무리가 일으킨 12·3 내란 사태로 말미암아 대한민국 역사의 시계가 전두환의 신군부가 국가 권력을 불법적으로 무도하게 찬탈하던 1979년 12월로 순식간에 역주행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기획·실행해 총통이 되기로 작심한 데에는 첨단 인터넷 기술의 대표적 산물인 유튜브가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국의 최고 권력자의 뇌가 선동 반, 망상 반의 극우 유튜브 채널에 소금물에 장기간 담가놓은 오이지처럼 흐물흐물하게 푹 절여지고 만 셈이다. 이쯤 되면 누군가 한국을 꼭 집어 가리키며 “인터넷으로 흥한 나라, 인터넷으로 망한다”고 야멸차게 표현하여도 전연 과장이 아닐 듯싶다.

 

나라가 인터넷 정확히는 유튜브 때문에 단단히 망조가 들은 이 와중에마저 그나마 희망과 위안을 주는 것 또한 인터넷, 특히 즐겁고 발랄한 유튜브 콘텐츠라는 사실은 역설적이어도 대단히 역설적이다. 그 콘텐츠의 정중앙에는 김치와 반도체와 나란히 현대 한국의 3대 명품으로 통하는 K-POP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이실직고하겠다. 필자는 한때 소녀시대의 이른바 삼촌팬이었다. 장안의 지가를 팍팍 올려놓은 베스트셀러 책으로 도약하지는 못한 채 저주받은 걸작에 머무른 「이수만 평전」은 소시를 향한 열렬한 팬심의 힘으로 만들었다. 소녀시대를 좋아하다 보니 월더걸스나 카라, 티아라와 포미닛 같은 다른 2세대 걸그룹은 물론이고 이웃한 보이그룹에 대해서도 대략 파악하게 됐다.

 

‘노추’라고 질타받아야 제격일 나의 주책맞은 아이돌 편력은 늦장가를 가면서 강제종료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요즘 왕성하게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과 그 구성원들은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더라.

 

반면,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내 딸아이는 최근에 인기 정상의 가도를 질주 중인 노래와 가수들에 관해 줄줄이 꿰차고 있다. 아이는 ‘장원영 언니’처럼 되지 못하는 자신의 운명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딸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자식에게 내로라하는 유수의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수시로 실시하는 아이돌 연습생 선발 시험에 서슴없이 응시할 수 있는 우월한 외모의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한 못난 아비가 진짜 몹쓸 인간이지.

 

굿바이 안철수, 웰컴 민희진

 

정치와 연예의 공통점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다루는 업종이란 데 있다. 그러나 팔과 허리를 이용해 스윙을 하는 운동이라고 하여 야구와 골프가 똑같지 않듯이, 대중의 심리를 움직이는 게 주업인 분야라고 해서 정치와 연예를 동일선상에 올려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만약에 정치와 연예가 자유롭게 그 경계선을 넘나들 수 있는 일이었다면 이수만과 박진영과 양현석 등의 이름난 스타급 연예 기획자들은 진즉에 정치 컨설턴트 노릇을 겸업했을 터이다. 정치와 연예는 바닷물과 민물의 관계처럼 애초부터 수질 자체가 다르다. 한쪽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다른 곳에 함부로 풀어놓으면 이내 죽고 만다.

 

하지만 비록 수질은 다를지언정 물에서 헤엄치는 영법만은 서로 유용한 참고 대상이 될 수가 있는 법이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대중을 웃고 울린 원맨쇼 기자회견에 여론조사와 선거운동에 관련된 작업을 수행하는 이들이 적잖은 관심을 기울였던 까닭이다.

 

작전타임 성격의 중간 정리를 잠시 해보겠다. 민희진의 현재 시점의 주적은 방시혁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의사회 의장이다.

 

나는 증권사를 위시한 각종 투자 비즈니스 업체들과 다양한 소위 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의장이라는 직함이 참 싫다. 권리는 권리대로 여한 없이 만끽하면서 자기가 응당 짊어져야 마땅할 몫의 책임은 어떻게든 교묘하게 회피하려는 불순한 목적을 지닌 양두구육의 반칙성 짙은 편법적 직책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방시혁을 의장이 아니라 ‘회장’으로 호칭하련다.

 

실상 방시혁 회장은 기존 거대 재벌그룹 총수들 못잖은 막강한 권력을 사내에서 무소불위로 누려왔다. 공자는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사람과 사물의 이름을 바로잡는 정명(正名)에 있음을 강조·역설했었다. 민희진 사태 또는 방시혁 사건을 풀어가는 첫걸음 역시 이러한 정명에서 떼여야만 하리라. 그 출발점은 방시혁을 의장이 아닌 회장으로 부르는 ‘이름 바로 세우기’에 있을 테다.

 

그런데 인물의 순수한 캐릭터만 놓고 보면 민 전 대표와 정반대에 위치하는 사람은 방 회장이 아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일 것이다.

 

요번 윤석열 패거리의 내란 사태 국면에서 안 의원은 비교적 명징한 행보를 걸었다. 반면, 종전의 안철수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스탠스로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으로 유권자들에게 오랫동안 각인돼왔다.

 

이리저리 분위기를 살피다가 막판에 숟가락을 올려놓는 기회주의적 처세술이 단지 안철수의 독점적 전유물이었겠는가? 남한 사회에서 출세깨나 하고, 성공깨나 했다는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미꾸라지처럼 대세에 잽싸게 편승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들에겐 뚜렷한 노선과 입장도, 확고한 방향성과 지향점도 없었다. 오직 그때그때의 유불리가 인생의 기준이자 삶의 나침반이었다.

 

민희진이 개진한 주장과 논리가 어디까지 옳고, 어디부터 그른지를 나는 아직은 모른다. 확실한 대목은 민희진은 “기면 기이고, 아니면 아닌” 명료한 메시지를 시원시원한 직설적 화법으로 발신한다는 것이다. 직접 입으로 마셔봐도 술인지 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흐리멍덩한 양비론과 모호한 완곡어법에 질릴 대로 질린 한국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했다. 기면 기이고, 아니면 아닌 단호하고 분명한 의사 표시는 민희진의 수제자일 여성 5인조 다국적 걸그룹 뉴진스 멤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수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와 시사 전문 프로그램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중문화 종사자로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출연한 뉴진스 멤버들은 중간에서 적당히 줄타기를 해가며 리스크 관리에만 몰두하는 각계각층의 입신양명한 인사들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들은 당장 오늘만 사는 사람들처럼 거침없이 본인들의 생각을 얘기하고, 꾸밈없이 자신들의 속내를 피력했다. (②회에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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