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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미래를 생각한다 - 한동훈이 이준석처럼 쫓겨나지 않으려면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7-24 11: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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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동훈 대표는 윤심에 맹종해온 국민의힘을 민심에 순응하는 정당으로 혁신시켜야 한다. 그러나 당 안팎의 정치 환경은 그러한 변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미지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당대표 경선 승리 소식을 전한 MBC 문화방송 뉴스 화면

의외의 이변은 없었다. 윤심(尹心)의 약발도 없었다. 2024년 7월 23일 화요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킨텍스에서 치러진 국민의힘 네 번째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62.84퍼센트의 최종 득표율을 기록하며 여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되었다. 한 전 법무장관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이 훌쩍 넘는 표수를 확보함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이 극적인 대역전승의 무대로 삼으려던 2차 결선 투표는 자동적으로 무산되었다.

 

22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서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한 전 장관이 사퇴 70여 일 만에 집권당 당수직에 화려하게 복귀한 데는 세 가지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 번째는 ‘대안 부재론’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축출된 이후 국민의힘은 지역으로는 영남, 세대로는 60대 이상 장노년층, 이념으로는 강경 보수로 당의 지지기반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외연을 넓히지 않으면 다음번 대통령 선거는 물론이고 1년 10개월 후 지방선거에서도 완패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강원도 출신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성장했고, 1973년생으로 50대 초반의 나이이며, 윤석열 대통령을 위시한 당의 기존 주류 인사들과 비교해 정책과 노선 측면에서 중도 색채가 강한 한동훈은 여권에게는 절체절명의 사활적 과제로 대두한 외연 확장을 이뤄낼 적임자로 꼽혀왔다. 한동훈 신임 대표는 이와 같은 기대감과 분위기를 의식한 듯 취임 일성으로 즉각 외연 확장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두 번째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극도의 환멸과 피로감이다. 올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을 기록적 대패의 비극으로 이끈 공동주연이 한남동 관저의 대통령 부부임은 투표일이 끝나고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명징하게 드러난 바 있다. 용산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가 금년 1월에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들까지 석연치 않은 경로를 거쳐 공개하는 물귀신 작전마저 필사적으로 펼쳤지만 이번 전당대회의 개표 결과가 증명하듯이 별다른 전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현직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야당도 아닌 여당의 차세대 대선주자를 제거 대상으로 삼아 가미카제식 자폭공격마저 직접 불사하는 엽기적 광경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민심의 분노를 더욱더 부채질하는 역효과만 되레 야기하고 말았다.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하고,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동훈은 일반 민심의 경계를 벗어나 국민의힘 지지층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된 반윤 정서는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세 번째는 한동훈의 실수를 제대로 받아치지 못한 당권 경쟁자들의 한계와 무능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격으로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18.85퍼센트의 득표율에 그쳤다. 개인적 이름값에서는 남부럽지 않을 내로라하는 여성 중진 정치인인 나경원 의원은 14.58퍼센트를 얻는 데 머물렀다. 수도권 지역구의 유세장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무사하게 생환한 몇 안 되는 여당 정치인들 가운데 한 명인 윤상현 의원은 3.73퍼센트의 저조한 득표율만을 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한동훈 대표의 표를 거의 잠식하지 못했다.

 

3명의 경선 낙선자 중 단연 뼈아플 사람은 원희룡 전 장관이다. 그는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과 사법시험 수석 합격자라는 후광이 오랫동안 가져다준 엘리트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역작용을 각오하며 한동훈을 겨냥해 자극적 폭로전을 비롯한 다양한 네거티브 공세를 전개했다. 원희룡은 한동훈이 총선을 일부러 졌다는 ‘고의 패배설’조차 서슴지 않고 유포했다. 한동훈이 진중권 교수와 김경율 회계사 등의 좌파 측근들에게 휘둘린다는 시대착오적 색깔론은 기본이었다.

 

그러나 원희룡이 손에 쥔 거라곤 수십 년 전에 노상 방뇨를 했다는 부끄러운 과거사가 서울 법대 후배이자 검찰 후배인 한동훈에 의해 까발려진 일뿐이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으며 졸전을 거듭하는 원희룡의 처지가 오죽이나 답답하고 안타까웠으면 권태호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이 「원희룡의 몰락」이라는 서슬 퍼런 제목의 기명 칼럼을 자사 지면에 정식으로 실었겠는가? 나경원이 법무부 장관 시절의 한동훈에게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음을 한동훈 스스로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얼떨결에 실토해버린 절대 가볍지 않을 실수는 원희룡의 연속된 쓰나미급 헛발질에 파묻혀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간 느낌이다.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신임 한동훈 대표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당장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그가 밀던 입후보자가 탈락하고 극우 성향의 친윤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자칫하다가는 한동훈 역시 예전의 이준석처럼 적대적인 최고위원들에게 포위된 고독한 당대표가 될 수 있다.

 

한동훈은 윤심에 맹종하는 당을 민심에 반응하는 정당으로 신속히 바꿔나가야 한다. 문제는 용산 대통령실이 한동훈을 쓰러뜨릴 힘은 없어도, 그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을 수단들은 아직 수중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당대표로 한동훈을 뽑은 전당대회 행사장은 마치 윤석열을 위한 부흥회를 연상시킬 정도로 윤 대통령에 바치는 찬양과 칭송의 헌사로 가득했다.

 

황우여 현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당의 실권을 장악한 인물들이 전당대회의 흥행이 아닌 용산 대통령실의 심기 경호를 한층 더 중시한 탓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이 원내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동훈을 “군림은 하되 통치는 하지 않는” 입헌군주제적인 허수아비 당대표로 만들려는 포석 두기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당 밖의 사정도 녹록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젊은 돌격대장 역할을 자임해온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한동훈이 법무장관으로 재임하며 여론조성팀, 즉 댓글부대를 가동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야당들이 한동훈을 관련 사법기관에 고발하라고 대놓고 부추기는 일종의 고발사주 행위와 진배없었다.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 대표의 혁신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동시에 발의하는 제2의 쌍특검에 지체 없이 착수할 기세에다.


내우외환에 첩첩산중. 원외의 새 여당 당수를 기다리는 안팎의 험악하고 곤란한 정세는 이처럼 요약될 수가 있다. 정치인에게 시련은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가족 문제일 수도 있고, 사법 리스크일 수도 있고, 정권의 탄압이나 반대세력의 음해일 수도 있다. 반면, 역경을 이겨낼 해답은 늘 일관되게 한 가지 얼굴을 하고 등장한다. 무조건 민심을 믿으라는 주문이다.


이제껏 한동훈이 보여준 모습은 민심을 믿으려 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잘남을 믿는 모습에 가까웠다. 지도자는 민심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전문가는 자기 자신의 잘남에 의지하는 인간이다. 자기 잘남을 믿는 인간에서 민심을 믿는 사람으로의 변신과 거듭남, 한동훈이 성공한 여당 대표가 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할 초보적이면서도 어려운 시험이다. 이 관문을 집권당 당수 한동훈은 과연 제때 무탈하게 통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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